동학농민혁명 명예회복 심의委 출범, 유족 접수 시작… 시민들 “임진왜란은 안하나?" 냉소
  •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자료 사진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자료 사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장관 소속으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4일 위원회의 출범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5일 시작되는 동학농민혁명의 참여자와 유족 등록 업무도 홍보했다. 정부의 동학농민혁명 유족 등록 업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대개 ‘비아냥’이다.

    ‘망이·망소이의 난’ 피해도 보상해주나?

    한 네티즌이 “임진왜란 때 일본과 싸우다 전사하신 분들도 조사해서 유족들을 유공자 대우하자”(jwha****)고 운을 떼자, 주제어만 바꾼 패러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동학농민혁명(1894년)에 십여 년 앞서는 임오군란(1882년) 때 전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네티즌은 점잖은 편이다. 피해자들을 복권시켜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홍경래의 난(1811년)이 등장하는가 하면, 고려 때 신분 차별을 외쳤던 망이·망소이의 난, 만적의 난까지 언급된다. “신라가 삼국통일하면서 피해 입은 것도 조사해서 보상해주나”(yd77****)란 반응까지 나오는 걸 보면 정부 정책에 대한 ‘역사적 비아냥’이 좀 멀리 간 건 맞다. 

    그러나 그냥 웃어넘기기도 무엇하다. 동학농민혁명은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 조선 후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다. 위원회가 마련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유족 등록 신청서’는 하단에 ‘동학농민혁명 참여 상황’ 항목을 두고, 당시 연령과 참여 지역을 서술하라고 한다. 해당자의 인적사항을 감안하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 동학혁명 때 대체적인 나이와 지역을 쓸 수 있다고 치자. 

    130년 전 상황 기술, 신빙성 있나?

    그러나 신청서가 요구하고 있는 ‘당시 직업’과 ‘참여 내용’ 항목은, 네티즌들의 ‘역사적 상상’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민초들의 생업에 근대적 의미의 ‘직업’이란 용어를 적용하는 건 좀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당시의 ‘참여 내용’은, 아마도 130년의 세월을 건너 구술에서 구술로 ‘집안 어른’들을 통해 전해져 내려온 걸 텐데, 국가적 작업으로 문서화할 만큼 신빙성을 가질까. 

    역사의 영역이 있고, 정치의 영역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만다. ‘과거사’의 복원과 명예훼손을 내걸고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은, 당파성 확연한 21세기 ‘현실 정치’로, 20세기도 아닌 19세기의 ‘역사’를 요리하려는 허황하고 무망한 시도 아니냐는 얘기들이다. 

    현실성으로 따지자면 네티즌들의 ‘역사적 상상’과 정부의 ‘정치적 상상’은 도긴개긴이다. 둘 다 ‘오버’에 해당한다. 그나마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역사적 상상이 지나치단 사실을 알 텐데, 정부는 그것조차 모를까봐 걱정이다. 정치적 확신이 과도하면 역사적 폐해가 상상을 넘어, 크다. 

    ‘현실 정치’로 지난 역사 재단해서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복권 시도는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심의위원회는 14년 전인 2004년 국무총리 소속 기관으로 출범해 2009년까지 활동한 ‘전력’이 있다. 5년 간 3,644명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1만567명의 유족을 등록해 놓고 활동을 종료했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2009년 첫 심의위원회의 활동 종료 후 10년의 공백이 무엇 때문인지, 무슨 의미인지는 문체부가 더 잘 알겠지만, 10년 전, 5년에 걸친 ‘정리’로 ‘등록’ 업무는 끝내도 됐을 일 아닌가 싶다. 

    다시 한 번, 역사의 몫이 있고, 정치의 몫이 있다. 정치의 역사 침해가 거듭되면, 저 멀리 단군의 시대까지 좌·우 이념을 들어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할까봐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