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 댓글 조작 프로그램 매크로 시연 후 조작 '지시'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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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내일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다. 그러나 허익범 특검팀과 김 지사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는 김 지사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허익범 특검팀은 조사 만료 기간을 20여일 앞두고 시간에 쫒기고 있는 모양새다.5일 특검팀에 김 지사는 6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팀에 출석한다. 지난 5월 27일 특검 공식 수사가 개시된 지 40일 만이다.앞서 특검팀은 이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49)씨와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및 김 지사 관사·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했다. 특검팀은 지난 40일간 수사 끝에 김 지사의 혐의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댓글조작(컴퓨터 장애 등 업무방해) 두 가지로 좁혔다.특검팀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을 승인한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 댓글 조작 범행 개입 여부 등을 강조 높게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김 지사 측에서는 김 지사와 동명인 김경수(57·17기) 전 대구고검장을 필두로 한 변호인단이 특검팀에 맞설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는 앞선 경찰 수사 단계에서 김 지사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단이 입회할 예정이다.◆아직 '여유' 넘치는 김경수김 지사 측은 소환 조사 통보에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특검을 '정치 특검'으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김 지사는 지난 3일 특검팀의 소환 통보를 받은 뒤 취재진에게 "특검팀 소환에 당당히 응해서 필요한 내용은 어떤 내용이든지 충분히 소명하고 규명하겠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특검이 아니라 경남이다. 특검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고민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공방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정치 특검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 주길 바란다"고 했다.또 "특검은 조사로 얘기해 주시기 바란다'며 "언론을 통해서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점에 대해 특검은 명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 지사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허익범 특검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허익범 특검 '시간'과의 싸움반면 허익범 특검은 오는 25일 수사 종료를 앞두고 시간에 쫒기고 있는 모양새다. 특검법에 따라 특검팀은 주어진 1차 수사기간인 60일이 끝나기 전에 추가 30일 연장을 요청할 수 있지만, 대통령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에 특검팀 내부에서는 수사 연장을 요청해도 승인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특검팀은 남은 20여일 동안 모든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지만, 압수수색한 김 지사의 경남도청 집무실과 관사는 물론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사용했던 업무용 PC와 당시 보좌진의 PC가 이른바 아무것도 없는 '깡통 PC'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장된 파일을 복구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한국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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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인가? 아닌가?특검팀은 우선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자사와 드루킹 관계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드루킹이 댓글 조작을 위해 사용한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참관한 뒤 댓글 조작을 실제로 지시했는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특검팀에 따르면 김 지사는 19대 대통령선거 이전인 2016년 11월 드루킹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킹크랩을 이용한 대글 조작을 사실상 지시한 혐의롤 받고 있다.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가 시연회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을 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이 온라인에서 선플 운동을 한다고 들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김 지사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구체적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느릅나무 출판사를 2∼3차례 찾아간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좋은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취지였을 뿐 댓글 조작과 같은 불법행위를 부탁한 것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킹크랩 시연회 참석에 대해선 "소설같은 황당한 얘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그러나 경공모 회원들도 "2016년 킹크랩 시연을 보고 김경수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100만원의 격려금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일본 총영사 제안 어떤 이유?특검팀에 따르면 김 지사가 지난해 12월 드루킹에게 오사카, 센다이 등 일본지역 총영사 직위를 제안하며 그 대가로 올해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이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시한 이유다. 형행 선거법상 선거에서 도움을 받는 대가로 금전이나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사람을 처벌토록 규정한다.드루킹은 앞서 한 매체에 보낸 '옥중 편지'에서 2017년 대선 전후 김 지사에게 일본 대사,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으나 김 지사가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김 지사가 12월 28일 전화를 걸어 센다이 총영사를 역제안했으나 자신이 거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특검은 대선을 도운 대가가 아닌, 지방선거를 도와 달라는 의미에서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고 보고 있다.하지만 김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드루킹한테 먼저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혐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특검이 적시한 2017년 12월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는 지방선거 출마를 생각지 않았던 만큼 이 같은 요구를 했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것이 김 지사 측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