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유가 영향으로 배추, 열무, 포도 1주일에 20~30% 올라… 임금인상 효과 흐려져
  •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 한 사람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 한 사람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생활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들썩이는 외식비 등 서비스 비용 상승에 이어 폭염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과 연료비 폭등이 서민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과 별개의 원인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30일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폭염으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폭등과 △국제유가 변동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을 꼽았다. 신문은 "정부가 국민의 소득을 증대시킨다며 인상했던 최저임금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실질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건비 급상승... 배달료 따로 받아

    한국은행은 지난 29일 “올해 2분기 전기·수도요금 등을 제외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2%였다”고 밝혔다. 2018년 1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5%였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한국은행의 발표일 뿐 서민들은 치솟은 생활 물가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서비스 물가 상승은 소득 증가보다 더 일찍 찾아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 남성 미용실 ‘블루클럽’의 수도권 매장은 7월부터 이용료를 1,000원 씩 올렸다. 치킨, 피자, 중화요리 전문점 등 배달을 위주로 하던 식당에서는 이미 ‘배달료’를 2,000원 씩 따로 받기 시작했다. 이유는 ‘급상승한 인건비’였다.

    물론 각종 서비스 비용 상승이 국민들의 실질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치솟는 물가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폭염과 국제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이다.

    폭염으로... 한달 만에 시금치값 100% 올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 달 전에 비해 시금치는 98%, 고랭지 배추는 80% 가격이 올랐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폭등이" 계속되는 폭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폭염 때문에 배추, 열무, 포도 등이 예년보다 물량이 30~50% 줄었다”면서 “가격도 일주일에 20~30% 뛰고 있다”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 ▲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가 표시되어 있다.ⓒ뉴시스.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가 표시되어 있다.ⓒ뉴시스.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27일 기준 양배추 1포기 가격은 4,163원으로 전년 대비 55.16% 올랐고, 배추는 36.32%, 무는 26.75% 오름세를 기록했다. 과일채소류도 마찬가지다. 감자는 19.3%, 수박도 역시 전년 대비 23.05% 가격이 상승했다.

    공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농산물 폭등세는 6월부터 이어진 불볕더위로 인해 생육에 문제가 생기면서 출하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8월 들어서도 40℃를 육박하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농산물 폭등세 또한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휘발유가격 2015년 이후 최고가

    미국이 이란석유 수출금지 조치를 예고한 뒤 출렁이는 국제유가도 한국인들의 생활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올 초 배럴 당 60달러를 오가던 두바이유는 지난 5월 74달러를 돌파했고, 6월이 돼서도 70달러 대를 오르내렸다. 내릴 때는 더디지만 오를 때는 번개 같은 연료비는 국제 시세에 맞추어 인상됐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6월 29일 기준 서울 시내 휘발유 가격은 1리터 당 평균 1,697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가는 1,612원으로 2015년 이후 최고가가 됐다.

    ‘중앙일보’는 “물가가 오르면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가계가 지갑을 닫게 되고 결국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소득 향상을 통한 내수 증대’라는 정부의 경제 목표는 난관에 부딪힌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기획재정부 측도 익히 알고 있다고 한다. 

    "지나친 임금인상은 인플레 초래"

    지난 7월 25일 美워싱턴 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 태평양국 과장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관련해 “지나치게 빠른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최저시급은 전년 대비 16.4%가 오른 7,530원. 여기에 주휴수당 등을 더하면 실제로는 최저시급이 1만 원대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급격한 임금 인상에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