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시행 전까지는 강력한 대북제재 필수적이라며 예외 허용 꺼려
  • ▲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보낼 스포츠 장비 반입을 허용해 달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英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유엔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

    英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7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스포츠 장비의 반입을 예외로 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북한 선수들이 평소 훈련을 제대로 해야 올림픽 출전을 포함한 국제경기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2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출전한 것을 크게 환영했고 3월에는 북한을 찾아 김정은과 만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에게 “북한 선수들이 앞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은 이때 바흐 IOC 위원장에게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5월에는 “스포츠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적극 지지한다”며 남북한의 편을 들기도 했다. IOC 측의 스포츠 장비 북한 반입 요청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英로이터 통신의 해석이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분위기는 싸늘했다고 한다. 미국이 반대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유엔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북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제재 내용 가운데는 북한 권력층이 사용하는 사치품의 수출금지 조치도 포함돼 있다. 각종 스포츠 장비도 수출금지 품목에 들어 있다.

    바흐 IOC 위원장의 요청대로 북한에 스포츠 장비를 보내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의 결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이 “대북제재에 예외란 없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장비를 북한으로 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美대사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폼페오 美국무장관은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유엔 안보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FFDV)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에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대북제재의 엄격한 시행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美정부 고위층의 공개적 발언만 봐도 유엔 안보리에서 IOC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반대로 북한에 스포츠 장비를 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에 IOC측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