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보호" 취지 좋지만, 은퇴 임대인 어떡하라고?… 계약서-실제 임대료 다른 '이중계약'도 우려
  • ▲ 서울의 한 상가에 임대 공고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의 한 상가에 임대 공고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상가 임차인들에게 임차 기간 10년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해 논란이 예상된다. 

    권칠승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8인과 바른미래당 의원 3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9일 발의했다. 상가 세입자가 최대 5년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돼있는 현행 규정에서 5년을 더 늘린다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에는 이 기간 동안 계약을 갱신할 경우, 임대료 인상률이 최대 5%를 넘지 못하게 하는 '상가임차인 보호 장치'도 들어 있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은 지난 1월 26일자로 시행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9%에서 5%로 이미 낮아졌다. 하지만 이것은 '계약 기간 5년까지'만 해당되는 내용으로, 그 이후에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몇 배나 올려도 임차인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번 개정안은 이것을 최대 10년까지 보호해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 임대료 인상 요구로 갈등을 겪은 서촌 '궁중족발' 건물. 간판이 내려진 상태다.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제공 뉴시스 사진.
    ▲ 임대료 인상 요구로 갈등을 겪은 서촌 '궁중족발' 건물. 간판이 내려진 상태다.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제공 뉴시스 사진.
    임차인에겐 보호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서촌 봉평막국수집'(건물주에 의해 퇴거 통지 받음)과 '궁중족발'(월세 4배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와의 다툼)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두 건 모두 세입자가 보호 받을 수 있는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둔 것이 근본 문제로 지적됐다. 임대 보장 기간을 10년으로 두 배 늘리는 것은 "건물주에 대해 상대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장치"라는 견해가 많다. 

    물가 상승으로 재료비 등 원가 급등에 따른 압박을 받는 상가임차인들은 이번 발의를 반기고 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임대료는 장사가 잘 되는데도 불구하고 상인들이 문을 닫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대인에겐 제약을

    그러나 상가 임차 보호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이번 개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시장의 원리에 반하는 규제이기 때문에 탈법과 편법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임대인이 10년 동안 인상 제한 액수를 감안해 임대료를 애초에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여력이 되는 업종의 세입자들만 선별해 받을 가능성도 있다. 고 원장은 "아울러 계약서 상의 임대료와 실제 임대료가 상이한 '이중 계약'이 성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강남에서 미장원을 임대해 주고 있는 L씨는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5% 미만으로 하고 임대 기간 10년으로 보장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은퇴 이후 임대 수입으로 노후 생활을 하는 노인층이 많다"면서 "이들의 재산권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인상 가능성 높아

    10년 동안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임대인 L씨는 “5년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10년 동안 묶어두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물가 상승 등 경제 여건이 상당히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임대료가 주 수입원인 사람들에게는 이같은 고려 없이 임대료와 임차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고 원장은 “보호 기간을 10년 대신 7 ~ 8년 정도로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인들에게 보유세나 재산세 등을 낮춰주는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