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독무대 상황... 패하면 잃을 것 너무 많다” 판단했을 것
  • ▲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출마 의사를 밝혔던 손 위원장이 갑자기 방향을 선회한 내막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손 위원장은 박주선 공동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의 출마 요청에도 불구하고 "추대를 한다고 해도 안 된다"며 불출마 입장을 고수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20일 앞둔 전날에 돌연 송파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위원장은 전날 다수의 매체를 통해 '선당후사' 정신을 내세우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손 위원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나를 버리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정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손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의 위기로 치닫고 있어 송파을 재선거 출마 생각을 접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송파을 선거 승리를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아무쪼록 당이 하나로 합쳐서 서울 시장 선거와 지방 선거에 승리하여 지방선거 후 다가올 정치개혁에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정당으로 중심에 설 수 있게 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관계자에 따르면 손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 중이던 박주선 공동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급작스레 불출마 의사를 통보했다. 안 후보 측도 비슷한 시간에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표면상으로는 불출마-출마-불출마로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손 위원장이 정치적 손익계산서를 고려해 불출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손 위원장은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복귀하던 날에도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메시지를 그가 재보궐 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이해했다. 

    이처럼 원내 진입에 의지를 보였던 손 위원장이 불출마한 것은 정치적 리스크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독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선거에 뛰어들기 어려웠을 수 있다. 손 위원장과 본래 송파을 후보로 거론됐던 정치 신인 박종진 후보의 정치적 체급을 비교해보자면 패배시 4선 중진의원·경기도지사·대선주자로 활약한 손 위원장이 잃을 게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유승민 대표도 손 위원장의 출마 포기를 권유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체급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 24일 손 위원장을 만나 "이번 선거는 굉장히 어려운데 이번 선거에 나가서 패배하면 그동안 본인이 쌓아온 정치적 자산과 남은 정치적 자산마저 다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한 재선의원도 본지 통화에서 "(유승민) 대표가 반대하는데 어떻게 출마하겠느냐"면서도 "그래도 손 위원장 본인이 끝까지 나온다고 했으면 안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결정은 전적으로 손학규 위원장 본인의 결단에 의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정치적 무게감이 상당한 손 위원장이 추대 형식도 아닌 당의 공동대표가 반대하는 전략공천을 수락하기란 체면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등 바른정당 지도부가 "(정책위의장)직을 걸고 (전략공천을) 막겠다"라며 배수의 진을 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한 중진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본인이 출마한다고 했을 때도 당을 위해서 나온다고 하셨다"면서 "공동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분열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