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존재 이유가 복지와 병영문화 정착?
  • 李 竹 / 時事論評家

      ‘나그네 외투 벗기기’라는 이솝 우화가 있다. 그 이야기의 내용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에 장황하게 여기에다가 풀어 놓을 필요가 없지 싶다. 흔히 ‘대북(對北) 햇볕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이 이야기를 자주 인용해왔다. 그건 그렇다 치고...

      북녘의 평화 공세가 한창이다. 최근 북녘 세습독재자의 행보는 제정신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한쪽 눈만 뜨고 봐도 ‘평화 사기극(詐欺劇)’에 다름 아니다. 지난 시절 ‘햇볕정책’의 방향이 역(逆)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햇볕’ 정도를 넘어, 아예 ‘땡볕’ 수준이다.

      여기에 발을 맞추기나 하듯이, 이 나라 여기저기에서도 ‘평화’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북녘의 비핵화(非核化)’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선전과 높으신 양반들의 말씀에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간다. 이미 그 ‘땡볕’에 눈이 부셔 북녘 세습독재자의 손아귀에 있는 핵무기는 보이지 않는다. 보려고 하질 않는다.
      이미 ‘항구적 평화’가 물결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엊그제 야전군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나라 국방장관이 하신 말씀이란다.
      “우리 군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복지 및 병영문화를 정착시켜 ‘가고 싶은 군대, 보내고 싶은 군대’로 만들어 나갈 것... 국방개혁 2.0 추진을 통해 장병 인권보호 강화 및 복무여건 획기적 개선, 국가관·조직력·리더십 함양 등을 이뤄나가겠다...”

      그래서, 조만간 ‘국민의 군대’ 병사(兵士)들은
      ① 평일 일과 후 외출이 허용된다.
      ② 일과 후에는 취침 전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③ 일과 전후에 간부들의 병사 생활관 출입이 금지된다.
      ④ 전투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청소, 잡초 제거, 제설 작업 등 사역(使役)에 동원되지 않는다. 최전방 초소(GOP) 제초 작업에도 민간 인력을 투입한다.
      ⑤ 상급자의 개인적인 심부름 등 사적(私的) 지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더하여,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단축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명실 공히 ‘가고 싶은, 보내고 싶은 군대’가 되기는 될 듯하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가? 그러면 ‘군대’의 주인인 ‘국민’의 마음이 마냥 편해질까? ‘부모 형제 저들을 믿고’ 단잠을 이룰 수 있을까?

      이미 전방 확성기 방송은 적(敵)의 사기(士氣)를 떨어뜨리는 걸 포기했다는 말이 돈다. 동맹국과의 연합훈련도 맹탕이 될 지경이란다. 군내 정신교육에서 주적(主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마저 들린단다. 그리고...
      드디어 ‘국민의 군대’를 구성하는 이 나라의 청춘들이 ‘국방 비정규직 노동자’나 ‘저임금(低賃金) 국방 공무원’이 된단다. ‘촛불 정권’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일자리 창출의 일환?

      군대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전쟁이다. 병사의 인권 강화 또는 복지 향상과 병영문화 정착이 아니다. ‘전쟁’을 잊은 군대의 가치를 따져 보라.

      “값싼 군대가 세상에서 제일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는 아직 전쟁 중이다. 특히나 ‘평화 사기극’도 전쟁의 일환이지 않는가.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