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학교가 좌파세상 만들기 위한 도구인가? 정부의 오만한 행위" 일침
  • ▲ 곽일천 디지텍고등학교 교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디지텍고등학교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곽일천 디지텍고등학교 교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디지텍고등학교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가가 자유를 좌지우지한다든가, 자율(自律) 보장을 해주겠다든가 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자유'라는 기본 이념이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것인데, 정부가 그것을 교과서에서 넣을지 말지 판단하려는 것은 자유주의를 모르고, 대한민국을 모르는 오만한 행위입니다."

    지난달 5일 교육과정평가원(교과평)이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공개하면서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교과서 시안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한 것은 물론, 북한의 '3대 세습'과 6·25 전쟁을 서술할 때 책임 주체인 '북한의 남침'을 뺀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부정적 기술 축소 등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교과평은 "시안이 확정된 게 아니며 향후 수정·보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은 그치지 않고 있다.

    곽일천(63) 디지텍고등학교 교장은 일선에서 역사교과서 좌편향 개정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서울에서 유일하게 교육부가 펴낸 국정교과서를 채택해 큰 주목을 받았다. 곽 교장은 이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과 대립각을 세워 강경 좌파단체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당시 곽 교장은 "교과서 선택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는데 교육감이 막는 것은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며 "교육청은 학생들이 국검정 교과서를 비교하면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을 기회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텍고가 국정교과서 수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서울 유일의 검정교과서 채택 학교장으로서 최근 역사교과서 시안 논란과 좌파 교육감에게 휘둘리는 교육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뉴데일리> 취재진은 13일 오전 곽일천 교장이 재직 중인 서울 용산구 디지텍고등학교를 찾았다. 아담한 크기의 운동장에서 30여명의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에 따라 숨가쁘게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1년 전 이맘 때 디지텍고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들을 감안하면 사뭇 잔잔한 풍경이었다.

    1955년 서울에서 출생한 곽 교장은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환경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유엔 환경담당관을 거쳐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는 서울디지텍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곽일천 디지텍고등학교 교장과의 인터뷰는 13일 학교 교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정부가 만든 역사교과서 시안과 통일부가 만들고 있는 중·고교용 교재를 보면 '자유'를 빼고,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서술이 축소된 사실을 알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진행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개정 작업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곽일천 교장: "국가가 자유를 좌지우지한다든가, 자율을 우리(국가)가 보장해주겠다든가 하는 것은 넌센스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유'라는 기본 이념이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것인데, 국가가 그것을 교과서에서 넣을지 말지 판단하려는 것은 자유주의를 모르고, 대한민국을 모르고 하는 오만한 행위다. 저는 이것을 사회주의로의 국체(國體) 변경 시도로 본다. 자유주의의 교육과 가치를 모르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우파 좌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과한 생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이것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이념보다 민족이 우선이라고 여기면서 자유주의의 가치와 북한의 실상을 외면하고 단순히 민족끼리 화합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감상적으로 보면 달콤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을 사회주의화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주변에서 '영국에서 공부했으면서 사회주의를 그렇게 모르시냐'고 묻는다. 하지만 유럽의 사회주의는 자유주의 기반 속에서 사회주의 경향이나 정책이 강한 정도의 것을 말하는 것이지, 자유주의를 뺀 사회주의가 아니다. 그걸 무시하고 '유럽을 보라'고 하는데, 우리는 대한민국이 자유를 뺀 인민사회주의, 북한식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로 간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 ▲ 곽 교장은
    ▲ 곽 교장은 "교육계가 좀 더 개방적으로 나아가 각계 사람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디지텍고는 지난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여부에 관계없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유일한 학교다. 이로 인해 전교조, 좌파 학부모단체, 정치권, 민중사관 학계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여러 비판을 무릅쓰고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이유를 듣고 싶다.

    곽일천 교장: "법률상 교과서 채택 권한은 학교에 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를 채택했다는 것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정치적인 압박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불법적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또 대한민국은 자유를 기반으로 탄생한 나라인데, 건국과정이나 자유주의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려는 것은 대한민국을 가르치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봤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이승만의 건국에 대해 배우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 적이 있다. 정부 대표단으로 미국을 찾았을 때, 어느 미국인이 '이승만의 농지개혁'에 대해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알지 못해 설명해주지 못했다. 찾아보니 그것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자유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소유제도가 필요했고, 한국전쟁 당시 공산군들이 농민을 공산화하려는 것에 넘어가지 않은 요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학교에서 이러한 사실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차라리 학교 문을 닫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덤벼들었다."

    "반대 단체들이 내게 와서, '이 부분은 역사적으로 틀린 부분이다. 틀린 얘기를 왜 가르치려 하느냐'라고 물으면 대화가 될 텐데, 마치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폭력적인 방법으로 공격했다. 논리와 이성으로 따질 문제를,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국정교과서 채택을 포기한다면 이것은 역사적으로 얼마나 창피한 일이 될까 생각했다. 비록 한 학교라도, 이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좌파 교육감(조희연)의 반대에도 이러한 것들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능했지만, 법이 바뀌어버리면 진정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국민들도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 채택한 교과서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어땠나.

    곽일천 교장: "도입 당시 학생들도 언론에 나온대로 친일파, 독재미화 등 국정교과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책을 직접 확인한 게 아니라, 언론에서 나온 얘기를 듣고 그렇게 느낀 것이다. 제 주장은 '일단 보고 비교해 보자, 기회를 막을 명분이 어디에 있느냐' 그렇게 시작됐고, 다행히 아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해줬다."

    ※지난 2017년 디지텍고는 비상교과서·교학사교과서·국정교과서 3권을 도입했다. 디지텍고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기 전, 1학년 학생 136명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 찬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해당 3권으로 1년 동안 수업을 진행한 뒤 다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국정교과서 사용 전 설문조사 결과 80.2%의 학생들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냈으나, 1년 뒤에는 국정교과서가 유익했다는 의견이 50.4%으로 과반을 넘었다. (보통 38.5%, 유익하지 않았다 8.7%, 친일·친미·독재 미화 교과서다 2.4%)

    - 교육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바람직한 교육감 후보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곽일천 교장: "혼탁한 정치 오염이 교육계까지 오지 않도록, 정치의 교육 개입을 막아내는 것이 교육감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학교 현장에 몸 담으면서, 교육을 정치도구화, 수단화하는 것을 철저히 막는 것이 중대한 문제라고 느꼈다. 교육을 두고 논하면 좌우도 조화가 되는데, 작금의 현실은 마치 학교를 완전히 좌파 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것 같다. 교육은 어느 이념에도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현재 어느 때보다도 국가 정체성이 위협 받고 있는데, 교육계는 얼마 만큼 '대한민국 사람'을 만들어내고 있느냐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한다. (북한을 우러러보는 반면) 한국 편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큰 이유는, 학교에서 한국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에 기반한 우수성, 이것을 부정하는 세력에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좌파 교육정책 중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곽일천 교장: "입시전형에서 성적을 보지 말라는 것은, 겉으로 보면 좋을 수도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성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진로에 맞춰서 할 능력이 되는지 봐야 그 학생에게도 맞는 것인데 점수를 따지지 말자는 것은 인기영합적이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갖고 있는 자유주의 개념에 비춰 볼 때, 학교 간 다양한 경쟁을 통해 어떻게 하면 우수한 학교가 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인지 봐야 하는데, 마치 평등이 제일이고 경쟁은 나쁜 것처럼 정해놓고 가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장하기 위한 자사고나 외고를 '귀족학교'라고 해서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학생들의 선택권 자율권 무시하는 것이다. 말로는 자율이다 혁신이다 하지만, 법에도 보장된 선택권을 말살하면서 저희들 입맛대로 끌고 가면서 60~70년대나 하던 개념을 갖고 친북(親北) 좌파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에 대단히 큰 우려를 하고 있다."

    - 지난 12일 교육부가 입안한 교장공모제 확대 안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교육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곽일천 교장: "학교 혁신 수단으로 공모제를 한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도구가 어떤 목적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학교를 전교조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칼을 휘두르다보니 혁신이라기보다는 현장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에 맞는 리더십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가능하겠지만, 이미 정치세력화된 전교조의 교장 임용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학교 정치오염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현행 인사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혁신적 인사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균형잡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막대한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성급한 측면이 있다."

    - 디지텍고 교장으로 8년을 근무하셨다. 교육 현장에서 느낀 고질적 문제 3가지를 꼽는다면.

    곽일천 교장: "훌륭한 선생님도 많이 계시지만, 많은 교사들이 과도한 통제를 받는 공무원화가 된 것 같다. 학생 하나하나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교육해야 하는데, 알게 모르게 사견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소질을 발휘하는 데 장애요인이 되는 게 아닌가 돌이켜봐야 할 것 같다."

    "둘째로, 교육은 사대 나온 교육자들만 해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필요하면 경제계, 문화계에서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계가 좀 더 개방적으로 나아가 각계 사람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로, 한국 교육은 국·영·수 등 과목별 교육에 치중되면서 한 문제를 보더라도 복합적으로 보는 문제해결 능력 중심의 교육에 너무 뒤쳐져 있다. 예컨대 국사와 세계사가 나눠질 수 없다. 세계사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발전해 왔다든가 하는 것을 모르면 굉장히 제한되고 폐쇄된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