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洪 중진 세력화… 洪측근 K씨 해운대을 전략공천시 강한 문제제기 전망
  • ▲ 자유한국당 비홍준표 진영 세력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보수의 미래 포럼이 8일 창립한 가운데, 포럼 창설을 주도한 유기준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비홍준표 진영 세력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보수의 미래 포럼이 8일 창립한 가운데, 포럼 창설을 주도한 유기준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체제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조용히, 하지만 계속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끓는 기름은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확 끓어오르며 넘는 법인데, 한국당 관계자들은 그 임계점을 배덕광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부산 해운대을 공천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준표 대표 체제에 불만을 가진 중진의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세력화와 견제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 해운대을 공천을 계기로 본격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나경원·유기준·정우택 의원 등 4선 의원 '트로이카'는 전날 '보수의 미래' 포럼을 창설했다.

    한국당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보수의 미래'라는 명칭은 포럼의 외견상의 명칭"이라며 "사실은 '홍준표 체제 이후 한국당의 미래'를 준비하는 포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보수의 미래' 포럼 창설은 지난달 8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당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 개최를 압박하는 4선 이상 중진의원 연판장 사건 이후, 비홍(비홍준표) 진영 세력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내주 수요일을 전후해서는 4선 이상 중진의원 일부가 의원회관에서 자체적으로 중진의원연석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비상시국회의 등 공식 회의체 외의 별도 회의체가 소집되는 것은 통상적으로 당 지도체제의 이상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간 당내의 내홍 요소를 잘 눌러놓고 있었던 '홍준표 체제'의 뚜껑이 들썩들썩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6·13 지방선거 때까지 추동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리더십을 보완하고 있다.

    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가 없어져 취약해진 대외 메시지 전달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6선의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4선의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전면에 등판시켰다.

    김무성 전 대표는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장,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을 맡아 정례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각각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공개적인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그간 홍준표 대표의 개인 SNS 등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던 발언 채널을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우호적인 중진의원들을 끌어들여 다변화하는 한편, 공식적으로 권력을 나누지 않으면서도 지도체제를 집단화하는 효과를 기했다는 평이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등장을 6·13 지방선거를 일종의 삼두정치(三頭政治) 체제로 치르겠다는 홍준표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진의원들과의 만찬 회동을 시도하는 한편 초선 의원들이 불만 세력에 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도당 공천 권한을 할애하는 등 여러 가지로 리더십을 지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된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함께 회의에서 공개 발언 시간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된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함께 회의에서 공개 발언 시간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하지만 이러한 봉합 노력이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당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들은 다가오는 부산 해운대을 보궐선거 공천이 당내 불만에 불을 붙여 폭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길환영 전 KBS 사장과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영입했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천안고를 나온 길환영 전 사장은 충남 천안갑 재선거에,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서울 송파을 재선거에 전략공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송파(을) 공천은 누가 뭐라 할 것은 아니고, 길환영 (전 사장)의 천안 공천은 이 지역 출마를 노리던 분이 불만은 갖겠지만 폭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부산 해운대을 공천 문제는 폭발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으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충남 천안갑 재선거 출마를 통한 명예회복을 노려왔기 때문에 길환영 전 사장의 전략공천을 시도할 경우 불만을 갖는 등 다소의 잡음 요소는 있지만, 내홍으로 번질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 해운대을 공천은 경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부산 해운대을에 자신의 측근 K씨를 공천할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K씨도 최근 선거구로 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핵심중진의원은 "홍준표 대표 본인이 대구 북을, 강효상 대표비서실장이 대구 달서병을 하나씩 나눠갖지 않았느냐"며 "당대표의 또다른 최측근이 전략공천을 받을 경우, 당무 전횡을 놓고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K씨는 경남고를 나오고 부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하긴 했지만, 고향이 전라남도 영광이다. 선거에서 공격받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을 부산광역시장 후보로 차출하고, 시장 후보를 놓고 경합하고 있던 오거돈 전 해수부장관을 부산 해운대을에 출마시키는 방향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으로 같은 경남고를 나왔으며 지난 2014년 6·4 부산시장 선거에서 49.3%를 득표해 부산시민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은 오거돈 전 장관을 상대로 K씨가 당선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다른 한국당 핵심 중진의원은 "K가 과연 필승카드냐. 오거돈 장관과의 인지도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며 "전략공천을 하게 된다면 당헌·당규 상의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6·13 지방선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홍준표 체제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많은 의원들 사이에서 중지가 모이고 있다.

    또,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 자체가 원체 없다보니, 홍준표 대표가 공천 문제를 전적으로 맡고 있어도 예상과 달리 큰 잡음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방선거 공천보다는 같은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이 의외로 화약고가 될 수 있다"며 "전국적으로 10개 선거구에 가깝게 선거가 치러지는 큰 판이 될텐데, 공천을 놓고 탈당 사태나 지도체제가 흔들리는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