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동안 조선왕조500년 일어났던 일 다 일어날 것" 묘한 여운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후보자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경선 상대였던 손학규 전 의장,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함께 꽃비를 맞으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후보자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경선 상대였던 손학규 전 의장,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함께 꽃비를 맞으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가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앞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후보 선출 직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로 '연대론'을 부인한 적이 있다. 다만 바른정당과의 이른바 CSM(CS(철수)+SM(승민)) 연대는 행간을 통해 열어뒀다는 관측이라, 오는 16일 후보등록마감일이나 30일 투표용지 인쇄일을 전후로 구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여부가 주목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현장 취재진 및 복수 방송사와 가진 질의응답에서 "정당이란 자신의 비전과 리더십을 가지고 선거를 치러 평가받는 것"이라며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다른 정당들과 협치의 틀을 만드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선거 전 연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사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전에도 연정(聯政)을 하는 여러 선진국들은 각 정당이 각자 총선을 치른 뒤 이후에 연립내각 구성 협상을 시작한다는 이유로 '선거 전 연대'를 부정하고 '선거 후 협치'에 여지를 남겨둔 적이 있다.

    안철수 후보의 이러한 태도는 후보 선출 직후부터 당장 '연대론'을 이야기하는 게 지지층 결집에 부정적이라는 정치적 의도도 물론 담겨 있지만, 전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층이 대거 몰려오는 등 '국민이 알아서 단일화해주는 상황'에 고무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정권교체가 시대정신과 역사의 흐름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뒤 "그래서 결국은 나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미 구도는 정권교체로 정해졌다"며 "(안철수와 문재인이라는) 두 사람이 인물과 정책으로 대결하게 될 것인데, 그렇다면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의 협치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고려할 때 '인물' 면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 민주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라며 "두 후보 중에 누가 협치를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같은 당내에서도 경쟁자는 악(惡)으로 규정하는 계파주의에 매몰돼 있으면 어떻게 협치가 가능하겠나"라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친문패권주의를 질타했다.

    또, 자신은 최근 약점으로 지적됐던 '연설 어조'를 바꾸면서 화제가 된 반면, 문재인 후보는 꾸준히 단점으로 지적됐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하나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듯 "자기자신도 못 바꾸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바꾸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처럼 '안철수 대 문재인'의 양자 대결 구도를 결국 국민이 만들어줄 것이라고 자신하며 '연대론'에 선을 그었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는 문을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이라는 중차대한 선거를 35일 앞두고 '저절로 양자 대결 구도 되기'를 바라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절로 익은 감이 떨어지기를 입 벌리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든 물밑의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관측하는 정치권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이날 안철수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탄핵을 반대했던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연대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그 '연대 불가 대상'에 탄핵을 주도한 구(舊) 여권 세력인 바른정당은 제외되는 셈이다.

    경선에서 패배한 뒤 감동적인 승복연설을 남긴 손학규 전 의장도 "국민의당이 승리해야 하는 것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하는 양대 패권정치세력이 집권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반패권·범개혁·중도세력을 통합해 패권세력의 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하겠다"고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권유했다.

    일단 이날 방송사와의 질의응답에서 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철수 후보는 거리를 뒀지만, 한편으로는 "(대선이) 30여 일 남았지만, 남은 30여 일 동안 조선왕조 500년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이라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