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죄’가 아닌 ‘뇌물죄’에 근거한 ‘탄핵 소추’는 헌법 제65조에도 위반이다

    이동복   /전 국회의원,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       
    ‘내란죄’가 아닌 ‘뇌물죄’에 근거한 ‘탄핵 소추’는 헌법 제65조에도 위반이다

      <조갑제닷컴>에 게재한 “박찬종 변호사에게 ‘내란죄’를 묻는다”는 제목의 졸고(拙稿)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클릭’과 ‘댓글’로 관심을 보여 주신다. 아마도 필자가 이 글에서 다룬 최근의 상황이 그만큼 많은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댓글’을 보면 필자가 필자의 글에서 제기한 문제에 관하여 상당한 이해 부족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서 이 글을 다시 초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명운(命運)이 걸려 있는 <박영수 특검>의 소위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 활동과 이와 병행하여 진행되어 온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65조와 제84조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헌법 제65조①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84조에 의하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와 ‘외환죄’ 이외의 죄목에 의한 형사상 소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박영수 특검>이 ‘내란죄’ 및 ‘외환죄’에 해당되지 않는 ‘뇌물죄’와 ‘직권남용죄’ 혐의로 박 대통령에 대해 형사상의 소추를 한 것은 “위헌 행위가 아니냐”는 의문을 필자가 제기한 데 대해 한 ‘댓글’의 작자는 헌법 제65조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니만큼 “‘내란죄’와 ‘외환죄’가 아니더라도 헌법 제65조에 의거한 탄핵 소추가 가능하지 않느냐”는 반론(反論)을 제기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댓글’의 작자의 반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제65조에 의하면, 이 조항에 열거된 공직자(公職者)들에 대한 ‘탄핵 소추’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때”로 한정(限定)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법률적 차원에 앞서서 국어학적 차원에서 ‘위반한’이라는 수식어(修飾語)의 시제(時制)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반한’이라는 수식어에는 ‘위반 행위’가 ‘완성’된 상태를 표현하는 시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헌법과 법률의 위반 행위”가 ‘완성’되는 것은 특정 ‘위법 혐의 사실’에 대하여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를 하는 도중에 있거나 또는 ‘기소(起訴)’ 중에 있는 상태가 아니라, 문제의 ‘위반 혐의’가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범죄’로 확정된 이후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국어학적 해석에 따를 경우, 헌법 제65조에 의하면, 아직 재판의 판결(필요한 경우에는 3심 과정을 포함하여)을 통하여 ‘헌법’과 ‘법률’의 ‘위반 행위’로 확정된 상태에 도달하지 아니 한 ‘위반 혐의’를 가지고는 ‘탄핵’을 ‘소추’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같은 해석에 따른다면, 검찰 또는 경찰의 수사 과정을 통하여, 또는 수사가 시작되기 이전이라도, 현직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혐의’가 ‘내란죄’와 ‘외환죄’ 위반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사안이라는 사실이 명백할 경우에는 검찰과 경찰은 이 ‘혐의’에 대한 더 이상의 ‘형사상의 소추’를 진행시킬 수 없다는 것을 헌법 제84조가 명시하고 있으므로, 문제의 ‘혐의’(이번 박 대통령의 경우 ‘뇌물죄’와 ‘직권남용죄’ 혐의)는, ‘혐의’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아직 완성된 ‘위반 행위’로 법률적으로 확정되는 데 이르지 못하여 헌법 제65조에 입각한 ‘탄핵 소추’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법리적 문제를 다룸이 없이 하루 뒤인 3월10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의 선고를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헌재가 이상의 다툼의 여지가 없는 법리상의 문제 상황을 고려함이 없이 덜컥 ‘인용’ 판결을 내려서 대통령의 파면을 단행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 같은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과연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며 그로 인한 헌정의 파행(跛行)은 과연 누가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지를, 불과 앞으로 24시간이 안 되는 시간을 남겨 놓은 시점이지만, 8명의 헌재 재판관들이 반드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