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동안 격정 토로, "허황된 이야기만 가득...여러 오해에 속상하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규재tv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규재tv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후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 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한 이후 24일 만에 언론과 접촉한 셈이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은 구정 연휴 전 기자들과 만나 추가 해명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탄핵심판과 특검수사 등을 감안해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질문은 날카로왔고, 답변은 명료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정규재 주필은 약 1시간가량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규재 주필은 그간 불거진 의혹들과 관련해 쉴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고, 박 대통령은 침착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 톤은 평소에 비해 다소 낮아진 편이었다. 피곤한 기색도 역력했다. 하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또박또박 답하는 모습에서 이번 사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 "이번 사태, 우발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은 '누군가 뒤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는 질문에 "그동안 진행 과정을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배후로 지목되는 구체적인 인물'을 묻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어쨌든 우발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듯, 말을 아끼는 표정이었다.

    계속되는 정규재 주필의 돌직구 질문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차분한 자세를 유지했다.

    △ 정규재: 정윤회씨와의 밀애설이 나왔다

    ▲ 朴대통령: 민망스럽기 그지 없는 이야기고, 품격 떨어지고 민망한 이야기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정씨는 오래전에, 제가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다른 사정으로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그 이후에 만난 적이 없다. 사실에 근거가 없는 거짓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 정규재: 청와대에서 굿을 하거나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됐다는 소문이 있는데

    ▲ 朴대통령: 향정신성 약품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것 근처에 가 보지도 않았다. 굿도 해본 적이 없다. 허황된 이야기다.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냈다면 탄핵근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나.

    무거운 질문이 오가는 도중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정규재 주필이 '정유라가 대통령의 딸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황당한 듯 크게 웃으며 "정말 끔찍한 거짓말이고 저질스러운 거짓말"이라고 맞받았다.

    '정유라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가'라는 질문에는 "어릴 때 봤고 정유연에서 개명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또한 "최순실씨가 최서원으로 개명한 것도 이번에 알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는 4대 세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른바 개혁의 대상인 국회, 언론, 노조, 검찰 이른바 4대 세력이 동맹군을 만들어 대통령을 포위하고 침몰시키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너무나 많은 허황된 이야기가 떠돌다 보니, (누군가) 그걸 진실이라고 하고 또 다른 엄청난 허황된 얘기를 만들어 산더미 같이 덮혔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나중에 이런 것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아니면 말고 식의,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답답해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면서 "이런 허구 속에서 오해 받는 게 속상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도 내 잘못이 아닌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규재tv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규재tv

     

    #. "경제적 동일체? 특검 엮어도 너무 엮었다"

    정규재 주필의 까칠한 질문은 여기서 그치질 않았다.

    그는 "특검에서는 최씨와 대통령이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라고 했는데 예금통장을 같이 사용하는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것도 없을 뿐더러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손을 저었다. "경제공동체라는 것은 (특검이)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고 특검에서도 철회를 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규재 주필이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을 캐묻자 박 대통령은 펄쩍 뛰었다.

    △ 정규재: 최순실씨가 국정농단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최씨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교육문화수석 등을 통해 대통령 뒤에서 조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인정하십니까.

    ▲ 朴대통령: 아니다. 국정농단이 인사, 기밀누설, 정책 등 크게 3가지 분야에서 이뤄졌다고 하는데 정책과 기밀누설은 말이 안 된다. 인사는 가능한 한 여러 곳에서 천거를 받아 최적 인물을 찾게 되는데 정식, 공식라인에도 있고 다른 곳에서도 추천을 한다. 물론 추천을 받아도 절차가 있어서 검증을 하고 비교해 보고 이 사람이 잘 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인사를 한다. 인사는 한두 사람이 원한다고, 천거한다고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아니다.

    △ 정규재: 문화와 교육 외 다른 분야의 천거과정에서 최순실의 개입이라든지 영향력이라든지 있었나

    ▲ 朴대통령: 없었다. 문화 쪽이 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거기에서 추천을 했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고, 추천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검증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되는거지...

    다만 '대통령으로서 막아야 할 것을 좀 놓치지 않았는지, 지켜야 할 것에 소홀한 것이 아니었는지'라는 정규재 주필의 지적에 박 대통령은 스스로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알게 된, 비로소 알게 된 일들을 보면서 '그런 일도 있었구나, 내가 살피지 못했다면 그게 내 불찰이고 잘못이다'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공정하다고 보시느냐'는 질문에는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지만 재판을 받는 입장에서 제가 함부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다"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알아왔고, 저 혼자 지내니까 소소하게 심부름도 해주고 도와줄 일을 충실히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개되는 일을 통해서 '내가 몰랐던 일들이 많이 있었구나', '여러가지 사업체를 어떻게 했다, 사익을 어떻게 했다'고 하니 그런 걸 몰랐던 불찰에 대해 마음이 많이 상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뒤에서 (자신을) 조종했고, 개성공단 폐쇄도 최순실의 작품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는 "정말 어이없는 얘기들"이라고 잘라말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규재tv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규재tv

     

    #. "국정농단? 카더라 이야기로 산더미 같이 덮혀"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사태의 본질과 관련해 "너무나 많은 어떤 허황된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엄청난 허황된 이야기가 만들어져서 '카더라' 하는 이야기로 산더미 같이 (의혹만) 덮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선거 때 1,5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저를 열렬히 지지해줘서 이렇게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는데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보답을 못드려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래도 국민들께서 이런 와중에 지지를 보내주고 응원을 해주는 것에 대해 힘이 난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태극기 집회' 이야기가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에선 희비(喜悲)가 미묘하게 교차했다.

    △ 정규재: 태극기 집회가 요즘 굉장히 커지고 있다. 최근 2주 동안 태극기 시위가 오히려 많아졌다. 인원수도 많고 열기도 굉장히 뜨거워졌다. 약간 위로를 받으시느냐, 아니면 어떤 기분을 느끼시나

    ▲ 朴대통령: 지금 촛불시위의 두 배도 넘는 정도로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듣고 있는데, 그분들이 왜 눈도 날리고 날씨도 춥고 그런데도 계속 저렇게 많이 나오시게 됐는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 법치를 지켜야 된다, 그런 것 때문에 여러가지 고생도 무릅쓰고 나오신다는 걸 생각할 때 가슴이 좀 미어지는 그런 심정이다.

    정규재 주필이 '혹시 태극기 집회는 가 볼 생각이 있나'라고 묻자, 박근혜 대통령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아직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는 "지금 여러가지 진행되는 사항들이 많이 있는데, 대북관계도 그렇고... 또 국제사회와 약속한 그런 문제들도 있고... 또 경제를 비롯해서 24개를 정해 놓고 체크하면서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일들이 여러개가 있었는데 그걸 좀 뿌리를 더 내려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안타까운 답답한..."이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끝으로 국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며 "지금 즐거운 명절을 보내시라고 하는 것도 적절한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설이 내일 모레니까, 국민 여러분이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를 기원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정규재 주필은 이날 오후 8시 40분쯤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팟캐스트 '정규재TV'를 통해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규재 주필은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통해 이번 인터뷰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재 주필은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철학과, 동 대학원 재무학 석사를 졸업했다. 그는 과거 한국경제 편집국 경제부 부장, 편집국 부국장을 역임한 후 한국경제 경제교육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2013년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공정경제분과 최고위원'에 위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