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이정현도 "김무성은 밉지 않아"… 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당의 분당 흐름을 막기 위해 초·재선을 주축으로 내세우자고 제안했다.

탄핵정국 이후에도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것을 막자는 뜻으로 한 발언이지만,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황영철 의원을 대하는 태도에는 온도 차가 감지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2일 오전 당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새누리당에는 정치권에 찌들지 않고 계파에 물들지 않은 초·재선 의원들이 있다"면서 "이들을 주축으로 완전히 신당을 만든다는 각오로 새누리당을 리빌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코앞에 닥친 대선이라고 하는 정치일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랫동안 정치 경험과 경륜을 지니고 참신한 당의 사무처가 완전히 한 덩어리가 돼서 중심이 돼야 보수의 가치를 수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정현·황영철을 포함한 3선 이상 모두는 병풍이 돼야 한다"면서 "초·재선을 활용하거나 이용해 자기의 정치적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는 이 못된 양심을 내려놔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3선 이상 의원들이 예외 없이 전원 2선으로 후퇴하고 사무처, 당직자 등과 함께 젊은 얼굴을 전면에 배치해 내년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자신의 거취 문제를 요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에 대한 대응이자 향후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비상시국회의의 대변인 격을 맡은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당을 특정인의 사당으로 만들고 최순실 국정 농단 범죄의 방패막이가 됐던 이들 8명은 스스로 당을 떠나야 한다"면서 '친박 8적'이라는 이름으로 실명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친박의 핵심이자 좌장으로 불렸던 최경환·서청원과 함께 홍문종, 윤상현, 김진태 의원이 거론됐다. 당 지도부에서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이 함께 지목됐다.

이에 이 대표가 격노해 반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28만 당원이 뽑은 지도부를 무력화하려는 너무나 뻔뻔하고 가소로운 짓"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내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같은 비상시국위원회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황영철 의원을 대하는 태도에 다소 온도 차가 있었다.

이정현 대표는 유승민·황영철 의원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똑똑한 것은 잘 안다. 본인들이 탯줄이 잘 묻어서 4선 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들에 모든 것을 주어진 것처럼 건방과 오만을 떨지 말아야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지만,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해서는 "아무리 그래도 제가 마음속에 미움이 생기지 않는 김무성 전 대표님"이라 했다.

여기에는 '당내 화합'을 강조해온 이정현 대표로서는 비박계를 마냥 때리기만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공을 펼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화가 된다'고 평가받는 비박계 의원들을 끌어당기려 한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는 원조 친박 좌장으로 오랫동안 동고동락했고 전임대표로서 존중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라면서 "서청원 의 의원과도 가깝고 제일 굼뜨게 움직여주는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해 '그나마 대화가 되는 상대'라 생각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더군다나 한솥밥을 먹은, 보수의 가치에 대해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서로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심지어는 이미 당을 나가 있는 김용태 의원·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지금이라도 정리하고 당으로 다시 들어오면 당 대표로서 기쁘게 맞이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말하겠다. 누가 추천해서 의견을 모으든 상관 없으니 일단 모아주게 되면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해 전국위원회에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공고를 지체없이 하겠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