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여 회의서 격론 오가… 일부 이견으로 시한 명시, 대표 선출에는 실패
  • ▲ 새누리당 비박계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 총회가 11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주호영 강석호 나경원 정병국 의원 등 비상시국회의 지도부에 포함된 핵심 중진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 총회가 11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주호영 강석호 나경원 정병국 의원 등 비상시국회의 지도부에 포함된 핵심 중진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세(勢)를 확인한 새누리당 비박계가 친박계 지도부를 향해 최후통첩을 전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원외당협위원장들은 11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 총회를 소집해 △이정현 지도부 사퇴 △친박 핵심 출당 △야당의 정치공세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강석호 황영철 의원 등 비박계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4시간여에 걸친 대표단회의와 총회가 끝난 뒤 비상시국회의 황영철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최순실의 국정농단 진실규명 및 단죄 노력을 끊임없이 방해한 현 지도부는 민심 이반에 책임지고 전원 즉각 사퇴하라"며 "대통령을 바르게 보필하지 못하고 당을 특정인의 사당(私黨)으로 만든 가짜 보수들도 스스로 당을 떠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탄핵 표결의 결과는 결국 친박 지도부가 당내에서도 분명히 불신임을 당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현재 당내 역학 구도를 "불신임당하고 지도력조차 상실한 몇 안 되는 강성 친박들이 당권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당권 볼모'의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꿈쩍도 하지 않고 얼마 안 되는 몇 명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그것은 당을 죽이는 것이고, 국민들이 새누리당에 갖는 그나마의 희망과 기대마저도 꺾는 것"이라고 경고해, 사실상 이번 성명서가 '최후통첩'의 성격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이날 비상시국회의는 4시간여에 걸쳐 회의가 진행된 것에 비춰 알 수 있듯이, 성명서에 담을 내용과 수위를 둘러싸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탈당과 분당까지 감수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후통첩'에 시한을 못박아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비박계 의원은 "지금까지는 꾸준하게 당내에서 당 지도부 퇴진과 인적 쇄신을 위한 노력을 하려고 해왔지만, 이제 더 이상은 이 문제를 한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기다릴 수 있는 시점을 정해놓고 결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단호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참석자도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할 것이냐"라며 "국민들은 더 이상 새누리당 내에서 지지부진하게 논의만 계속하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중론을 펼친 의원들도 있었다. 한 의원은 "탈당과 분당을 꺼내게 되면 정말 당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 당을 지키려는 사람이 되고, 우리를 떠나려는 사람으로 공격할 것은 뻔하지 않느냐"라며 "탈당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당내에서 정말 치열하게 한 번 끝까지 싸워보자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비상시국회의 끝에 발표된 성명서에는 시한을 못박지 않는 것으로 절충됐다.

    참석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서 '최소공배수'를 도출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표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9일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친박계의 이탈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당의 무게중심이 비박계로 넘어왔다는 판단 하에 '포위된 성의 한쪽 문을 터준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 ▲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는 11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연 총회에서 성명서 발표에만 합의했을 뿐 대표 선출과 관련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대표를 선출하게 될 경우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는 11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연 총회에서 성명서 발표에만 합의했을 뿐 대표 선출과 관련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대표를 선출하게 될 경우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새누리당 관계자는 "탄핵소추안 표결 이전에 이뤄졌던 정치권의 분석과 일치하는 맥락"이라며 "표결 결과 비박계가 여전히 소수라는 게 드러나면 이후 분분히 탈당하는 수순으로 가고, 의외로 비박계의 세가 큰 것으로 드러나면 탈당보다는 당에 남아 당권을 가져온 뒤 되레 친박 핵심을 축출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전망됐던 그대로"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후통첩에 시한을 못박게 되면, 그 시한을 넘길 경우 비박계가 탈당해서 분당을 결행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외길 수순'이 된다. 탈당에 여전한 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의원들이 이를 피하려 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비상시국회의 대표 선정도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는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집단지도자가 11명이라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김무성·유승민·오세훈·김문수·원희룡 5인의 대권주자에, 심재철·정병국·나경원·주호영·김재경·강석호 핵심 중진의원 6인이 포함돼다보니 이른바 '머리'가 너무 커져버렸다.

    이에 따라 단수의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날 총회에서 논의에 부쳐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시국회의 대표는 비박계가 당권을 가져오면 그대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승격되고, 당권을 가져오지 못해 분당이 결행되면 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분당 가능성은 일단 배제하고 싶은 의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담스러운 발걸음이다.

    이날 총회에서 "워낙 엄중한 시기의 논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상시국회의를 이끌어갈 대표를 한 명 선출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는데도, 실제 선출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워낙 엄중한 시기의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분당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 선출에 반대하는 논거가 "비상시국회의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상황이 아닌데, 지금 대표를 뽑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였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당권을 가져와 비상시국회의를 자진 해체하는 상황을 전제한 발언이다.

    결론을 내지 못한 비상시국회의 대표 문제는 대표단회의로 이관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만일 선출이 된다면 주중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시국회의 대표로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가장 유력하지만, 본인이 고사하는 뜻이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전 대표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로 중론이 쏠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친박~비박 계파 간의 내홍 사태는 이번 주중으로 어떤 형태로든 결착이 날 전망이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정현 나가라'는 말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같은 요구를 또 반복해서 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