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분열 이후 첫 추도식... 2野 3지도자 곳곳에서 어색한 조우
  • ▲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이 김대중(DJ)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이 열린 국립현충원에 총집결했다. 저마다 '김대중 정신'을 강조하며 자신이 'DJ 적통'임을 자처, 호남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추도식장에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물론 더민주 당대표 후보인 김상곤·이종걸·추미애(기호순) 후보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야권이 분열된 뒤 열린 첫 추도식인만큼 각 당 인사들은 서로 'DJ 정신 계승'을 강조하며 호남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편가르기 정치가 우리나라를 멍들게 하고 국민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통합의 정치, 그 정신을 다시 간절하게 그리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야권 통합과 관련,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 믿는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안 전 대표는 "많은 어려움이 우리 앞에 직면해 있지만 (김 대통령이) 남긴 말씀과 그 원칙들을 명심해서 이런 위기를 꼭 극복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문 전 대표와 야권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진행된 환담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안녕하세요"라고 묻는 문 전 대표의 인사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 세력으로부터 거친 압력을 받고 있는 김 대표가 계파 최대 수장인 문 전 대표에게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 ▲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헌화분향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헌화분향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날 야권은 7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김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비교하며 대여(對與)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더민주는 이날 논평에서 "김 전 대통령께서 국민과 함께 IMF 환란으로 무너진 나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웠지만 지금 우리 국민은 민생경제의 끝없는 추락에 절망하고 있다"며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두려워하며 섬기고자 했던 국민들은 보수정권의 정책 실패와 불통, 복지정책의 후퇴 속에 고통 받고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과의 관계에 있어서 탁월한 외교적 능력을 발휘했던 그런 지도자였다"며 "하루빨리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정책과 주변4강 외교정책이 평화와 협력 위주의 정책이 되길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만약 김 전 대통령이 생존해 계신다면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하실까"라며 "(김 전 대통령은) 사드배치는 군사적·외교적·정치적·경제적·실효적인 면에서 불필요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께서 미국과 중국 특히 대북 외교를 강화해서 국익을 지키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국민의당 상임고문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화한으로 대신했으며, 지난 7일 DJ 생가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했던 손학규 더민주 전 고문은 이날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