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김무성 단일화 종용 그만두라" 강석호 "진박 감별사 때문에 총선 패배"
  • ▲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자로 출마한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자료사진). 조원진 의원은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향해 단일화 종용을 당장 그만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자로 출마한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자료사진). 조원진 의원은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향해 단일화 종용을 당장 그만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인2표제로 치러지는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의 계파 대결 양상이 나날이 심해지는 가운데, '친국민계'를 자처하는 정용기 의원의 분투가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성 후보 6명 중 3명, 여성 후보 2명 중 1명이 지도부에 입성하는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전략은 계파별 조직표에 기대는 게 될 수밖에 없다. 네 번 중 두 번의 합동연설회가 치러진 가운데, 남은 기간 최고위원 경선에서 계파 간의 전면전 양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3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도 전체 전당대회 후보자 중 처음 등단한 조원진 의원과 그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연단에 오른 강석호 의원이 날카롭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두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 각각 친박계와 비박계를 대표하고 있다.

    조원진 의원(3선·대구 달서병)은 이날 새누리당의 불모지였던 호남에서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점에 빗대 "친박 안 되고, 호남 안 되고, 네편 내편 가르다보면 누가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키고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느냐"며 "(그런데도) 지난 1차 연설을 들어봤더니 '친박 안 된다' 하는 분이 있더라"고 비판했다.

    전국을 순회하면서도 '비박 단일화'에 대한 언급을 그치지 않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광주광역시 5·18 국립묘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병국~주호영 두 후보가 이번 주말에 단일화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전망'의 형식을 빌린 '비박 2단계 단일화'의 압박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조원진 의원은 이를 가리켜 "당대표를 지냈던 분이자 새누리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가 단일화를 종용하고 있는데, 이번 당 지도부는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지도부"라며 "유력한 대권 후보가 미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공정하게 경선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대표에게 건의를 드린다"며 "밖에서 이런 행위를 당장 그만두라, 그만두라고 충고를 드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첫 후보자의 정견 발표에서부터 일이 이렇게 전개되자, 뒤이어 두 번째로 연단에 오른 강석호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강석호 의원은 수석최고위원이 유력한 당내 비박계 최고위원 후보의 '대표 주자'로, 김무성 전 대표와는 서울 중동고 선후배에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제1사무부총장을 지내 매우 긴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 ▲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자로 출마한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자료사진). 정용기 의원은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친박, 비박이 형성되기 훨씬 전인 민자당 시절부터 당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언제부터 이 당이 친박당, 비박당이었냐고 계파 갈등의 자제를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자로 출마한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자료사진). 정용기 의원은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친박, 비박이 형성되기 훨씬 전인 민자당 시절부터 당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언제부터 이 당이 친박당, 비박당이었냐고 계파 갈등의 자제를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강석호 의원(3선·경북 영덕영양울진봉화)은 "지난 새누리당 4·13 총선 참패의 원인은 당내 진박(眞朴) 감별사 논란, 막가파식 공천 사태로 당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것"이라며 방금 연설을 마친 조원진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조원진 의원은 지난해 12월 19일 대구의 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진실한 사람'이 누구인지 헷갈릴 것"이라며 "조(원진)가 (찾아)가는 후보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이른바 진박 감별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나아가 강석호 의원은 "대통령을 거론하며 호가호위하는 녹취록 사건은 우리 모두를 경악케 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내가 만들겠다"고 숨돌릴 틈 없이 '친박 핵심'을 몰아붙였다.

    이렇듯 친박과 비박의 '대표 주자'들이 진검 승부를 일합씩 교환한 가운데, 친박과 비박이라는 계파가 존재하기 전인 민자당 시절부터 당에 몸담았던 정용기 의원은 '친국민계'를 자처하며 계파 싸움의 자제와 당내 화합을 호소했다.

    정용기 의원(재선·대전 대덕)은 이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는 게 '용기'"라며 "지금 우리 새누리당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계파 싸움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은 계파 싸움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고 자답(自答)한 정용기 의원은 "이 당의 진정한 주인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당을 지켜온 이곳 호남의 당원과 같은 애국당원들"이라며 "언제부터 이 당이 친박당, 비박당이 됐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나 정용기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역사적 화해로 뭉쳐진 민자당 공채 1기로 정당 생활을 시작했다"며 "바꿔말하면 친박, 비박이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이 당에 몸담고 있었던 것"이라고, 오랫동안 흔들림없이 당을 지켜온 자신이야말로 계파 갈등 해소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정용기 의원은 "변화를 위한 용기, 친박도, 비박도 아닌 친국민계로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정용기와 함께 당을 확 바꾸자"며 "그리하여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자"고 전주화산체육관에 모인 4000여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체육관 한편의 정용기 의원 지지자들은 "최! 고! 위! 원! 정! 용! 기!"를 박자에 맞춰 외치며 화답했다.

    여권 관계자는 "1인 2표제인 최고위원 경선이 계파 간 전면전으로 가고 있다"며 "특히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각 한 명씩 후보를 내세운 여성최고위원 경선은 계파 간의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까지 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1인 2표 중에서 한 표가 여성최고위원에게 가게 된다고 하면,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후보의 설 자리가 자칫 좁아질 수 있다"며 "친박~비박 형성 이전부터 당에 몸담아 '친국민계'를 표방하고 있는 정용기 의원이 얼마나 득표하느냐가 계파 갈등 해소에 대한 당원들의 의지를 재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