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세력 개입 의혹에도 "외부정권" 맹비난… 北 향할 레이더 놓고 "읍내 겨냥"
  • ▲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1일 오후 경북 성주를 방문해 사드배치 관련 군민 간담회를 열고 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가슴에는 성주 군민이 달아준 파란 리본이 달려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1일 오후 경북 성주를 방문해 사드배치 관련 군민 간담회를 열고 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가슴에는 성주 군민이 달아준 파란 리본이 달려 있다. ⓒ뉴시스 사진DB

    세월호의 노란 리본에 이어 이번에는 파란 리본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할 분위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다녀온 국민의당 의원들은 2일 가슴에 성주 군민을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 국회에 나타났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성주 군민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이렇게 파란 리본을 달고 왔다"며 "우리는 반드시 국민과 함께 사드배치 철회를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성주 군민은 정부의 졸속 결정으로 국익이 훼손되고 동북아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을 걱정했다"고 추켜세우고는 "성주 군민과 국민의당은 국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성주가 아니라 그 어떤 땅에라도 사드가 절대 들어와선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고 전날에 이어 재차 사드배치를 원천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면서 "거리에서 4만5천명의 성주군민이 대한민국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당 의원들 38명은 국회에서 300명의 국회의원을 움직일 것"이라며 "국회 특위 차원의 공청회, 주민간담회,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사드배치 철회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전날 국민의당은 성주를 방문해 미사일 기지인 성산포대를 둘러보고는 성주군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일찌감치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은 성주 군민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다. 곳곳에서 환영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렸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가슴에 달고 온 파란 리본도 성주 군민들이 달아준 것이다. 

    국민의당은 전날 성주에서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절대 사드배치에 찬성할 수 없다"며 정부를 맹공했다. 

    하지만 성주 군민들의 감정에 호소하다보니 국민의당과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논리에는 모순점들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 국민의당 의원들이 1일 오후 사드 배치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 공군 호크 미사일 부대 진입로를 찾아 성주군민들과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의원들이 1일 오후 사드 배치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 공군 호크 미사일 부대 진입로를 찾아 성주군민들과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진작 왔어야 했는데 외부세력이 침투했다는 정부의 말 때문에 저희가 조금 눈치를 봤다"며 외부세력의 유무(有無)를 거론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불순 세력이 있느냐, 외부 세력이 있느냐, 있으면 손들어보라"고 하더니 "우리는 안 보이는데 왜 박근혜 정권에게는 보이는지, 그분들에게 큰 현미경을 하나 사서 보내자고 제안한다"고 비꼬았다. 

    그리고는 "사드배치에 반대하기 때문에 외부세력이라고 규정하는 박근혜 정권은 외부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15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사드배치로 성난 민심을 달래고자 성주를 방문했다가 일부 폭력 시위대로부터 물병과 계란을 맞고, 6시간 넘게 버스에 감금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는 과거 통합진보당 당원 등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북 지역 언론에 따르면 평화적인 시위를 기획한 사드 배치 반대 성주군 범군민반대추진위원회 복수의 관계자는 "군민이 주도하는 순수 목적의 집회가 일부 외부세력의 조정을 받는 것은 아닌지, 군민 선동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없는지를 살펴봐야 할 시점으로 생각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미 외부세력 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령 외부세력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사드배치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당 앞에서 대놓고 드러날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배치 예정인 사드 포대와 레이더의 방향에 대해서도 꼬투리를 잡았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제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다. 오키나와나 사이판, 미국·일본 어디를 가더라도 레이더, 이런 시설은 바다를 향해 설치되어 있다"며 "그런데 왜 성주는 읍내 사람을 향해서 설치한다고 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만 일방적으로 희생될 수 없다. 성주를 위해 대한민국 위해 성주군민 여러분과 국민의당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사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명백한 모순이었다.

    미국과 일본에게 있어 지리적으로 북한은 해외에 있다. 그러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레이더 및 포대 방향이 바다로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성산포대와 레이더는 북쪽을 향하게 되고 그 방향에는 성주 시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성주를 방문하기 전날인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성주군 농민들이 사드배치지역으로 지목된 성주포대 앞 지역에서 참외밭을 갈아엎고 있다"며 "사드가 배치된다는 설만으로 올여름 성주 참외가격이 작년대비 30%이상 낮게 책정되고 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6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참외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의 사드배치 발표와 상관없이 이미 가격이 낮아진 상태로 사드와는 상관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