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디딜틈 없는 성황에…참석자들 "언젠가 깃발 들지 않겠나"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당산역 근처 한 예식장에서 당 대표 선거 승리 2주년 행사를 했다. 이날 김 대표는 '개헌론'에 불을 당겼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당산역 근처 한 예식장에서 당 대표 선거 승리 2주년 행사를 했다. 이날 김 대표는 '개헌론'에 불을 당겼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당 대표 선거 승리 2주년 행사는 대권 출마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 당 대표 선거 당시 함께 뛰었던 전국의 지지자들이 모인 이번 행사에 김 전 대표 역시 '개헌'이라는 거대 담론을 던져, 흡사 대권 출마 선언을 보는 듯 한 장면을 연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4일 오후 서울 당산동에 위치한 한 예식장에서 당 대표 선거 승리 2주년 행사를 했다. 1000여 석 정도가 준비됐던 이날 행사장은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장에 곳곳에는 '반드시 캠프 2주년'이라고 써 있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여기에는 '보고 싶었습니다', '반드시 이어갑시다', '그가 필요했습니다' 등 다음 선거를 기약하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번 4.13 총선에서 당선된 김 전 대표가 맞이하는 다음선거는 대선이다.

    행사에서는 먼저 지방에서 올라온 지역 본부와 한국미술인협회 등 외곽단체가 소개됐다. 각각 호명을 받은 지역본부와 단체들은 김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화답했다. 이따금씩 "최고다!", "잘한다" 등 추임새가 섞이며 김 전 대표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일종의 세 과시인 셈이다.

    새누리당 박성중 의원은 이날 행사 취지에 대해 "지금의 김무성 전 대표를 만든 여러분들이 갖고 있을 서운한 감정과 미안한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자리"라면서 "당 내에서 오늘 이 자리에 대해 말이 많지만 여러분께서는 말하지 않아도 어떤 자리인 줄 아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여러분 중 박성중이 당선되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느냐"면서 "총선 이후 김무성 전 대표에 세상의 여러 기대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분의 노력을 보탠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난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당시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권오을 전 의원도 "이 자리에 언론인이 참 많이 와 계신다. 혹여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자제하면서 속으로 속으로 마음을 다지고 결의를 다지는 그런 시간이 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다"면서도 "아직은 김 전 대표가 묵언수행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깃발을 드시지 않겠나. 그때까지 여러분이 이 자리를 지켜달라"고 언급했다.

    권 전 의원은 "그것이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길"이라며 "그 길만이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껍게, 부자를 떳떳하게, 공평한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우리 언젠가는 김무성의 깃발 아래 다시 모여서 해야하지 않겠나"고 했다.

    이때마다 김 전 대표를 연호하는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김 전 대표는 손을 들어 화답하고 여유있는 태도로 일관했다.

  • ▲ 이날 행사에는 인파가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날 행사에는 인파가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전 대표는 공개행사의 막바지에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가득 모인 강당에서 그는 '개헌'을 언급하며 미래 담론의 정점을 보여줬다.

    김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 체계를 바꿔야 한다. 이제 여야간 극한의 대립을 끝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냐"며 "권력을 나눠야 한다. 여야간 연정할 수 있는 권력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모두 총력을 쏟아야 할 시기에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진정한 농사꾼은 아무리 홍수나고 가뭄이 와도 좌절하지 않는다. 오로지 땅은 거짓말을 안한다는 진실을 믿고 다음 농사를 준비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성취했던 성공의 포로가 되지 말고 그 성공을 넘어 새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말도 꺼냈다.

    김 전 대표는 ▲양극화 해소 ▲공정사회 건설 ▲효율성 높은 시스템 구축 ▲ 저출산 문제 해결 등 대선 공약으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들을 연거푸 쏟아냈다.

    김 전 대표는 2년 간의 당 대표 생활을 회상하면서 "저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내색 않고 참고 또 참았다. 국정의 한 축을 이루는 집권 여당의 대표가 정국을 파국으로 이끌고 가면 안 된다는 저의 판단 때문이었다"면서 "지난 과거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지만 가슴에 묻어두고 가겠다"고 토로했다. '현재권력'과 각을 세운 발언이다.

    그는 끝으로 "새누리당에 실망감을 표시하고 떠난 국민들이 많다. 새누리당을 아끼고 지지해온 많은 분들이 당의 미래를 크게 걱정한다"면서 "대한민국이 만든 보수·우파의 가치가 외면받고 버러져서는 안된다. 희망을 놔서는 안된다"고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4.13 총선 패배 이후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잠행에 돌입했다. 그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서는 대권에 오르기 위해 당 대표직을 정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당헌당규에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 사퇴해야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