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3월 박지원 공보수석, 술냄새 풍기며 언론사 찾아가...


  • 야권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임하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시 언론사 간부에게 보도축소를 요청했다"며 청문회 개최 요구 등의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른바 '물겁 사건'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 "언론탄압의 원조는 지금의 야당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면서다.

    물컵 사건은 지난 1998년 3월 야밤에 중앙일보를 찾아간 박지원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이 언론의 정부 비판 태도를 문제 삼으며 물컵을 내던졌다는 논란을 말한다.

    중앙일보가 지난 1999년 10월 2일자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폭로하면서 거센 파문이 일었다. 이후 국정감사 등에서 수차례 거론되며 상당한 파장이 뒤따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1998년 3월 9일 오후 11시, 박지원 공보수석은 당시 중앙일보 사장실을 찾아 술냄새를 풍기며 홍석현 당시 사장과 금창태 부사장, 한남규 편집국장을 향해 "정권에 비판적인 중앙일보 보도태도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거친 불만을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이 과정에서 박지원 수석은 탁자 위 크리스탈 물잔을 집어들어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며 박 수석의 언론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은 "물컵을 놓쳐서 탁자에 떨어진 것이다"고 논란을 부인했다.

    그러자 중앙일보는 녹취록 내용을 공개하며 "물컵을 집어던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재반박하는 등 언론탄압을 둘러싼 물컵 사건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인 1999년 10월 4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공보담당자로서 언론보도가 비판적이거나 사실과 다를 경우 해명을 하거나 항의한 적은 있으나 부당한 언론간섭은 하지 않았다"며 중앙일보가 제기한 언론탄압설을 반박했다.

    그는 당시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의 요청으로 이 신문 사장실로 간 것은 사실이나 이를 두고 언론탄압 운운한 것에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시종 화기애애하게 대화가 진행됐으며 물컵 또한 내동댕이친 게 아니라 물을 마시다 실수로 떨어뜨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 당시 국감에서 '대통령이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기사수정을 요구했는지, 대선 직후 "이제 우리가 집권했는데 두고 보자"며 협박했는지 등의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