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새누리당 책임론' 朴 책임만 부각시켜… 의도된 스리 쿠션?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단순한 망언인가. 당내 대권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계산된 스리 쿠션(three cushions) 공격인가.

    서울메트로의 비정규직 차별과 관리감독 소홀으로 빚어진 구의역 참사를 "새누리당 정권이 만든 사고" "지상의 세월호"라고 표현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탓에 되레 '박원순 책임론'만 더욱 불붙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구의역 사고는 서울시의 관리감독을 받는 서울메트로가 퇴직자들을 용역업체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비롯된 것"이라며 "이토록 구의역 사고의 전말이 명백한데도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의 책임을 들고 나오고, 지상의 세월호 운운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날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더민주 소속인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정조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야말로 서울메트로에서 벌어진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구의역 사고 직후 사퇴한 지용호 (서울메트로) 전 감사는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지용호 전 감사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경희대 법대 12년 후배로, 양자는 매우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하철 운영과 관련 없는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가 어떤 경위로 감사에 임용된 것인지 확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서울메트로는 협력업체에 퇴직자들의 취업 비율을 강제하면서 매달 444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며 "그 때문에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군은 140만 원에 불과한 급여를 받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던 것"이라고 박원순 시장의 책임론 또한 제기했다.

    나아가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 새누리당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책임을 묻겠다"며 "서울메트로 상층부에 서울시장의 측근과 더민주 관계자가 포진해 있다는 언론의 문제제기도 점검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처럼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이 되레 '박원순 책임론'을 더욱 들추고 부각시키는 모양새가 되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새누리당 책임론'은 박원순 시장을 낙마시키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 아니었느냐는 의심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누가 들어도 터무니없는 '새누리당 책임론'을 제기함으로써 "실제 책임은 박원순"이라는 논란이 정치권에서 일어나도록 자연스레 부추겼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을 겨냥하는 척 하면서 기실은 박원순 시장을 공격하는, '스리 쿠션' 공격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4월 8일 광주 충장로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문재인 전 대표의 메시지 능력이 대권 주자급이라고 보기에는 현격히 떨어진다"며 "의도치 않게 박원순 시장의 책임론만 들쑤시는 결과를 낳기는 했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스리 쿠션 공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