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양의 4·25문화회관에서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가 열린 2016년 5월 6일 오전 10시 경, 나는 채널A에 출연하여 “본 대회에 김정은 위원장이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밤 10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본 대회개막 영상에서 김정은이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였다.  ⓒ 사진 = 림일
    ▲ 평양의 4·25문화회관에서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가 열린 2016년 5월 6일 오전 10시 경, 나는 채널A에 출연하여 “본 대회에 김정은 위원장이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밤 10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본 대회개막 영상에서 김정은이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였다. ⓒ 사진 = 림일

    김정은 위원장! 평양의 최대행사인 ‘조선노동당 7차대회’를 요란하게 개최하느라 수고했습니다. 세상과 통하는 문을 꼭꼭 닫아 매고 집안사람들끼리 벌린 잔치로 끝났지만 말입니다. 이번 행사를 여기 서울에서 꼼꼼히 살펴보니 당신의 정장차림 모습과 새 직함 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없더군요.

    120여 명의 외국기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해놓고도 정작 7차당대회 개최장소인 4·25문화회관 내부취재는 완전 불허하고 평양시내 엉뚱한 산업 및 문화시설 취재만 허가한 것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지요.

    참고로 언론이라고 하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세상에 알리는 겁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언론매체를 접할 때 나쁜 것을 먼저 보고 오래 기억하는데 그걸 이용하는 것이 ‘노이즈마케팅’이지요. 가령 대중이 당신의 나쁜 소식을 접할 때도 얼굴 한 번 더 보고, 이름 한 번 더 기억합니다.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지요.

    김 위원장! 저는 1980년 10월,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6차대회를 맞았던 사람입니다. 13살 때(평양대동강남자고등중학교 1학년 시절)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평양시군중대회 학생소년단 대열에 소속되어 1호 행사에 참석하였답니다.

    당시 기억을 더듬으면 6차당대회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 10대 전망목표’가 발표되었는데 사람들은 무척 흥분되었지요. 듣기만 해도 요란한 그 위대한 ‘10대 전망목표’가 실행되면 “온 나라 인민들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산다”는 김일성 수령의 소원이 풀린다고 하였으니 말입니다.

    목표달성 시점도 밝히지 않은 황당하고 추상적인 계획발표에 인민들은 아무런 말도 못했지요. 5차당대회 이후 10년 만에 6차당대회가 열렸으니 ‘10대 전망목표’ 달성 시점도 10년 이후 쯤으로 예상하고 1990년도까지 열심히 일을 하였지요.

    그 이후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인민들의 가난한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공화국 인민들 60% 이상이 하루 두 끼 멀건 죽으로 연명하는 현실이 20년 남짓 지속되고 있지요. 지방의 학생들 절반 가까이가 배고파 학교에 못가며 일반주민들 대부분이 시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형국입니다.

    이유가 뭔지 압니까? 바로 경제적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데 있지요. 땅도 공장도 인민들에게 빌려줘 거기서 생산되는 농작물이나 제품 절반 이상을 그들이 가지라고 해보시죠. 당장 농촌에 대풍이 들고 멎은 공장이 살아날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 이번 7차당대회에서는 ‘청년강국’, ‘핵보유군사강국’, ‘우주강국’ 등 인민생활향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소리만 요란하더군요. 거기에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자!’ ‘당의 영도체계를 확실하게 세우자!’ ‘자강력으로 사회주의문명국을 건설하자!’ 등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구호만 넘쳤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인데 그것도 말뿐이지 실현될 가능성은 전혀 없지요. 인민들은 당신이 하는 그 어떤 소리도 안 믿습니다. 장장 70년 동안 인민을 속여 온 조선노동당의 새빨간 거짓말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2016년 5월 10일 -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