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다윗 대 골리앗'… 구희승, 친노·친문패권 청산의 기수 부각 기대
  • ▲ 전남 순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남 순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4·13 총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12일, '선거 패배의 아이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순천 아랫장에 나타나 노관규 후보의 근소한 우세가 막판에 흔들릴 가능성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아침 순천 아랫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이른 시각이라 광적인 지지자 무리들의 동원이 어려웠던지, 이번 2차 호남 방문 일정 중 분위기는 가장 냉담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연설을 마치고 광주로 떠난 뒤 노관규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지만, 신중하게 문재인 전 대표의 방금 전 순천 방문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나 의미 부여를 삼갔다.

    노관규 후보는 순천시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4일 △순천만~국가정원 간의 습지복원을 통한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 방안을 제시한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옥천호수공원 등 물길 유입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 방안 등을 연이어 터뜨리며 정책 선거를 주도, 근소한 우위를 지켜왔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가 방문하면서 '호남을 멸시하는 친노·친문패권주의' 이슈가 전면적으로 부각되면 '다 된 밥'으로 여겼던 선거가 막판에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반면 새누리당 이정현·국민의당 구희승 등 경쟁 후보들은 '마이너스의 손' 문재인 전 대표의 순천 방문에 따른 노관규 후보의 감표(減票) 효과를 예의주시하며 표정을 관리하고 있다.


  • ▲ 전남 순천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지난 7일 순천아랫장 장날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전남 순천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지난 7일 순천아랫장 장날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정현 후보 측에서는 그간 '다윗 대 골리앗'처럼 대조됐던 이정현 후보의 유세 방식과 노관규 후보의 유세 방식이, 이번 문재인 전 대표의 순천 방문을 계기로 마침내 정점을 찍게 될 것이라고 보는 듯 하다.

    노관규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배낭을 메고 선거전에 임했다고는 하나, 집중유세에서는 전현직 시·도의원이 도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모습이 '골리앗'의 모습이라면, 도와주는 시·도의원 한 명 없이, 심지어 수행원도 없이 하루 종일 1톤 소형 유세차에 매달려 홀로 돌아다니는 이정현 후보의 모습은 '다윗'과 같이 대비됐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더민주 노관규 후보는 자신이 '외롭게 싸우고 있다'며 '손을 꼭 잡아달라'고 한다"면서도 "도열해 있는 시·도의원을 내려다보며 대형 유세차에서 연설하는 노관규 후보와, 소형 1톤 유세차에 매달려 절규하는 이정현 후보의 모습에서 시민들은 누가 강자고 약자라고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치열한 3파전 구도 속에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을 받았던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는 호남 전역으로 확산되는 '녹색 바람' 속에서 막판 탄력을 받고 있다.

    구희승 후보는 앞서 지난 3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가장 먼저 "비겁하게 총선은 나오지 않고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문재인 씨는 야당의 발전과 정권 교체를 위해 반드시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정계은퇴와 대선불출마의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그런데 마치 이를 받듯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8일 광주에서 "호남에서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떠나고 대통령 후보로도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구희승 후보가 친노·친문패권 청산의 기수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는 것이다.

    구희승 후보는 이날 문재인 전 대표가 순천 아랫장을 방문한 직후 바로 같은 장소에서 유세를 진행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의 심판을 부르짖었다. 이 자리에는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일관해 외쳐온 호남과 전남 동부를 대표하는 정치인 주승용 원내대표도 참석해 유세 효과의 극대화를 노렸다.

  • ▲ 전남 순천에 출마한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의 손을 같은 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치켜들고 있다.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남 순천에 출마한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의 손을 같은 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치켜들고 있다.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날 유세에서 구희승 후보는 "선거가 다급하니 오지도 못하다가 단 한 표라도 주워보려고 '호남을 챙겼네' '호남을 사랑했네' '호남과 같이 가겠네'라고 한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그 말을 믿는가"라고 문재인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던졌다.

    아울러 "이미 호남 형제들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며 "이번 총선이 끝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은 이곳 호남에서 사라지고 없어지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판 동정론에 호소하기도 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전부터 행정·사법고시 양과에 모두 합격하고 경제관료와 판사로 봉직해 온 구희승 후보는 서울이나 수도권 어느 지역구에 출마해도 당선될 수 있을 정도로 경력이 훌륭한데, 정작 고향이고 고등학교를 나온 순천에서는 막상 이상할 정도로 표가 안 모인다는 의아함이 섞인 지적이 있었다.

    구희승 후보는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나와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은 다 시장으로, 국회의원으로 한두 번 일해오지 않았느냐"며 "이것저것 다 떠나서 구희승에게도 이번만큼은 일할 기회를 한 번 달라"고 호소했다.

    나아가 "이번만큼은 나 구희승을 한 번 써달라"며 "나도 남들처럼 일할 수 있게 한 번만 선택해줄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고 부르짖었다. 구희승 후보는 이 대목에서 다소 목이 메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원 유세를 위해 순천 아랫장을 방문한 이웃 여수의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구희승 같은 사람이 10년 동안 선거에 나올 때마다 패해도 순천을 떠나지 않고 순천시민과 함께 생활하고 호흡하며 순천을 지켜왔다"며 "이런 사람을 안 뽑아주고 누구를 뽑아주느냐"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내 선거도 제쳐놓고 이웃사촌 순천이 오늘 아랫장날이라 해서 구희승 후보에게 한 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주승용이가 왔다"며 "목이 쉬라고 순천시민 여러분에게 호소하는 구희승 후보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