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길정우 등 불발 공약 많아… 시민단체 평가 냉혹
  • ▲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서울 서초을·사진 왼쪽)과 길정우 의원(서울 양천갑·오른쪽).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서울 서초을·사진 왼쪽)과 길정우 의원(서울 양천갑·오른쪽). ⓒ뉴시스 사진DB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신청이 마감된 결과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자가 몰려 지역구당 평균 경쟁률이 더민주의 2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옥석(玉石) 가리기가 중요한 총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는 822명의 공천 신청자가 몰려 경쟁률 3.34대1을 기록한 반면 더민주에는 371명이 신청하는 데 그쳐 경쟁률 1.51:1에 그쳤다. 새누리당의 공천 경쟁률이 더민주 경쟁률의 두 배를 넘는 양상이다.

    국민의당 출현으로 오는 총선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정치 유망주들 사이에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하는 게 당선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유능한 인재를 다수 수혈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부터 인적 쇄신의 호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럴 때야말로 공천 심사 과정에서부터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상향식 공천의 원칙상 최종적으로 옥석을 직접 가리는 것은 국민이어야 한다. 다만 특정 지역은 사실상 새누리당의 공천이 곧 당선처럼 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 '온실' 지역에서 화초처럼 안주하고 있던 현역 국회의원은 과감한 '쳐내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낙천의 기준으로 제시한 '부적격자'와 '저성과자'도 이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부적격자는 예비후보자에게 적용되는 기준이고, 저성과자는 현역 국회의원에게 적용되는 사유다. 저성과란, 지역구가 '텃밭'화 돼 있어서 달리 경쟁할만한 '메기'와 같은 야당 후보가 없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의 공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되레 이걸 다음 총선에서 다시 한 번 사골 우려먹듯 다시 써먹을 궁리나 하고 있는, 세비(歲費)를 축내는 무리들을 일컫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람들을 이번에 공천 심사 과정에서 과감히 쳐내고, 모처럼 문전성시를 이루며 모여든 인재들로 갈아야 새누리당의 장래가 밝아진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이들 '온실 속 화초'형 국회의원들 때문에 '텃밭'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지역 민심이 이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때의 득표 자료를 분석하면, 서울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알려졌던 지역 표심의 이반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총선 공천을 그르치면 내년 대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정권을 내놓는 사태로 이어질 수까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느 텃밭의 어떤 국회의원이 저성과자인가. '부적격자'에 대한 논의는 분분해도 '저성과자'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못하다. 대상자가 필연적으로 현역 국회의원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감히 입에 담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의정활동 평가와 지역공약 이행 평가 등을 종합해보면, 새누리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강남·목동 등의 특정 국회의원을 지목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는 모습이다.

  • ▲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 ⓒ뉴시스 사진DB

    일례로 서울 서초을의 강석훈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노후주거단지정비 조기 추진 △내곡동 용도변경 △국립중앙의료원 조기 유치 △문화복지복합시설 건립 조속 추진 △문화예술특구 서초 만들기 △지역 랜드마크 개발 △양재연구단지 조속 완료 △강남대로 지하공간 개발 등 장밋빛 공약들을 대거 내걸었으나, 4년이 지나 새로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제대로 완료된 것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초구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 주변의 9개 마을은 2006년 이후로 10년째 여전히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묶여 있다. 이 때문에 용적률 100%, 건물 층수 3층 이하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개발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1종 일반주거지역(서울시 조례에 따른 용적률 150%)으로의 변경이 이뤄질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강석훈 의원실에서는 "서울시와 주기적 협의를 통해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선된 게 언제이고 당장 다음 총선이 다가오는 마당에 언제까지 '추진 중'인가. 당장 내달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해당 안건이 다시 상정될 예정이지만,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새롭게 건립한다는 문화복지복합시설 공약도 무위로 돌아갔다. 내곡동에 소재한 서초아트원의 운영을 민영 위탁에서 서초구 직영으로 돌렸을 뿐이다. 결국 관내에 새롭게 문화시설이 늘어난 건 아닌 셈이다.

    문화예술특구 서초만들기를 위해서는 이전 정보사 부지를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지역 랜드마크 개발은 서초진흥아파트 맞은편, 서운중학교 인근의 롯데칠성 부지를 활용해서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서울시와의 협의가 미진한 관계로 사실상 사업이 좌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대로 지하공간 개발 공약도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신분당선 연장공사와 연계해서 실시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신분당선은 용산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된 관계로 노선을 어느 방향으로 연장하느냐부터 재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라, 언제 연장공사가 본격 진행될지조차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단 현재 신분당선의 종착역으로 돼 있는 강남역에서부터 강남대로를 따라 신논현역~논현역~신사역으로 이어지는 구간만이라도 연장 공사가 시작되도록 지역구 국회의원이 독려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랬어야 공약 사항인 지하 개발의 동시 추진도 그나마 가능했을텐데, 자신의 공약임에도 손놓고 바라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총선을 앞둔 임기 마지막 해에야 부랴부랴 생색내기 식으로 첫삽을 뜨기 시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공약 사업들도 적지 않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공약 사항으로 양재연구단지를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했으나, 실상은 2016년도 예산안에 기본계획 수립을 목적으로 고작 3억 원이 반영되는 데 그쳤다. 공약이 2012년 총선에서 제기됐는데 4년 동안 뭘하다가, 이제 기본계획 수립 목적 예산이 겨우 반영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마지막 해에야 부랴부랴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을 밀어넣은 것은 눈앞에 닥친 총선을 염두에 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후주거단지정비의 조기 추진도 지역구민의 주거권과 재산권을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속도를 냈어야 했으나, 역시 임기가 끝나가는 지난해 12월에야 관내 3개 구역에서 착공이 이뤄지는데 그쳤다.

  • ▲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 ⓒ뉴시스 사진DB

    강남과 함께 또다른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목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서울 양천갑의 길정우 의원도 이 점에서는 만만치 않다.

    길정우 의원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목동운동장~목동주차장~목동테니스장~유수지를 연결하는 랜드마크 조성 △청소년과 생활체육인을 위한 스포츠커뮤니티 조성 △순환개발형 재개발·재건축 △저소득층 자녀 및 대학생 학자금 대출 지원 △관내 국공립고교 신설 추진 △안양천 생태환경공원 조성 등의 공약을 내걸었으나 말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목동운동장~목동주차장~목동테니스장과 유수지를 연결하는 랜드마크 조성은 전혀 추진 실적이 없으며, 무슨 랜드마크를 어떻게 조성하겠다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뤄진 것은 국토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했던 유수지에 대해서 지난해 7월 지구 지정이 취소된 게 고작이다. 이 역시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공약과 관련해 생색내기용으로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순환개발형 재개발·재건축은 지역구민들의 최대 관심사이지만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길정우 의원은 이와 관련해 목동재개발·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을 지원하고 지난해 11월 11일과 지난달 12일에야 두 차례의 토론회를 급히 열었다. 4년 임기 동안 무엇을 하다가 총선을 앞둔 시점에 급히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었는지 지역 정가에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실제로 재건축이 시작된 곳은 없다.

    저소득층 자녀 및 대학생 학자금 대출 지원은 포퓰리즘 공약으로 끝나버렸다. 길정우 의원실은 이와 관련해 "지역 학부모들로 이뤄진 사단법인 행복교육누리의 설립을 지원하고, 길정우 의원이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학자금 대출 지원의 수혜를 받은 저소득층 자녀와 대학생의 현황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사단법인 행복교육누리와 KB국민은행을 이 단체의 상임고문인 길정우 의원이 연계시켜 12억 원의 지원금을 확보, 관내 청소년수련관의 대극장을 리모델링했다는 성과가 있으나, 이는 애초 공약 사항인 학자금 대출 지원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평이다.

    애초부터 공약을 내걸 때부터 실현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내건 것인지 의문스러운 공약들도 있다. 공약의 성격상 제시될 때부터 부지 마련을 염두에 뒀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해 실패로 끝난 공약들이다.

    스포츠커뮤니티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조성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신설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대신 목동테니스장에 대한 개·보수로 방향을 틀었으나 그나마도 예산 확보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비 확보에는 이미 실패하고 시비라도 확보하기 위해 서울시와 교부금 협의 중이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부터 조성할 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공약을 내건 것 자체가 문제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지역 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역구 내에 거주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원거리 통학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국공립고교의 신설 추진 공약도 있었다. 이 역시 임기내 완수에 실패했다. 길정우 의원은 이와 관련해 서울교육감 및 강서교육장과 수차에 걸쳐 협의했으나, 결국 부지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부지가 확보되면 본격 논의하겠다고 긍정적으로 약속했다고 하나, 사업의 성격상 부지가 확보되면 일은 일사천리이고 정작 부지 확보가 가장 어렵다는 점에서, 부지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은 결국 공약 이행에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역시 애초부터 적당한 부지를 물색하지 않은 채 공약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길정우 의원 측은 그 대신 월촌초등학교의 다목적 강당을 설립하기 위한 31억6700만 원의 교육부 특별교부금을 확보했다고 하나, 애초의 공약인 고등학교 신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초등학교 다목적 강당 설립을 두고 '대신'이라 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양천에 생태환경공원을 조성하고 이를 생태체험 교육공간으로 삼아 친환경 교육을 실시한다는 야심찬 공약도 있었다. 이 역시 4년 임기 동안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추진하는 안양천 하류정비사업과 관련해, 신정교와 오목교 사이의 둔치에 생태환경공원을 조성하는 문제를 추진·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이 사업은 그나마 부지가 어디인지는 분명하다는 점에서 조금 낫다는 지적이지만, 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협의·추진만 하면 도대체 공약 완수는 언제 이뤄지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4년 내내 추진만 하면 다음 총선 때 다시 공약으로 쓰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기본적으로 지난 총선에서 내걸었던 공약은 임기 내에 완수를 하고, 새로운 총선은 새로운 공약으로 심판받아야 할텐데, 이러한 행태는 정치혐오증을 조장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