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전북 영향력은 인정하지만 정체성이 문제… "성찰 과정 거쳐야"
  • ▲ 26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김한길 창준위 상임부위원장,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 천정배 위원장은 이날 통합 선언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당 공식 일정에 합류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26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김한길 창준위 상임부위원장,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 천정배 위원장은 이날 통합 선언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당 공식 일정에 합류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이 통합 선언 이후로 공식 일정에 처음으로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펼쳤다.

    두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친노패권주의 계파의 패권정치에 질려 탈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이날 창당대회에서는 패권정치를 향한 집중 포화가 가해졌다. 향후로도 두 사람을 묶는 공통 키워드인 '반패권정치'를 중심으로 더민주와의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철수·천정배 위원장은 26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두 위원장 외에도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김한길 상임부위원장, 주승용 원내대표, 장병완 정책위의장, 유성엽 당헌기초위원장, 문병호 인천시당위원장, 김동철 광주시당위원장,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 김관영 전북도당위원장, 임내현·김승남 의원과 국민회의 김호서·김정호·홍경희 전북도당 공동위원장이 함께 해 통합 이후 첫 공식 행보에 무게감을 더했다.

    별도의 통합 축하 세레머니도 창당대회 식순 중의 하나로 진행됐다.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연단 앞으로 나온 국민의당 한상진·안철수·김한길·김관영 위원장은 국민회의 천정배·김호서·김정호·홍경희 위원장에게 화환을 걸어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사회자 또한 "당원 동지 여러분 뜨거운 박수를 부탁한다"며 "(국민회의와의 통합을) 환영하고 감사하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한상진 위원장은 축사를 시작하면서도 "오늘은 특별한 동지가 한 분 계신다"며 "친노패권정치로 물든 제1야당 지도부, 특히 문재인 대표의 협량한 정치에 분연히 맞서 가장 먼저 탈당하고 호남 정치의 복원, DJ 정신의 계승을 내걸고 국민회의를 이끄신 분, 그리고 어제 국민의당과 전격적으로 통합하는 용단을 내린 존경하는 동지, 천정배 의원에게 뜨거운 박수를 달라"고 한껏 예우를 갖췄다.

    안철수 위원장도 축사에서 "여기 천정배 의원은 어제 우리와 함께 온 힘을 다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이제 하나이며, 국민의당과 국민회의는 하나된 힘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힘을 주었다.

    특별히 안철수 위원장에 앞서 격려사를 하도록 식순에서도 배려받은 천정배 위원장은 "국민회의와 천정배는 이제 국민의당과 하나가 됐다"며 "특권 세력의 독점·독식·패권의 세상을 함께 잘사는 상생과 협력의 세상으로 바꾸고자 우리는 하나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의당~국민회의 양당 간의 통합은 '반문(反文) 연대'의 성격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중도개혁 지향의 동의 △호남 현역 물갈이에 대한 입장차 △더민주와의 수도권 선거 연대 여부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국부 호칭에 대한 폄하 등 산적한 쟁점에 있어 의사의 합치를 보지 못했는데도 일단 통합 선언부터 먼저 이뤄졌기 때문이다.

  • ▲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천정배 위원장은 이날 전북도당 창당대회 이후 광주광역시로 이동해 가진 시의회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선(先)통합이 이뤄졌다는 점만 인정했을 뿐 적지 않은 쟁점에서 국민의당 기존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입장과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저런 쟁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미묘한 균열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이날은 '반문 연대'라는 최대공약수에 충실하게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정조준과 십자포화가 가해졌다.

    한상진 위원장은 "제1야당은 패권정치에 물든 상황에서 혁신위를 만들어 정치혁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혁신의 본질을 외면하고 지엽적인 발상으로 문재인 지도부를 보호하는 처방을 내렸다"며 "문재인 대표에게 '유권자 혁명이라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으니 잘못하면 제1야당이 무너진다'고 간곡하게 호소했지만 전혀 듣지 않았다"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바로 그 시기에 탄생한 국보위에 참여했던 분을 선대위원장 겸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서 60년 전통의 민주당을 송두리째 갖다바치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참담한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며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포문을 열었다.

    천정배 위원장도 이에 질세라 "야당은 호남을 하청 동원기지 취급해왔다"며 "우리가 결정할테니 호남 사람들은 그저 그대로 따르라는 오만한 패권이 야당을 지배해왔다"고 장단을 맞췄다.

    안철수 위원장은 "낡은 패권주의와 싸우고 여야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끝낼 것"이라며 "우리에게 미숙하고 모호한 점, 실수가 있었더라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국민의당~국민회의 통합 선언에 발맞춰 이에 무게를 싣는 여러 가지 퍼포먼스와 강도 높은 발언, 의미 부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북에서 통합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은 전남이나 목포에서는 모르겠지만, 이 곳 전북에서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인물"이라며 "DJ(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호남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 사람들도 문재인 대표는 지긋지긋하고 신당을 원하기는 하지만, 안철수 대표나 천정배 의원이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미심쩍어 하고 있다"며 "만일 전북에서 통합에 기대감을 갖는다면, 통합에 따라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이 등판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 국민의당 유성엽 당헌기초위원장은 26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당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유성엽 당헌기초위원장은 26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당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실제로 야권 신당 추진 세력 간의 통합이 이뤄지면 현재 전북 순창에 칩거해 있는 정동영 전 의장도 정치 재개 선언과 함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안철수~천정배 통합으로 정동영 전 의장의 복귀가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유성엽 의원은 이날 "튼튼한 호남 기반의 정당을 만들어 전국 정당을 지향해야 하는데, 어제 다행히 천정배 신당과 합당했다"며 "우리 전북이 배출한 위대한 정치지도자 정동영 의장의 참여도 우리가 간곡하게 요청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좌중의 1500여 청중은 막대풍선을 흔들며 큰 소리로 호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정동영 전 의장의 합류가 바람직한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엽 의원과 같은 전북 지역구 의원으로, 창당대회에서 전북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김관영 의원은 이날 오전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정동영 장관을 모셔야 한다는 의견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며 "전북에는 도움이 되지만 당 정체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국민의당에서 새로 합류한 천정배 위원장은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정동영 전 의장이 보여온 행보를 보면 천정배 위원장보다 더욱 왼쪽에 있다.

    4·13 총선에서 제1야당이 돼서 야권의 주도 세력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중도 지향을 통해 '정치적 중원'을 장악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데, 되레 당의 '좌클릭'을 야기할 거물들이 연이어 들어오면 균형추가 깨진다는 우려다. 가뜩이나 지금도 '반문(反文)'이라는 최대공약수 위에 통합이 기반해 있는데, 정동영 전 의장마저 들어오면 '한 지붕 생활'이 더 아슬아슬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전북에서 신당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정동영 전 의장의 존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한상진 위원장이 제시한 '성찰적 진보'의 과정을 통해 정동영 전 의장이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당에 합류한 의원실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이 지난 2003년 민주당을 쪼개 열우당을 창당한 분열의 과오를 지난 번 광주에 왔을 때 사죄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통합 과정에서 논란은 더욱 커졌을 것"이라며 "정동영 전 의장도 한미FTA 반대·제주해군기지 반대·희망버스 과격행동 등 과거의 과오에 대해 성찰한다면 합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북도민들은 정동영 전 의장이 과격 진보의 아이콘이라서 기대감을 갖는 게 아니라 이 지역 출신의 큰 인물로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지하는 것이고, 정동영 전 의장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박주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한미FTA를 반대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하니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