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대불가론에 힘 실어…국민의당이라는 巨艦의 평형수 역할
  • ▲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상임부위원장,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통합신당 박주선 창당준비위원장이 27일 의원회관에서 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함께 빠져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상임부위원장,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통합신당 박주선 창당준비위원장이 27일 의원회관에서 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함께 빠져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국민의당과 박주선 창당준비위원장의 통합신당이 통합한 것은, 지난 25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의 통합으로 크게 출렁이며 왼쪽으로 기우는 듯 했던 통합 야권신당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점에서 절묘한 균형의 한 수로 평가된다.

    박주선 위원장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발탁으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맡으며 검찰을 떠나 정치권에 입문한 이래,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지향한다는 DJ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면서 운동권·좌파의 친노패권주의에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일관했다.

    이러한 점을 생전의 DJ는 높이 평가했다. DJ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부부 동반 모임에서 박주선 위원장을 가리켜 "나와 역사를 함께 쓸 사람"이라고 직접 평했다. 이 사실을 전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당시 청와대 공보수석)는 "최고의 극찬을 받은 사람은 박주선"이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2005년 5월 노무현정권의 표적수사·정치탄압이었던 '나라종금 사건'과 '현대건설 사건'에서 잇따라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직후, 동교동 DJ 자택을 찾은 박주선 위원장은 정치에 대한 회의를 토로했다. 그러자 DJ는 직접 "호남에 인물이 없는데, 정계에 남아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DJ의 유지(遺志)대로 호남을 대표해 야권발 정계개편이라는 회오리 속에서 큰 역할을 할 때가 마침내 찾아왔다는 지적이다. "친노·운동권·좌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호남 민심에 따라 새로이 성립되고 있는 국민의당을 수권 가능한 중도개혁·민생실용 정당으로 이끌어야 할 무거운 책임이 박주선 위원장에게 지워졌다.

    호남이 친노패권주의 계파에 환멸을 느끼게 된 연원은 2003년 열우당 창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를 기점으로 급격히 좌경화된 야권의 주도 세력은 호남의 몰표에도 불구하고 선거마다 연전연패했다. 지난달 20일 더민주를 탈당한 국민의당 김동철 광주시당위원장은 "(2003년 열우당 창당 이후) 두 번의 총선과 두 번의 대선 패배는 물론이고, 재보궐선거에서 1승 30패를 당했다"고 일갈했다.

    박주선 위원장은 열우당 창당으로 인한 야권 분열의 과정에서 분연히 민주당을 지켰다.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박준영 전남도지사(당시)에 맞설 후보가 없자, 열우당이 박주선 위원장을 유혹하기도 했으나 그는 "이념과 노선이 다르고, 민주세력과 호남 분열의 원흉인 열우당에는 입당할 수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지난 25일 먼저 국민의당과 전격 통합 선언을 한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이 이 당시 열우당 창당을 주도해 친노패권주의의 발호를 불렀다는 원죄(原罪)를 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천정배 위원장은 이 때문에 지난달 29일 광주에서 "호남의 희생을 바탕으로 패권정치의 싹이 자라나게 했다"며 "지난날의 전략적 과오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호남 주민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처럼 중도개혁·민생실용이라는 노선의 유연성과 함께 친노패권주의에는 누구보다 비타협적으로 맞선 선명성을 두루 갖췄다는 것은 신당이 지향해야 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지적이다.

    박주선 위원장은 이날 통합 선언 기자회견 직후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非)호남 선거 연대론에 대해서도 당당한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안철수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선거 연대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이번 총선은 양당 구조를 깨느냐, 못 깨느냐의 싸움"이라며 "부분적인 후보단일화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국민의당에 합류한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은 "비호남에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을 방안이 필요하다"며 "(야권 연대는) 잘 조정해야 할 중요한 쟁점"이라고, 선거 연대론에 긍정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이렇게 되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다당제로 가는 과정에서 절대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모든 지역에서 다 연대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극히 일부 제한적인 특정 지역에서는 연대도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유성엽 당헌기초위원장은 "제1야당을 넘어 제1당이 되려고 당을 만드는 것인데, 연대를 하려면 무엇하러 당을 만드느냐"며 "제1당을 하려는 당이 연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워버려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박주선 위원장은 "더민주를 탈당하고 대체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으로서, 우리는 우리대로 새시대에 맞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적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친노패권주의에 물든 더민주는 대체 대상이지 연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도권 연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연대불가론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