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공정한 경선 시스템 제시해, 지분 요구 등 잡음의 근원 도려내야
  • ▲ 지난 2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김영환·문병호·임내현·황주홍 의원 등 참석자들이 계파패권·부정부패·낡은진보 등의 상징물을 허물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지난 2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김영환·문병호·임내현·황주홍 의원 등 참석자들이 계파패권·부정부패·낡은진보 등의 상징물을 허물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이 시도당 창당 과정에서 끊이지 않는 잡음에 신음하고 있다. 잡음의 근원에는 '안철수 위원장 측'을 자칭하는 사조직의 집요한 지분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2일 중앙당 창당을 앞두고 사조직의 발호를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불과 76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어서, 안철수 위원장의 결단이 요구된다.

    ◆부산시당 창당대회 소란, 징후 있었는데 안철수만 몰랐나

    26일 국민의당 부산시당 창당대회는 터질듯 터질듯 이어지던 시도당 창당 과정에서의 긴장이 마침내 폭발한 자리였다. 시도당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대립한 당원들은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면전에서 고성을 지르고 단상의 마이크를 집어던지며 뺏고 빼앗기는 등 목불인견의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위원장은 소란이 벌어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시당 내에서 합의하도록 자율권을 충분히 줬다"며 "서로 간의 이견이 미처 해결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이같은 충돌이 벌어질 것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듯한 말을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실무 관계자는 부산시당 창당대회 몸싸움 사태가 일어났던 26일 밤 본지와 통화에서 "부산에서 그런 징후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그리됐느냐"며 개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시당 사태는 '빙산의 일각'처럼 시도당 창당 과정에서의 긴장이 겉으로 드러난 경우이고, 무사히 창당된 여타 시도당에서도 창준위 단계의 논의 과정에서 한두 차례의 몸살을 앓지 않은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의 근원에는 내일포럼 등 안철수 위원장 측을 자처하는 사조직의 집요한 지분 요구가 도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테이블 마주앉자마자 "지분 5대5로 하자"

    국민의당 ㄱ 시도당에서는 이달 중순 창당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파열음이 들렸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안철수 위원장 측' 사조직 관계자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현역 A 의원 측 관계자에게 "지분을 5대5로 하자"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사조직 관계자는 심지어 시도당 창준위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더민주로부터 추가 탈당하는 의원이 나와 "B 의원, C 의원으로부터도 시도당 창당발기인을 추가로 추천받자"고 A 의원 측이 제안하자, 발기인 지분이 '희석'된다는 이유로 마뜩찮은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시도내 새누리당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에서 D 예비후보만 내일포럼 등과 친밀하다는 이유로 창당발기인을 추천받고, 마찬가지로 같은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E 예비후보는 전면 배제되자 E 후보가 시도당 창당의 폐쇄적 진행에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력 시도당위원장 후보자 자기희생으로 무사 창당하기도

    국민의당 ㄴ 시도당 창당 과정에서의 내홍도 만만치 않았다. 이 지역 시도당 창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관계자는 "창준위 발기인대회가 끝나고 공동창준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 사사건건 대립이 이어졌다"며 "발기인들이 회비를 갹출할 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하는 사소한 문제조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창당 작업이 지연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당초 시도당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유력시되던 F 의원이 공동위원장 체제의 비효율을 절감하며 "시도당위원장도 공동 체제가 되면 나중에 시도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으니 시도당위원장을 단독으로 해야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내부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F 의원은 단독 시도당위원장 주장을 펼치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추대되면 당을 위한 진정성이 곡해될 것을 우려해, 스스로는 시도당위원장을 사양하고 대신 G 의원을 추천하는 헌신을 보여줬고, 그 결과 ㄴ 시도당은 G 의원 단독시도당위원장 체제로 무사히 창당이 이뤄졌다.

  • ▲ 지난 21일 전라남도 보성다향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남도당 창당대회에서 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황주홍 의원이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지난 21일 전라남도 보성다향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남도당 창당대회에서 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황주홍 의원이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사무처장도 공동으로"… 결국 현역이 양보

    국민의당 ㄷ 시도당은 창당 과정에서의 갈등이 창당대회가 치러진 뒤까지 계속 이어진 케이스다. 안철수 위원장 측근 사조직의 집요한 공동위원장 체제 요구로 인해, 공동시도위원장 체제로 창당대회가 치러진 ㄷ 시도당은 이후 시도당 간부 구성을 놓고 재차 대립을 시작했다.

    시도당 사무처장마저 공동사무처장 체제로 하자는 안철수 위원장 측근 사조직 관계자들의 요구에 대해 더민주 탈당파 의원 측 관계자는 "사무처장을 둘을 세우자는 것은 각 조직끼리 다른 살림을 하자는 말이 아니냐"며 "하나의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ㄷ 시도당 창당대회에서 공동위원장으로 추대된 H 위원장은 창준위 단계에서 공동위원장 체제의 비효율을 직접 목도한 터라 사무처장은 단독으로 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으나, 밑에서 모시는 '안철수 위원장 측' 사조직 관계자들의 극성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갈등은 H 위원장과 시도당공동위원장인 I 의원이 결국 사무처장 자리를 H 위원장 측에 할애하기로 하면서 비로소 해결됐다. I 의원은 "창당 과정에서는 득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점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시도당 창당 과정에서 더 이상의 잡음을 막기 위해 용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창당대회에서 이의 제기… 준비 과정서 의견 대립 심해

    ㄹ 시도당은 공동시도당위원장을 요구하는 '안철수 위원장 측' 사조직의 요구를 현역 의원 측이 일축하면서 부산시당과 같은 몸싸움만 없었을 뿐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케이스다.

    ㄹ 시도당 창당대회에서는 J 의원이 단독시도당위원장으로 추대됐으나, 시도당 공동창준위원장이었던 K 위원장의 공동시도당위원장 체제를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나 한때 장내가 긴장에 휩싸였다. 다행스럽게도 K 위원장이 그같은 제안을 스스로 고사하면서 창당대회는 무사히 치러졌다.

    창당대회 자체는 무사히 치러졌으나 ㄹ 시도당 창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위원장 측근'을 자처하는 내일포럼 관계자들과 J 의원 측 관계자는 수차에 걸쳐 의견 대립과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몫 위원장보다 밑에서 모시는 사람들이 더 극성

    이같은 국민의당 시도당 창당대회 과정에서의 대립과 갈등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안철수 위원장 몫'으로 분류된 공동창준위원장들은 탈당파 현역 의원과 협조적인데, 되레 밑에서 일하는 실무진들이 지분 요구에 더욱 집착한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민의당의 한 시도당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측 시도당 창당준비공동) 위원장은 괜찮은데, 밑의 주위에서 따르는 사람들이 막 자기들 권리를 주장하더라"며 "우리 시도당에서도 안철수 의원의 측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창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분 이야기를 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이 사람들이 심지어는 재작년 6·4 지방선거에서는 자기네들이 '너무 당했다'며 이번에는 지분을 몇대몇으로 하는 것을 정해놓아야 한다고 하더라"며 "우리 시도당은 그나마 원만하게 잘 끝난 편인데도 한때 내부적으로는 정말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시도당 실무 관계자도 "(시도당 창당 과정에서) 하도 지분 이야기에 시달려서, 이번에 천정배·박주선 의원과 통합할 때 '지분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고 했다기에 '참 잘했다'는 칭찬이 절로 나왔다"며 "만일 그 때 지분을 5대5로 갈라놓았으면, 천정배 의원이 들어오면 33.3%가 되고, 박주선 의원이 들어오면 25%가 돼야 했던 것이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패권정치' 뒤집어씌우기 "언론플레이 어이없다"

    대체로 이같은 갈등이 ㄴ 시도당, ㄷ 시도당의 케이스에서 보여지듯 탈당파 의원들의 양보와 배려로 잦아들고 있는데도, '안철수 위원장 측근'을 자처하는 세력들이 마치 탈당파 의원들이 무슨 기득권을 주장하거나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뒤집어씌우는 것도 당의 화합과 단결을 저해하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도당 관계자는 "왠만하면 창당 과정에서 제살 깎아먹기가 될 것 같아 자제하고 있었지만, 부산시당에서 그 난리가 나는 걸 보니 문제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며 "ㄹ 시도당 창당대회에서 내일포럼 관계자가 현역 의원을 '패권정치' '도로민주당'인양 폄하하는 것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시민운동했던 사람들은 아집도 많고, 독선도 있고, 자기들끼리만 하려는 게 친노(親盧) 못지 않더라"며 "친노패권주의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을 나왔는데 '안철수 식구'들로부터 나는 느낌이 더 배타적이고 자기들끼리만 뭉치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태규 단장이 내부적으로 자제를 지시하는 것 같기는 하던데 밑에 있는 조직에 깔려 있는 생각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고, 안철수 대표는 이런 걸 아예 모르는 것 같았다"며 "안철수 대표나 이태규 단장이 네트워크 내일 쪽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지난 26일 전라북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 직후 주승용 원내대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유성엽 도당창당대회 임시의장 등이 티타임을 가지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지난 26일 전라북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 직후 주승용 원내대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유성엽 도당창당대회 임시의장 등이 티타임을 가지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심부름꾼'이라는 시도당위원장 놓고 갈등 왜?

    26일 부산시당 창당대회장에서 소란이 일어났을 때,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시당위원장은 심부름하는 자리에 불과하다"며 좌중을 진정시키려 시도했다. 그런데 현실은 '심부름꾼 자리를 공동으로 하자'며 갈등이 벌어지고, 급기야는 창당대회 단상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물건이 날아다니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근원은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공천 룰이 확립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이 불투명하게 이뤄질 것 같다보니, 시도당위원장이라도 맡으면 혹시라도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해서 이러한 소란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주식회사도 아닌 정당에서 지분을 운운한다는 것은 공천 지분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안철수 의원 측근'을 자처하는 일개 실무자가 창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지분을 거론하며 5대5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민주적인 정당 운영에 대한 인식과 안철수 사조직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반증한다는 비판이다.

    ◆더민주 잔류 전직 도당위원장 "그럴 줄 알았다"

    문제는 이같은 지분 갈등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시도당 창당 과정에서의 잡음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더민주에 잔류해 있는 의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국민의당의 당면 과제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결정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작년 6·4 지방선거 때 구 새정치민주연합의 도당위원장을 맡았고 아직 더민주에 잔류하고 있는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이 탈당을 결단하지 못한 이유가 지난 6·4 지방선거 때 안철수 쪽의 집요한 공천 지분 요구에 시달린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라며 "그 때 아주 도(道)를 절반으로 뚝 잘라 공천권을 달라는 듯한 노골적인 태도에 무슨 일 하나도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고생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관계자는 "그 때 충남도당위원장이었던 박수현 의원도 안철수 측 사조직의 공천 지분 요구에 고생했다고 들었다"며 "그 때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안철수 사조직의 횡포를 겪어봤던 사람들은 이번에 국민의당이 창당할 때 이런 일이 터질 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공천 불투명성 증폭 우려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이 합류할 때, 국민의당 김한길 창당준비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 직접 "자리나 지분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지분과 관련한 잡음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공산이 크다는 게 시도당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걱정이었다. 통합 과정에서 공천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한결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회의·통합신당과의 통합 선언문 4항에는 공히 "경쟁력 있고 참신하며 유능한 인물을 총선에서 공천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칙과 절차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있다. 25일 국민의당과 통합을 발표한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은 이에 덧붙여 "특히나 호남 지역 공천에서는 좀 더 새로운 인물들이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절차와 제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며 "그렇지 않느냐"고 주위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한 공천을 위해 '특별한' 규칙과 절차를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며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더욱 평등하다'는 말이 떠오른다"고 조소했다.

    ◆공천 룰, 원칙이라도 조기 발표해 갈등 잠재워야

    이 때문에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제안한 숙의(熟議)선거인단 제도 등 정치신인에게 불리하지 않으면서도 현역 의원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객관적인 공천 제도를 서둘러 발표해, 지분 논의 등이 부질없다는 것을 일깨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끊임없는 잡음과 사조직의 명분 없는 지분 요구 끝에 신당이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자멸하고 만다는 우려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28일 본지와 통화에서 "조금만 당 지지율이 올라갈 것 같으면 그걸 못 견디고 호남 물갈이를 찾고, 조금 주춤해지면 교섭단체가 급하다며 통합과 덧셈의 정치를 찾는다"며 "일관된 원칙과 기조 위에서 가지 못하고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하니 되겠느냐"고 한탄했다.

    김동철 의원은 "덧셈의 정치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지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 시스템만 만들어놓으면 된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 시스템만 있으면 현명한 시민들이 다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해법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