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일색·호남배제 더민주 선대위… 호남 지역 의원들 '결단'에 영향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가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15명 중 14명이 친노 계파로 분류되는 등 패권정치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DB,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가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15명 중 14명이 친노 계파로 분류되는 등 패권정치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DB,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가 친노(親盧) 일색으로 구성돼 '문재인 수렴청정 선대위'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면서, 진정되는 듯 했던 민심이 다시금 무섭게 요동치고 있다.

    내달 2일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앞두고 친노를 제외한 모든 야권이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더민주발(發) 악재가 잇따르면서 갓 출범한 김종인 선대위가 자칫 탈당촉진위원회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더민주는 22일 당무위를 소집해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기존 최고위원회의 활동은 이날로 종료됐다. 27일 중앙위가 소집되면 공식적으로 선대위가 비상대책위 역할까지 겸하며 당을 이끌 예정이다.

    하지만 이 선대위 구성의 면면이 친노 일색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친노패권주의를 수습할 능력이 없으면 오지도 않았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친노 강경파의 핵심으로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선대위에 포진했다. 그 외에도 진선미 의원과 김영춘·이용섭 전 의원이 친노 강경파로 분류된다. 손혜원 홍보위원장과 김병관·양향자·이수혁·표창원 씨는 문재인 대표가 직접, 또는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면서 데려온 친노 영입파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더민주 잔류를 선언하면서 신노(新盧 : 새롭게 친노가 된 인물) 강경파로 분류되며, 이철희 씨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김한길 상임부위원장의 보좌관을 했었지만 문재인 대표의 부름에 더민주에 입당했다는 점에서 신노 영입파로 분류된다.

    우윤근 전 원내대표와 박범계 전 원내대변인, 유은혜 대변인은 친노 합리파로 분류되며, 정장선 전 의원만 비노(非盧)다. 선대위원 15명 중에서 14명이 친노 계파로 분류되고 단 1명만 비노인 것이다.

    이처럼 친노패권주의 선대위가 구성됐음에도 의외로 당내에서 논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호남 지역 현역 의원은 "'죽은 자를 위해 눈물 흘려줄 사람조차 없었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비노가 다 탈당하거나 공천 학살당할까봐 죽은 듯 엎드려 있는데 누가 논란을 일으키겠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역적 측면을 살펴보면 호남 지역 현역 국회의원은 우윤근 전 원내대표 단 한 명 뿐이다. 철저한 친노패권주의 관철, 호남 배제, 강경파 위주 좌클릭을 목적으로 선대위가 구성됐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선대위 구성의 본연의 목적은 간 곳이 없고, 오로지 문재인 대표가 물러난 뒤에도 공천권을 확실히 거머쥘 수 있도록 안전장치로 겹겹이 채워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포기한 선대위 구성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2일 기자간담회를 연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선대위 구성이 친노 일색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에 대해 "누가 친노인지 아닌지 개념조차 없다"고 해명했다. 이 역시 진실로 '개념조차 없는' 한심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문병호 의원은 24일 "더민주가 황급히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해 반짝 변화를 시도해서 일시적으로 효과를 봤지만, 선대위 구성에서 봤듯이 더민주의 주인은 문재인 대표"라며 "이번 총선 승리의 키워드는 변화와 정권교체인데,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변화를 거부했다"고 일갈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의 말대로 친노를 배제할 수 있었느냐, 못했다"라며 "더민주의 심장이 친노인데, 심장을 제거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10년 동안 쌓은 이미지와 내용이 있는데 하루이틀 잠깐 쇼한다고 국민들이 속겠는가"라며 "더민주 대선 후보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는) 문재인 대표로 정해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의 국민회의도 장진영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더민주 선대위에 '친노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김종인 위원장의 공언을 믿고 지켜봤으나,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아바타를 선대위에 포진시키는 등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커녕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겠다고 해놓고 '문재인과 더불어 선대위'를 출범시킨 것은 야권 통합과 반대로 가기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노 일색 선대위의 사령탑인 김종인 위원장의 전두환정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 참여 전력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보위 관련해서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국보위 뿐만 아니라 어떤 결정을 해서 참여한 일이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광주 정치인으로서 '국보위 참여에 후회한 적 없다'는 적반하장을 보면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후회한 적이 없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과 야당 지지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광주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김종인 위원장은 10대 국회를 강제 해산하고 불법 입법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뒤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11대 국회에 진출한 인사"라며 "과거 총선에서도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 또는 전문위원은 '헌정질서 파괴행위 가담자'로 낙천·낙선 대상자였는데, 이러한 사람이 제1야당의 선대위원장을 한다는 것은 광주정신에 대한 모독이며 호남 민심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당에 합류한 의원도 "나이 일흔일곱이 된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결정을 한 일에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니 그 독선과 아집에 기가 막히다"며 "자기 자신은 '무오류의 영도자'라도 된다는 말인가, 친노와 코드가 딱 맞는다"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993년 5월 안영모 당시 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 원을 수뢰해 대법원 확정 유죄판결을 받았던 것을 상기시키며 "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았던 것도 후회하지 않는지 물어보라"고 비웃었다.

    이러한 더민주 김종인발(發) 악재에 호남 민심이 요동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5·18정신실천연합 등 관련 단체가 김종인 위원장을 '원흉'으로 적시해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이를 영입한 문재인 대표 또한 비판했다.

    이에 더민주 친노패권주의 세력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신노(新盧)가 된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21일 의원회관에서 당 잔류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김종인 위원장 전력 관련 논란에 대해 "네거티브"라며 "그런 걸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은 같은날 전남 보성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과 정통, 지지자들의 열망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제1야당의 행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문제는 제기하겠다"며 "더민주가 말은 '민주당'이지만 사실은 더 이상 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선언하고 증명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상진 위원장의 말대로 김종인 선대위의 성격이나, 위원장의 국보위 참여 전력은 반드시 규명돼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단순한 정쟁(政爭)이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호남 민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사안이기 때문에, 이것이 시원하게 규명되지 않으면 탈당은 다시금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국민의당이 내달 2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탈당하려는 의원들은 마지막 고뇌와 결단의 시기에 봉착해 있다. 신당 승선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친노 일색 김종인 선대위 구성과 선대위원장의 "국보위 참여 후회 안 한다"는 발언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민주가 야심차게 출범한 친노선대위가 자칫 탈당촉진위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호남 지역 의원은 이와 관련해 "탈당이다, 잔류다를 내 입으로 명확히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민심이 하루 하루 바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심을 좀 더 살피겠다는 것"이라고 탈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