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대책 미흡하다는데, 뭐가 추가되면 좋겠나"… 조조삼소 떠오르는 교만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호남에 대한 총선 대책이 특별한 것이 없다고 밝힌 날, 호남에서 단일 탈당으로는 역대 최다 규모인 6212명이 집단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친노패권주의에 따른 홀대로 호남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섰다가 다소 진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자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패권정치에 영합해 있는 더민주 전북 의원들의 희대의 '집단 불탈당 선언'에서 보이듯이 현재 호남 민심의 기류는 바닥은 신당인데 상층부의 국회의원들만 민심을 거스르는 모습이 보인다.

    이를 모르고 일부 현역 의원들의 당 잔류 움직임에 낙관했다가는 평당원 6000여 명 탈당에 뒤이어 '쓰나미'급 재앙이 더민주 친노 문재인 체제를 덮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19일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연 문재인 대표는 호남 민심 이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참으로 송구스럽다"면서도 "비단 호남 뿐만 아니라 야권을 지지하는 분들, 새누리당에 계속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모든 국민들께 우리 당이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당대표로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호남만 특별히 부각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어서도 "호남이 바라는 것은, 그리고 야권 지지자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 당이 새로워지고 이기는 정당이 돼달라는 것"이라며 "호남 뿐 아니라 호남 밖에서도 이길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만들어낸다면 호남 민심도 우리 당으로 돌아와줄 것"이라고, 호남 민심과 일반적인 야권 지지자가 바라는 바가 다르지 않다고 강변했다.

    한때 호남특위 설치와 호남 몫 공동선대위원장을 고려할 정도로 특별히 호남 다독이기에 열심히였던 문재인 대표의 자세가 급변한 것은, 이른바 박지원계로 알려져 있는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과 김영록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 등이 탈당하지 않을 듯한 모습을 보이자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 지역 매체에서 "날씨만큼이나 호남 여론이 매서운데, (호남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것 같다"는 질문이 나오자, 문재인 대표는 되레 "기자가 호남 대책이 미흡하다고 말했는데, 어떤 이야기가 추가되면 좋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호남에 대한 총선 대책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있겠나"라며 "우리 당이 새로운 정당이 돼서 새로운 인물들로 기득권 정치 세력과 대결하는 것이 호남 민심이 바라는 바라고 믿고 있고, 우리 당은 호남 민심의 눈높이에 맞춰서 후보들도 선출하고 총선 전략도 마련할 것"이라는 일반론으로 일관했다.

    이어 "광주·호남 의원들도 이해할 것"이라며 "내가 알기로는 이미 그 (광주·호남 의원들은) 탈당의 뜻을 접었거나 또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다시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호남발 연쇄 탈당이 잦아든 것에 대해 때이른 자신감과 낙관론을 드러내기도 했다.

  •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사진 맨 오른쪽)이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 영암·장흥·강진 지역 당원 6212명의 탈당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김광준 전남도의원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사진 맨 오른쪽)이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 영암·장흥·강진 지역 당원 6212명의 탈당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김광준 전남도의원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표의 때이른 자신감은 마치 삼국지연의에서 조조의 광소(狂笑)가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적벽대전에서 크게 패한 조조는 형주로 되돌아가기 위해 오림(烏林)과 이릉(夷陵), 화용도(華容道)를 지나는데, 그 때마다 복병이 잠시 없는 듯 싶자 하늘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껄껄 웃다가 각각 조운·장비·관우가 습격하는 바람에 혼비백산한 바 있다.

    이로부터 조조삼소(曹操三笑)라는 사자성어까지 나왔다. 곧 닥칠 재앙을 알지 못하고 교만에 빠져 분수를 모르고 남을 비웃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싸늘하게 식어 있던 호남 민심이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국민의당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에 따라 반사적으로 약간 돌아서는 듯 보이고, 이에 따라 호남 의원들의 후속 탈당이 지연되자 교만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문재인 대표의 낙관론을 철저히 짓부수듯 같은 날 오후에는 단일 탈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6212명의 당원이 일거에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영암·장흥·강진의 더민주 당원 6212명은 탈당계를 보따리에 싸들고 서울로 올라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당 당원들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한 이하남 영암군의회 의장과 김광준·곽영채 전남도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계파패권주의와 자신만이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국민이 염원하는 정권교체의 길을 외면하는 정당이 돼버렸다"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상식과 합리를 추구하는 올바른 인재들이 모이고, 중도층과 서민이 기댈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해내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준 도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전남)도민들은 (더민주) 문재인 대표를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이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가 사퇴한다고 했지만, 친노 계파가 옛날 열우당 시절 당시 우리 민주당을 둘로 갈라놓았기 때문에 이번 (분당) 사태에서도 문재인 대표가 분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관계자는 "황주홍 의원이 전남도당위원장을 하던 시절, 도당의 회계를 투명하게 집행하고 이를 당보를 통해 빠짐없이 공개해 지역 당원들이 크게 늘어났었다"며 "오늘(19일) 6000여 명이 집단탈당한 것은 황주홍 의원이 늘려놓은 당원들을 문재인 대표가 모조리 쫓아낸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