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文, 야권분열 책임 반성 않으면서 남탓으로만 일관"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기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고 싶은 욕구와, 사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현실이 맞물리면서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19일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동안 당의 사람과 체질, 문화가 바뀌었다고 자찬하면서도 '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신년기자회견에서 상당한 분량을 자신의 대표 재임 시절의 업적을 홍보하는 데 할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열망에 맞게 사람·체질·문화를 바꾸고 있다"며 "정당 사상 최초로 도입한 온라인 입당을 통해 10만 당원이 새로이 함께 하고, 다양한 분야의 훌륭한 인재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고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공천제도 또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공천으로 완비했다"며 "계파공천·밀실공천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당원과 국민이 당의 주인으로서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 당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비전을 실현시킬 능력 있고 참신한 인재들이 모이고 있고 정책역량도 준비됐으니, 우리 당은 인물과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이기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신년기자회견만 듣고 있으면 문재인 대표는 고대의 요순(堯舜) 임금에 비견할만큼 성군(聖君)의 리더십으로 당을 이끈 것 같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왜 당이 재보선마다 연전연패했고, 의원들은 "우리가 왜 저런 사람을 대표로 뽑았는지 모르겠다"며 집단 탈당해 당이 두 동강이 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물음표가 남는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렇게 업적을 나열한 뒤 기이하게도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사퇴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대위가 안정되는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그게 지금 당에 가장 보탬이 되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취재진과 문답에서도 "나의 사퇴가 우리 당을 살려내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며 "(내가 사퇴한다면 야권) 통합의 어떤 걸림돌이 해소되는 게 아니냐"고 답했다.

    당의 사람·체질·문화를 바꾸고 공천 제도도 공정·투명하게 완비했으며, 당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불후의 업적을 남긴 대표가 물러나는 게 왜 "당에 가장 보탬이 되는 선택"이며 "당을 살려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나아가 문재인 대표는 자기 자신이 대표직에 있는 것을 왜 "통합의 어떤 걸림돌"로 스스로 폄하했을까.

    이렇게 훌륭한 대표라면 야권 통합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이 '제발 대표를 더 해달라'고 사정하며 달려들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로,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야권이 통합될 가망이 없어 결국 밀려나듯 신년기자회견에서 거취를 못박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본인이 스스로 자랑한 업적을 내용으로 곰곰히 따져봐도 의문이 남는다.

    "사람을 바꾸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인재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지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그림 무단 사용 의혹과 대학원장 재임 시절 독직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끝에 김선현 차의과대학교 교수의 입당이 철회되는 촌극이 있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완비했다"며 "밀실공천이 사라졌다"지만, 밀실에서 진행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현역 국회의원 평가 자료에 따라 20%의 '인위적 물갈이'가 진행된다. 이에 따른 빈 자리는 분당(分黨)에 따라 자연스레 당을 완전 장악하게 된 친노 계파가 채울 전망이다.

    "유능한 경제정당의 비전을 실현시킬 능력 있는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지만, 당 소속 의원 중 유일한 경제부처 장관 출신이던 장병완 의원(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13일 탈당했다. 당에서 몇 안 되는 경제정책 전문가를 친노패권정치가 핍박해서 당밖으로 내쫓음에 따라, 유능한 경제정당 실현의 길은 되레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그렇게 대표를 잘했으면 왜 사퇴하겠나"라며 "사실은 (대표를 잘하지 못하고) 당을 망쳐놓았든지, 아니면 '걸림돌'이 아니든지 둘 중에 하나일텐데 국민이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냉소했다.

    통합신당 박주선 창당준비위원장은 문재인 대표 신년기자회견의 이러한 모순(矛盾)을 "내탓이오가 없는 마이동풍 기자회견"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박주선 위원장은 "오늘 문재인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은 무책임과 위선이라는 친노(親盧) 레파토리의 반복일 뿐"이라며 "야권 분열에 대한 자신과 친노 세력의 책임은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남탓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