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은 무소속 출마할 듯, 호남에서 多野 경쟁 구도 현실화
  • ▲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이 14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이 14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2일 권노갑 고문, 최원식 의원의 탈당과 13일 주승용 전 최고위원, 장병완 의원의 탈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와해 국면에 진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으로부터 이어져내려오는 민주 정통성과 호남을 대표해온 전직 지도부의 이탈, 그리고 당내 몇 안 되는 경제정책 전문가와 당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유망한 수도권 의원의 탈당으로 더민주는 친노·운동권만 남은 빈껍데기 정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급기야 13일에는 "탈당을 하지 않겠다"라는 희대의 불탈당선언까지 나왔지만 의미는 없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거취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되레 희대의 불탈당선언까지 등장한 것은 그만큼 더민주의 와해 국면이 완연해졌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14일에도 더민주로부터 떠나는 행렬은 분분히 이어졌다. 인천계양갑의 신학용 의원이 "당내 민주주의가 완전히 실종됐다"며 "문재인 대표 친위대의 극단적 패권주의에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돼 이제 탈당하고자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남 고흥·보성의 김승남 의원도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했다.

    김승남 의원은 "성난 당원과 지역 민심은 탈당이라는 부정적 언어를 일순간에 변화라는 긍정적 언어로 바꿔놓고 말았다"며 "합리적 진보와 중도개혁이 하나의 틀 안에서 마음껏 날개짓을 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똑똑한 통합야당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광주발 탈당 태풍이 전남·북을 거쳐 수도권까지 북상해버린 이 때에 더민주 소속 의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셋이다. △당에 남아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함께 한다 △당에 남되 포스트~문재인을 기약한다 △당을 떠난다라는 선택지다.

    문재인 대표와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이 쪼개진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분당 전범(分黨 戰犯)들은 당과 운명을 함께 하는 수밖에 없다. 선장인 문재인 대표가 이제 와서 배에서 뛰어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친노패권주의 때문에 당이 이 지경이 됐다"고 밝히는 문재인 대표의 모습을 떠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역별로는 좀 더 운신의 폭이 넓은 의원들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탈당 바람이 아직 미미한 충청권 더민주 의원들은 당에 남아 4·13 총선 이후 포스트~문재인 체제를 기약할 수 있다.

    충청권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고, 서울 동작갑을 지역구로 하는 전병헌 최고위원도 충남 홍성 출신이다. 4·13 총선에서 예정대로 더민주가 참패하게 되면 문재인 대표는 정계에서 사라지게 되고, 당은 누군가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리고 친노 계파는 새로운 지도자를 옹립하게 될 것이다. 이 때 비대위원장이 될 수 있는 인물이 전병헌 최고위원이고, 친노 계파의 수장이 될 수 있는 인물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금은 국민의당으로 옮겨간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대표를 하던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고,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와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더민주가 몰락하고 국민의당이 제1야당이 될 것이 확실한 4·13 총선 이후 재차 발생할 야권발 정계 개편 2파 국면에서 모종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친노 계파는 문재인 대표의 몰락과 함께 그 세(勢)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정계로부터 완전히 축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살아남은 친노 계파는 안희정 지사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개연성이 높은데, 특히 충청권 더민주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일부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살아남으려면 당을 떠나는 길밖에 없다. 다만 호남과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온도차는 여전히 느껴진다.

    호남 지역에서는 야권 신당 통합을 위한 여러 가지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지만, 4·13 총선에서 신당 후보 난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 향후 호남 지역의 여러 신당 추진 세력들의 통합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주승용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향후 호남 지역의 여러 신당 추진 세력들의 통합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주승용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권노갑 고문은 탈당 이튿날인 13일,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통합신당 박주선·신민당 박준영 창당준비위원장, 국민의당 김한길 창준위 상임부위원장을 연쇄 접촉했다. 더민주를 제외한 모든 신당 세력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시작한 셈이다.

    이날 탈당한 주승용 전 최고위원이 큰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득표로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뒤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본인이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 내게는 과분하게도 호남 정치를 대표하는 일을 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탈당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문답에서 "(박주선·천정배 의원을) 만나야 한다, 만나겠다"며 "통합 문제에 관해 역할이 주어진다면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그 일에) 매진하겠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반면 다음 주에 탈당을 예고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전남 목포에서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 것으로 보인다. 목포 선거구에서 다야(多野) 후보 난립 구도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가 호남에서 소통합은 물론 대통합에도 합류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제한적인 선거 연대만 시도할 것이라는 설도 나돈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이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당선됐을 때 호남에서 경쟁 구도를 만들고, 유권자들에게 선택권을 되돌려드리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더민주가 이미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의 범주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선택권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외에 국민회의도 후보를 내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무소속 후보 사이의 전면적인 대결 구도가 연출될 수도 있다.

    호남이라 해도 전북은 기류가 약간 다르다. 김관영 의원이 유성엽 의원에 이어 2호 탈당했지만,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탈당하지 않겠다"고 희대의 불탈당선언을 했다.

    하지만 유성엽 의원이 탈당했을 때도, 최규성·김춘진 의원이 임시도당위원장을 맡아 "탈당하지 말자"고 스크럼을 짰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김관영 의원도 탈당하면서 "정치인은 결국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전북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민심을 거스르는 스크럼은 아무리 견고한 듯 보여도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북에서 당 잔류 선언은 친노패권주의 영합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며 "전북이 얼마나 친노패권주의에 심하게 침식당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고, 이들에게 조만간 유권자의 심판이 떨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편 수도권은 더민주의 '기호 2번 프리미엄'에 아직까지 미련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밑바닥 표심은 이미 명백하게 국민의당 쪽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최원식 의원은 지난해 12월 23일 임내현 의원이 탈당하던 날, 본지와 통화에서 "난 (탈당) 안 한다, 김한길 대표가 탈당하더라도 안 한다"며 "길게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그렇게 (탈당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탈당했다.

    야권 관계자는 "잔류파라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잔류'라는 말일 뿐"이라며 "친노 문재인 체제와 함께 있다가는 멸망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모두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당 행렬이 설 연휴 이후까지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며 "민족대이동인 설 명절에 더민주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 호남 민심이 수도권으로 재차 전파되면 그 때 탈당하는 의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