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통합론 극적 현실화될까… 신당통합연석회의 성사 여부가 시금석
  • ▲ 통합신당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신당 추진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통합신당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신당 추진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통합 야권신당 형성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통합' 결정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성사 여부가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통합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앞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통합연석회의를 제안하면서 8일까지 답을 달라고 시한을 못박았다. 이후 5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천정배 의원과 만나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천정배 의원은 "(시한인 8일까지) 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정배 의원이 아직까지 소통합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호남 정치 복원을 위한 단일한 신당을 건설할 기회는 그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9월 22일 탈당한 박주선 의원은 10월과 11월에 각각 원탁회의를 제안한데 이어,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탈당이 잇따르자 미니 의원총회를 제안했었다.

    그럼에도 여러 신당 추진 세력 간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그 사이에 안철수 의원이 12월 13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하면서 신당을 둘러싼 정치 지형 자체가 일거에 뒤집혔다. 탈당한 현역 의원들이 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대거 합류하는 등 힘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안철수 의원 쪽으로 쏠렸다.

    총선·대선 등 역대 선거 때마다 늘 '전략적 선택'을 해온 호남 민심도 '안철수 신당'에 힘을 싣고 있다. 호남 민심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딱히 좋다기보다는 안철수 의원 쪽으로 힘을 실어줘야 더불어민주당을 완전히 대체할 강한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여론조사 지표 역시 이를 증명한다. 천정배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회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본거지인 호남 지역에서조차 '안철수 신당'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 본인의 표현대로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 신당의 깃발로 출마를 준비 중이던 인사들은 지금이라도 통합신당(박주선)·국민회의(천정배)·신민당(박준영)의 3신당이 먼저 소(小)통합을 이루고, 나중에 '안철수 신당'과 대(大)통합하는 '2단계 통합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천정배 의원과 회동한 정동영 전 열우당의장도 "천정배·박주선·박준영 세 분부터 먼저 함께 해서 (신당이 여러 갈래로 나오는 것에 대한) 호남 민심의 우려를 잠재워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주선 의원이 8일로 시한을 정한 신당통합연석회의 제안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제안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통합신당도 10일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일단 창준위가 출범하면 '계속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관성처럼 굴러가는 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된다"며 "정당법에 따라 정해진 기간 내에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창당해야 하기 때문에 통합 노력을 하면서도 독자 창당의 일정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창준위로 넘어가면 중앙당 창당까지 가지 않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가 있다"며 "일단 시·도당 창당에 이어 중앙당이 창당되면 통합은 정당법상 신설합당이나 흡수합당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통합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러한 신당 난립 상황에 학을 뗀 비관론자가 출현하기도 했다. 한때 박주선·천정배 신당 등에 몸담은 바 있는 이 관계자는 "(신당들이) 절대로 통합하지 못한다, 내기해도 좋다"며 "4월 총선에 호남에서는 여러 신당 후보들이 난립할 것"이라고 절망감을 내비쳤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단 당이라는 것은 창준위가 출범하고 굴러가기 시작하면, 그 당의 창당을 주도했던 핵심 인사가 나가더라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다"라며 "남은 사람들끼리 당의 이름만 가진 상황에서 공천하고 후보 내고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천정배 의원이 8일까지 신당통합연석회의 제안을 받아야 한다는 관측이고 그것이 호남 민심의 요구이지만, 정작 천정배 의원은 아직까지 결단을 굳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의원은 한 통신사와의 통화에서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통합선언을 하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며 "무조건 통합, 묻지마 통합은 못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당통합연석회의 답변 시한까지) 아직 하루가 남아 있긴 하지만"이라며 "무조건 통합해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는 보지 않고, 먼저 개혁 정치의 방안이 무엇이냐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8일 신당통합연석회의가 극적 성사될지, 아니면 10일 '안철수 신당'과 통합신당이 각자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국민회의와 신민당도 나름의 스케쥴에 따라 시·도당과 중앙당 창당을 계속하면서 신당을 둘러싼 정국이 안개 속에 휩싸일는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박주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7일 열린 추진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8일까지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잘 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물밑으로 접촉해 보면 곧 결단이 임박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확답을 안하고 있으니 섣불리 '잘 됐다'고 선언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나아가 "10일 오후 2시에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대회가 개최 예정인데, 그 전에 신당 추진 세력 간의 통합 합의가 이뤄져 (발기인대회를) 개최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기원한다"면서도 "추진위원 여러분은 (발기인대회) 개최가 된다면 성황리의 열기 속에 개최될 수 있도록, 진행 준비를 하고 대비해달라"고 여러 가지 가능성에 두루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