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예비후보들 "민심의 요구는 친노 제외 야권통합"
  • ▲ 1단계 통합을 통해 선(先)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박주선·천정배 의원,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와 2단계 통합을 통해 대통합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안철수 의원. ⓒ뉴데일리 사진DB
    ▲ 1단계 통합을 통해 선(先)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박주선·천정배 의원,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와 2단계 통합을 통해 대통합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안철수 의원. ⓒ뉴데일리 사진DB



    야권 신당 세력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2단계 통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주선·천정배·박준영 등 이른바 '호남 신당' 세력이 먼저 하나로 통합한 뒤에, 다시 '안철수 신당'과 통합한다는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대체할 단일한 신당이 뚜렷히 나타나지 않자 답답해 하던 민심이 통합을 견인하는 양상이다. 그간 통합에 미온적이었던 신당 추진 세력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번에는 통합신당이 결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DJ도 등돌렸다… 사망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체제를 고집스레 유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린 상황이다.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투표 대상으로 고려되지도 않고 있다는 게 호남 민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정대철 고문의 구민주계와 권노갑 고문의 동교동계 등 호남 민심을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는 세력이 집단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평생의 반려자인 이희호 여사마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체제에 등을 돌리는 바람에 모든 것이 더욱 명약관화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이희호 여사를 예방할 때 문재인 대표는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분위기는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이희호 여사는 문재인 대표의 말에 "네, 네"라고 짧게 답하는 데 그쳤고, 만남은 8분 만에 공개 만남이 전부인 채로 종료됐다.

    반면 지난 4일 안철수 의원이 김동철·문병호·유성엽·임내현·황주홍 의원과 함께 동교동을 방문했을 때는 봄바람이 불었다. 자신에게 큰절을 올린 안철수 의원에게 이희호 여사는 자택 안마당에서 직접 가꾼 모과나무에서 열린 열매로 모과차를 달여 대접했다. 앞서 문재인 대표가 방문했을 때에는 차 대접이 없었다.

    거기에 6분간 공개 회동이 끝난 뒤에는 이희호 여사와 안철수 의원이 20분 간 따로 비공개 독대를 가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희호 여사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많이 좋아하고 응원했는데, 마지막에 후보를 내려놓게 돼 안타까웠다"며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강한 모습이 보여 희망을 느꼈다"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희호 여사가 보여준 언동에 더불어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사실상 DJ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격이기 때문이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예방한 인사들의 방문 시간을 비교하면서 어이 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불미스런 보도는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새해 인사를 드리는 자리를 두고 스포츠 경기마냥 시간을 재서 분석하고 누구(문재인 대표)는 8분이고, 누구(안철수 의원)는 20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재단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상실한 것"이라고 발끈했다.

    이어 김성수 대변인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DJ의 아들인 김홍걸 씨로부터 전해들었다며 "(이희호 여사는 안철수 의원과의 20여 분 간의 독대에서) 듣기만 했을 뿐, 특별히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6분 간의 공개 만남에서도 서로 간의 많은 말들이 오갔는데, 그보다 3배 이상 길었던 20여 분 간의 독대에서 안철수 의원 혼자만 떠들고 이희호 여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된다. 이에 대해 신당 관계자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라고 일축했다.

  • ▲ 안철수 의원이 4일 탈당파 의원들과 함께 동교동 자택을 예방하자, 이희호 여사는 동교동 자택 안마당에서 가꾼 모과나무에서 열린 모과열매로 만든 차를 대접하고 따로 20여 분간 비공개 독대를 가지는 등 각별하게 대했다. ⓒ뉴시스 사진DB
    ▲ 안철수 의원이 4일 탈당파 의원들과 함께 동교동 자택을 예방하자, 이희호 여사는 동교동 자택 안마당에서 가꾼 모과나무에서 열린 모과열매로 만든 차를 대접하고 따로 20여 분간 비공개 독대를 가지는 등 각별하게 대했다. ⓒ뉴시스 사진DB

    ◆예비후보들 "더불어민주당 가지고는 안 된다"

    호남 민심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서울에서 연이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등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들려오는 민심은 더욱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해 말부터 오는 8일까지 전남 여수에서 의정보고회를 계속하고 있는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한 달여 동안 호남의 민심을 듣고 있는데, 여론조사 수치로 계량된 것이 아닌 현장에서 듣고 느낀 민심은 더욱 매섭다"며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민심과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패권정치의 기득권으로 일관해 기대와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선거에서는 몰표를 구걸하다가도 선거 이후에는 호남의 희생과 양보만을 강요하기 때문 △4·29 재보선에서 경고했음에도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이를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모욕하고 폄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일 민심의 명령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김한길 의원도 5일 광주 양동시장을 찾아 민심을 청취한 뒤 "야권의 주도 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광주 민심을 확인했다"며 "광주·호남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너무 무겁게 듣는 게 아니냐고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민심에 민감한 것은 불과 90여 일 뒤로 다가온 4·13 총선에서 당장 표를 얻어야 하는, 현장을 뛰는 예비후보들이었다. 이들의 전언은 그만큼 생생했다.

    전북 전주완산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장세환 전 의원은 "호남 정신이 실종됐고 야당성도 상실한 더불어민주당 가지고는 총선 승리도, 정권 교체도 어렵겠다는 말들이 많다"며 "호남 민심이 이반된 것은 문재인 대표가 개인적으로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무능한 모습으로 계속 실망을 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북의 정치1번지 전주의 3명의 현역 의원인 김윤덕(전주완산갑)·이상직(전주완산을)·김성주(전주덕진) 의원이 전북 민심을 거스르고 친노패권주의에 영합하고 있는 점과 관련해서는 "전주 현역 의원 세 명이 다 친노거나 친노에 기대려고 하는 모습에 상당히 비판적이고, 시민들이 총선에서 싹 물갈이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게 일반적인 정서"라고 덧붙였다.

    전북 익산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배승철 전 전북도의회 부의장은 "문재인 대표 가지고는 안 된다, 그 양반은 너무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남 목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유선호 전 의원도 "여론 지표에 나오고 있는대로"라며 "현장에서 들어도 역시 그렇더라"고 확인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1일 이희호 여사의 동교동 자택을 찾았으나, 차 대접이나 비공개 독대는 따로 없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1일 이희호 여사의 동교동 자택을 찾았으나, 차 대접이나 비공개 독대는 따로 없었다. ⓒ뉴시스 사진DB

    ◆"혼란스럽다… 단일 신당으로 통합하면 전폭 지지"

    문제는 이처럼 호남 민심이 완전히 더불어민주당에 침을 뱉고 등을 돌렸음에도, 확실한 대안 야당이 없어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최근 강조하듯이 "호남을 홈베이스로 하고 있는 우리가 오분육열하면 총선에 필패하고 정권 교체의 희망이 없어진다"고 우려할만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직접 민심 속에서 뛰고 있는 현장의 예비후보들도 한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유선호 전 의원은 "이왕 (신당을) 할 것이라면 하나로 합쳐라, 그게 대부분의 민심"이라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모두 원탁회의에 일단 모여서 함께 창당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하니 공감하는 분들이 많더라"고 전했다.

    배승철 전 부의장은 "(민심의 요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야권통합"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 야권통합을 해서 정권 교체의 밀알이, 씨앗이 돼달라는 것이지 다른 것이 있겠느냐"고 단언했다.

    장세환 전 의원도 "신당이 여러 갈래로 나오는 것에 대해 혼란스럽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단일 신당으로 통합을 하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겠다고들 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세환 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이 여러 신당 중 특히 '안철수 신당'에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호남의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로 풀이했다.

    장세환 전 의원은 "어떤 개인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을 대체하고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야당을 누가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가 나오니까 '이 사람이라면 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다른 현역 의원들도 따라나오고 하니까 '이렇게 되면은 안철수 대표에게 힘을 싣어주면 단일 신당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과 기대감이 있는 것 같더라"고 분석했다.

  • ▲ 통합신당 박주선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은 8일 신당통합연석회의를 거쳐 선(先)통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 통합신당 박주선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은 8일 신당통합연석회의를 거쳐 선(先)통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신당통합연석회의 거쳐 2단계 통합론 현실화될 듯

    이처럼 민심의 거센 요구가 다시 한 번 확인됨에 따라, 신당 세력 사이에서는 2단계 통합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통합신당의 박주선 의원, 국민회의의 천정배 의원, 신민당의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 등 이른바 '호남 신당' 추진 세력이 하나로 선(先)결집한 뒤, '안철수 신당'과 다시 통합하는 방식이다.

    특히 안철수 의원이 오는 10일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하는 시점을 전후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주승용 전 최고위원, 김관영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이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권노갑 상임고문을 위시한 동교동계와 정대철 상임고문도 이 무렵 중대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 가능한 세력은 결집된 '호남 신당'에 결합하거나 '안철수 신당'의 창당준비위에 올라탄다는 것이다. 이후 1월말에 다시 한 차례, 그리고 2월초 설 연휴를 전후해 민심을 확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또 한 차례, 도합 서너 차례의 '엑소더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2단계 통합이 이뤄지는 이른바 '대통합' 시기에 모두 한 줄기로 합쳐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통합신당의 박주선 의원은 8일 신당통합연석회의를 열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이 제안에는 국민회의의 천정배 의원도 그간의 미온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선 의원과 천정배 의원은 5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직후 따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주선·천정배 두 의원은 "반드시 통합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의원은 천정배 의원에게 "신당 통합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고, 천정배 의원도 "박주선 의원의 통합 제안을 심사숙고해서 오는 8일까지 답을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급물살을 타고 있는 2단계 통합론에는, 장차 단일한 '호남 신당'이 구성될 경우 전북에서 힘을 실을 예정인 정동영 전 열우당의장도 동조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2일 자신이 칩거하고 있는 전북 순창을 찾은 천정배 의원에게 "천정배·박주선·박준영 세 분부터 우선 함께 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당 관계자는 박주선 의원이 오는 8일로 제안한 신당통합연석회의에 안철수 의원이나 김한길 의원이 나올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그 자리에 나오겠느냐"며 "김한길 의원도 사실상 안철수 의원과 다 조율이 된 상황에서 탈당한 것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제3지대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먼저 호남 신당이 선통합한 뒤 안철수 신당이 창준위를 만들면 다시 그와 통합하는 2단계 통합 방안이 현실적"이라며 "어찌됐든 친노를 제외하고 모두 하나로 뭉쳐서 단일 신당을 만들라는 호남 민심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