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류 결정 회동서 私黨化 우려에 선긋기 "염려 않으셔도 된다"
  • ▲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7일 정오, 의원회관 의원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회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회동 결과, 김한길 의원은 안철수 신당 합류를 결정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7일 정오, 의원회관 의원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회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회동 결과, 김한길 의원은 안철수 신당 합류를 결정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탈당 나흘만인 7일 안철수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갖고 신당 합류를 최종 결정지어, 결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까지 구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 김한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때는 물론, 앞서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할 때도 서로 간의 상당한 교감이 있었다는 것은 정치권의 정설이다.

    따라서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것까지는 예정됐던 수순으로 의아한 일이 아니지만, 왜 탈당할 때 바로 '안철수 신당' 합류를 선언하지 않고 도중에 제3지대에서 나흘간 머물렀는지를 놓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일고 있는 것이다.

    김한길 의원은 7일 정오, 의원회관 의원식당에서 안철수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의원식당 별실3호실의 커다란 테이블의 한쪽 모퉁이에 서로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형태로 앉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회동은 50여 분간 진행됐으며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차와 과일도 안으로 들어갔다.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손짓을 섞어가며 긴밀한 대화를 나눴으며, 때로는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메모하고 가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동 직후 안철수 의원은 "(김한길 의원에게) 새로운 당을 만드는데 함께 하자는 말씀을 드렸다"며 김한길 의원에게 신당 합류를 요청했음을 밝혔다.

    이어 김한길 의원과의 논의 끝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자는 점 △격차 해소에 정치의 중심을 맞추는 정당을 만들자는 점에 뜻을 같이 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이 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를 찾는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발언을 넘겨받은 김한길 의원은 "늘 헌법 전문에 나오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목표로 정치를 하자고 말씀드려왔다"며 "신당의 지향점은 민생이 우선이고, 격차 해소와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위한다는데 전혀 이견이 없었다"고 공감했다.

    아울러 "인재 영입에 신당의 명운이 달렸다"며 "천하의 인재들을 열심히 찾고 함께 모셔오는 것이 중요한데, 인재 영입이 아니라 인재 징집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화답했다.

    이로써 신당 합류를 공식 선언한 김한길 의원은 이후 서울 마포구 '안철수 신당' 당사로 이동해 신당파 의원들과 함께 북핵 사태 관련 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신당에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0일 먼저 탈당해 신당에 합류한 김동철 의원이 대표로 낭독한 성명은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며 "위기일수록 튼튼한 안보와 한반도 평화라는 두 개의 바퀴를 소중히 유지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성명에는 김한길·안철수 의원과 함께 김동철·문병호·유성엽·임내현·황주홍 의원이 이름을 올려 신당의 소속 의원 수가 공식적으로 일곱 명이 됐음을 알렸다.

  • ▲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7일 오찬 회동을 갖고 회동 결과를 발표한 뒤 의원회관 의원식당을 떠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7일 오찬 회동을 갖고 회동 결과를 발표한 뒤 의원회관 의원식당을 떠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그렇다면 김한길 의원은 탈당과 '안철수 신당' 합류 사이에 왜 나흘 간의 공백을 뒀을까.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내에 남아 있는 비주류 의원과의 소통 △통합신당·국민회의·신민당 등 이른바 '호남 신당'과의 조율 △신당이 '안철수 사당(私黨)'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지목했다.

    김한길 의원이 탈당한 이튿날인 4일 차담회에서 밝힌대로 "당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의원들"이 이미 많이 있고, 그 외에도 "지금 심각하게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분들"도 아주 많은 상황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안철수 의원도 개별적으로 일일이 전화를 하고 접촉을 갖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철수 의원이 정치 입문 초창기에 기성 정치인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이들 '기성 정치인'들도 안철수 의원의 그간의 수차에 걸친 철수(撤收) 전력 등에 불신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한길 의원은 그러한 의구심을 녹여줄 수 있는 덕망을 갖춘 인물이지만, 그러한 소통을 하기에는 바로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기보다는 잠시간 제3지대에 머무르는 게 유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김한길 의원이 더 이상 제3지대에 머무르지 않고 '안철수 신당'에 합류했다는 것은 이러한 소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문병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주부터 다시 현역 의원들의 탈당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으로 신당의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안철수 의원 1인에게 쏠려있어 이를 분산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합류를 서둘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신당의 명칭은 정해진 바 없지만 세칭 '안철수 신당'이라 불리고 있다. 심지어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조차 '안철수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신당이 안철수 의원 1인의 사당(私黨)처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당의 성패를 가늠할 인재 영입이 중요한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 1인에게 지나치게 무게중심이 쏠리면 중량감 있는 인재의 영입이 어렵게 되고, 또 설령 그런 인재를 영입하려고 하더라도 안철수 의원 본인이 일일이 만나러 다녀야 해서 정치적으로 중차대한 시국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역할 분담을 통해 인재 영입을 나눠 맡고, 안철수 사당(私黨)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제1야당의 당대표를 지낸데다가 4선 의원의 중량감을 가지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서둘러 합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김한길 의원은 회동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안철수 대표가 먼저 '그런 (안철수 사당이라는) 말들이 있는데 그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고, 그렇게 가면 우리가 큰일난다'고 말하더라"며 "(안철수 대표가)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해명을 자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