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鄭義和 의장은 '의회민주주의'를 다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이동복     


  • 야당의 발목잡기로 지연이 거듭된 끝에 불과 며칠을 남겨 둔
    2015년 연말을 기해 19대 국회가 사실상 폐회하는 것과 더불어,
    자동 폐기될 위험에 처해 있는 노동 및 경제 관련 법안을 살려내기 위해
    정부▪여당이 요구하고 있는 이들 법안의 “국회본회의 직권 상정”을
    정의화(鄭義和) 국회의장이 거부함으로써 빚어지고 있는 작금의 갈등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룰(Rule)에 관한 새로운 성찰(省察)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서
    전문가들에 의한 심층(深層) 있는 토의가 필요한 것 같다.

      정 의장이 소위 ‘3권분립’ 저촉(抵觸)을 이유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청와대가 요구한 문제 법안들의 “국회 본회의 직권 상정”을 거부한 것은 일견(一見) 그럴 듯하게 들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그러한 것만은 아니다. 국회법에 완전히 저촉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겠지만, 만약 명백하게 국회법 조문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대통령 중심제 정부구조 안에서 행정부의 장으로서 대통령이 의회에 대하여 관련 법에 의거하여 특정 법안의 조속한 심의▪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가령 미국과 같은 경우에도 흔히 반복되고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이 같은 행정부 쪽의 요구에 대한 국회의 대응(對應)은 국회법에 의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국회는 그 같은 행정부측의 요구가 국회법 제85조의 조문에 위배되는 것이냐의 여부를 ‘원의(院議)’에 의거하여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의장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만약, 국회가 ‘원의’로 행정부 쪽의 그 같은 요구가 명백히 ‘위법(違法)’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의장은 마땅히 그 같은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같은 ‘원의’에 의한 결정이 없을 경우에는 의장이 자의(恣意)로 이를 거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같은 ‘원의’에 의한 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역시 의장 자의로 이를 거부하는 것도 부당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문제 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직권 상정”을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이나 원내 교섭단체가 요구할 때는 국회의장이 ‘3권분립’론에 근거하여 이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히 부당하다.

    이번의 경우, 정 의장이 한 편으로 ‘3권분립’론을 근거로 “본회의 직권 상정”을 거부하면서 다른 한편로 “여야 합의” 요구를 절대화 하는 것은 이야 말로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다. 인류가 개발한 ‘의회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간접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의 기본적 장치이자 최후의 보루(堡壘)인 ‘필요조건’은 ‘다수결의 원리’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重視)하는 정치문화이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리’를 작동시키기에 앞서서 가급적 원만한 처리를 보장하는 하나의 ‘충분조건’으로 당사자 간의 ‘타협’과 ‘합의’를 권장(勸獎)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국가라는 정치공동체에서 궁극적으로 이 같은 ‘다수결의 원리’에 의거한 국가 관리를 위하여 ‘선거’를 실시한다. 우리는 ‘선거’를 통하여 ‘다수결의 원리’에 입각하여 승리한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정부를 구성하여 헌법이 정하는 기간 동안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게 하는 것이고 주어진 임기가 끝나면 ‘선거’라는 이름의 정치적 심판을 통하여 역시 ‘다수결의 원리’에 의거하여 국민의 신임 여부를 새로이 물어서 재신임을 받는 경우에는 재집권을 허용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야당의 처지를 받아들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메커니즘이 이렇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한다면, 요즘처럼 야당이나 노동단체가 시도 때도 없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 나라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을 파괴하는 행위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같이 ‘민주주의’의 기본 룰인 ‘다수결의 원리’를 무시, 외면하고 국회에서 다루는 모든 의안에 대하여 ‘여야 합의’를 절대화한다면 그로써 대한민국 국회는 ‘의회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과거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나 1917년 러시아에서 발원(發源)하여 한 동안 지구의 절반을 석권(席卷)한 끝에 이제는 전 세계에서 절멸(絶滅)된 채 오직 유일하게 한반도의 북반부에서만 빈사(瀕死)의 마지막 거친 숨결을 이어가고 있는 스탈린식 ‘공산주의’로 전변(轉變)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정의화 의장이 ‘여야 합의’를 절대화하면서 이를 기화(奇貨)로 ‘다수결의 원리’를 유린(蹂躪)하는 의정(議政)을 고수한다면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 국회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와 동격의 존재로 변질시키는 것이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가 그렇게 하려면, 그는 차라리 대한민국 국회의원 직을 버리고 북한으로 가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환생(還生)하는 것이 옳다. 아무래도 정 의장은 국회의원으로 다선(多選)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중학교로 돌아가서 ‘의회민주주의’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