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측근-각종 논란 야기한 인물이 전향..기자회견 갖고 공식 입장 밝히도록
  • ▲ 2007년 9월 2일 오전에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회견에 배석한 김만복 국정원장과 검은 선글라스를 낀 국정원 요원./ 조선일보DB
    ▲ 2007년 9월 2일 오전에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회견에 배석한 김만복 국정원장과 검은 선글라스를 낀 국정원 요원./ 조선일보DB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일까. 3개월 전 달랑 팩스 한 장으로 슬며시 여당에 입당한 뒤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그가, 국가기밀 누출 혐의 등의 각종 논란을 야기한 전 국정원장이 어떤 연유로 정치적 전향을 했는지 국민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그동안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기고문을 해외에 보내고, 재직 중 취득한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등 각종 돌출행동으로 애매한 국가관 논란을 수차례 야기했던 인물이다. 

    그는 2007년 9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선교사가 피랍됐을 당시, 선글라스를 착용한 국정원 요원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해괴한 행태를 보였다. 요원 노출은 물론 첩보 세계의 웃음거리를 자초한 것이다.

    특히 김 전 원장은 2011년 일본 잡지 '세카이'에 '천안함 폭침'을 '천안함 침몰'로, '연평해전’을 ‘연평패전’이라고 부르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천안함 폭침이라는) 
    한국 국방부의 주장이 설득력이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대변인식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 ▲ 2007년 10월 두손을 맞잡고 북한 김정일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김만복 국정원장.-조선일보DB
    ▲ 2007년 10월 두손을 맞잡고 북한 김정일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김만복 국정원장.-조선일보DB


    2007년 12월 대선 전날에는 방북해 김양건 통전부장을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한 뒤 이 내용을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7년 10월 노 전 대통령이 방북해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 김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10월에는 국정원이 김 전 원장을 기밀 누설에 따른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재임 시절에는 '자질 논란'을, 퇴임 후에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국가비밀을 누설했다고 비난받던 김만복 전 원장이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새누리당에 남몰래 입당했다.

    전직 국정원장에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라면 왜 자신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과거의 언행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에 대해 소상히 밝히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김만복 전 원장은 입당 사실 보도가 터지자 잠적해버렸다. 김만복 전 원장의 기이한 행태를 두고 해석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종현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종현 기자


    그의 오락가락 행태도 문제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환영한다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더 큰 문제다. 

    김 전 원장은 지난 8월 자신의 거주지인 서울 광진을 지역 새누리당 당협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입당했다. 그는 지난 9월, 10.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부산광역시 의원 후보의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해 '야권 인사'처럼 행동했다. 지난달 2일에는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10·4 선언 8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당원이 된 이후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을 돕는 이해할 수없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당적을 숨기고 다른 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이런 행태는 정당정치 현실에서 명백한 해당행위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여당 지도부는 "새누리당은 닫힌 정당이 아니라 열린 정당"이라며 그저 반색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장이 입당한다는 건 그래도 새누리당이 희망이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이걸 거부할 어떠한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작 논란의 당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뒤 추상적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집권여당이 얄팍한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하며 구태적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전 원장은 어떤 철학과 신념을 갖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는지, 또 최근까지 왜 그런 갈지자 정치행보를 해 왔는지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늦기 전에 김만복 전 원장을 국민 앞에 내세워 입당에 대한 자세한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한다면, 결국 '영혼도 원칙도 없는 웰빙 정당'이라는 국민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