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도 강조한 '남중해 교역로' 軍 관심필요
  • ▲ 한미 해상기동훈련하는 모습.ⓒ해군
    ▲ 한미 해상기동훈련하는 모습.ⓒ해군

    남중국해 한 가운데에 있는 인공섬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두 강대국 사이의 무력충돌위기로 비화되면서, 동아시아 전체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 가운데 한 곳으로, 석유와 가스, 화물을 실은 상선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 해로를 지나간다.

    남중국해는 국제교역량의 99.7%, 원유(原油) 수입의 100%를 해운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물론이고, 인접한 동북아 국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선이나 다름이 없다.

    남중국에 주변 국가들에게도 이 바다는 생존을 위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곳이다.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얽혀 분쟁을 벌이는 현실은, 이 바다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경제적 가치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남사군도가 갖고 있는 이런 특징들은 자연스럽게 국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최근 남사군도가 있는 남중국해에 공군과 해군력을 집중시키면서 미국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공섬에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남중국해와 남사군도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두 강대국이 남중국해를 목표로 해공군 핵심 전력을 전진배치하면서, 무력충돌가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 도를 넘었다’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압박도 구체화되고 있다. 일본 자위대의 작전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방위협력지침’이 바로 그 사례다. 여기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일본 자위대에 위임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실려 있다.

  • ▲ 미해군과 기동훈련중인 일본 해상자위대.ⓒ미해군
    ▲ 미해군과 기동훈련중인 일본 해상자위대.ⓒ미해군

    여기에 미국은 지난 여름 호주, 필리핀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훈련에는 1만1700여명의 병력과 90여대의 군용기가 참여했다. 일본과 필리핀도 이 지역에서 첫 연합 군사훈련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군사 행동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은 “재난 구조, 어업 증진, 군사 방어 등의 목적을 띤 인공섬 건설은 중국 영토 안에서 이뤄지는 합법적인 일로 다른 나라가 끼어 들 일이 아니다”라며, 노골적으로 유감을 나타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직간접적으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돼 한국 정부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지금처럼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돼 태도를 정리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을 보인다면, 자치 국제관계의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면서, 국방정책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국방정책적 접근은, 한국의 최남단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수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 ▲ 1일 청와대에 모인 한-일-중 정상이 3국 공동번영을 기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1일 청와대에 모인 한-일-중 정상이 3국 공동번영을 기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중국해는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해상 교통로”라며, 남중국해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남중국해와 관련된 국방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다만,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우리국민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인접국 외교당국을 통해 협조를 구하고 ‘항해안전에 대한 불법행위 억제 협약’ 등 국제테러 방지 채널을 동원해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주적인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외교는 물론 국방정책 측면에서도 제1원칙은 ‘한미동행 강화’일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한·미간 군사정보 교류 수준을 미·일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돼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으려면, 이 지역의 군사력 이동과 배치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한미 군사정보 교류 강화는 우리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선결조건이다.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우리 군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의 압박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연합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원해(遠海) 작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방부는 이제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서, 명확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도, 거대한 내수시장을 앞세운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절묘한 신의 한 수를 찾아야만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