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노동자, 나미비아에서 애완견 잡아먹은 듯

    현지 언론에 ‘시더호프에서 발생한 북한인의 애완동물 도살 사건’이란 제목으로 보도돼.

    RFA(자유아시아방송)   
      
      앵커: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어느 건축현장 주변에서 애완동물을 잡아먹은 흔적이 최근 발견돼 현지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이 소식은 지난 주 나미비아 현지를 다녀온 기록영화 감독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Windhoek)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개를 포함해 애완동물을 잡아먹은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고 현지 유력언론 ‘나미비안 선’(Namibian Sun)이 지난 8월 28일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은 지난 주 현지를 다녀온 최원준 기록영화 감독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시더호프에서 발생한 북한인의 애완동물 도살 사건’(Korean pet butchery in Suiderhof)입니다. 시더호프는 수도 빈트후크 남쪽에 있는 지역으로, 이곳에 위치한 군사기지 내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된 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나미비안 선’은 건축 현장을 둘러싼 울타리 아래에서 개 발(dog paws), 토끼 태아(rabbit fetus), 영양 뿔(kudu horns), 그리고 고양이나 토끼의 것으로 보이는 사체가 담긴 원형 통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울타리 너머 건축현장 빈터 땅바닥에도 동물 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토끼를 키우는 우리가 설치돼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이 신문은 주민들의 제보로 현장 취재가 이뤄졌다면서, 그 이전에도 주민들이 경찰과 동물보호소에 신고했지만 아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건축현장을 최원준 감독이 찾은 건 지난 18일. 아프리카 각국에서 북측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건축물에 관한 기록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최 감독이 이곳 나미비아 현장을 찾았을 땐 언론 보도가 이뤄진 후여서 동물 뼈 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이 머무는 숙소 주변은 여전히 “지저분한 느낌”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글회관에서 지난 28일 열린 서울평양포럼(서평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원준 감독입니다.
     
      최원준 감독:(건물을) 짓고 있는 그 현장을 가 봤죠. 그 기사가 나간 이후라서 굉장히 예민한 상황이었는데요. 대략 200-300명 정도가 모여 있는 대규모 건설 현장이었고요. 북한 노동자들이 거기서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서 좀 안돼 보이더라고요.
     
      최 감독이 찾은 건축현장에서는 현재 북측 ‘만수대해외개발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나미비아 국방군(Namibian Defense Force) 본부 신축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나미비안 선’은 전했습니다.
     
      또한 이 신문은 현지에서는 애완동물로 키우는 개와 고양이가 최근 들어 자꾸 없어져 문제가 되고 있으며 혹시 누군가가 잡아 먹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빈트후크 현지 동물학대방지협회(SPCA)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동물은 농장이나 시에서 허가한 도축장에서만 도살할 수 있다”면서 “어떤 도축장이 개나 고양이를 도살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나미비아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를 먹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따라서 현지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북한 노동자들의 소행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미비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예전부터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자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수도 빈트후크 중앙에 위치한 독립기념관 건물을 짓던 북측 노동자들은 근처 아비스 댐(Avis Dam)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들키기도 했습니다.
     
      최원준 감독은 나미비아에서 활동하는 탐사보도 전문기자 존 그로블러(John Grobler) 씨의 지난 2003년 목격담을 전하면서 해외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최원준 감독: 댐이 하나 있는데, 여기서 북한 사람들이 낚시를 하는데, 댐에서 낚시를 하는 건 금지돼 있죠. 여기서 낚시를 하길래 ‘참 웃기네’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사람들이 먹을 게 얼마나 없었으면 물고기를 잡아서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그러나’ 싶어서 딱하더라고 (존 그로블러 기자가) 말하더라고요.
     
      북한이 해외로 파견한 노동자들의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는 건 이미 학술연구 보고서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있습니다.
     
      현재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는 5만8000여 명에 달하며, 이들은 규정에 따른 노동 계약을 맺지 못하거나 직접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시적 감시와 통제 아래 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측 해외 노동자 1명이 매월 버는 돈은 미화 1000달러 가량이지만 이 중 70-90%를 상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