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국정감사가 우선" 사실상 반대의견 피력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재신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재신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재신임 투표 문제를 추석전에 마무리 짓겠다"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당초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의원을 만나 "재신임 투표시기를 연기하되 가급적 추석 연휴에 일단락 짓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당내 '반발 기류'가 거세,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재인 대표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재신임을 묻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문 대표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즉시 사퇴하고,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언했다.

    재신임 여부를 묻는 방법은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ARS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각각 실시하고 어느 한쪽에서라도 불신임을 받으면 사퇴하는 방식이었다.

    문 대표가 전격적으로 '재신임' 카드를 내밀자, 비노(非盧·비노무현)계는 즉각 반발 의사를 표명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0일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는)중앙위 혁신안 통과 압박용"이라며 "대표가 다수를 임명한 중앙위원회에서 재신임을 묻는 것은 반대한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같은 날 TBS라디오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해 "문 대표가 우선 사퇴한 후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 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최고위원들과 상의조차 없이 당 대표 거취문제를 결정할수는 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유승희 최고위원 역시 "공식적 통로를 통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한길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메세지를 올리면서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제안은 야당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12일 새정치연합 3선 이상의 중진 17명이 모여 문재인 대표 재신임 문제를 논의했고, 진통 끝에 "재신임투표와 중앙위원회 소집을 연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표를 만난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의원은 이같은 당내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가급적 추석 전에 했으면 한다"며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시기에 대한 발언들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안철수 전 대표는 13일 '문재인 대표께 드리는 글'이라는 공개서한을 통해 ▲16일에 열리는 중앙위원회 개최 무기한 연기 ▲재신임을 위한 여론조사 취소 ▲지역별 전당원 혁신토론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이 글에서 안 전 대표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조사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의미부여가 어렵다"고 평했다.

    조기 전대론에 불을 지폈던 이종걸 원내대표도 1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표가 국정 감사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더 지혜를 발휘해 달라"며 10월 8일 이후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비노 측은 추석 후 재신임 투표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빡빡한' 국정감사 일정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될 경우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문 대표 측은 추석 전에 재신임 투표를 끝내야 '당 흔들기'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홍 수습'이 늦어질수록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비노를 내쫓아 당 내 내홍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이 시점에, 자신의 거취문제를 가장 우선시하는 행태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