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 압도적… 문재인이 선택해야"9월 공천혁신안·추석연휴 앞두고 '사퇴냐 분당이냐' 중대 기로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사진)는 6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며 패권주의 리더십이 당을 지배해왔다고 문재인 대표를 향한 직격탄을 날렸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사진)는 6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며 패권주의 리더십이 당을 지배해왔다고 문재인 대표를 향한 직격탄을 날렸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정조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면서 재반격에 나서, 새정치연합 내부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안이한 현실 인식과 함께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일방통행식 제도 혁신이 겹치면서, 당 안팎의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해 추석 전 야당발 '급변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안철수 "당의 혁신은 실패… 패권주의가 당 지배해왔다"

    안철수 전 대표는 6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의 성공 여부는 정치인이나 혁신위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당이 변했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발언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31일 경기 여주 썬밸리 세종홀에서 열린 서울지역 구의원 연수회에서 "혁신이 잘 돼가고 있으며, 혁신안이 당무위·중앙위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며 "혁신을 둘러싸고 갈등이 많은 것처럼 언론에서 다루지만 결과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한길 전 대표는 이튿날 "(혁신위원회의) 성과가 국민들의 희망을 자아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더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전 대표도 2일 전북대 강연에서 "혁신안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는 거의 없다"며 "당의 변화와 쇄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정풍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4일 9차 혁신안을 발표하는 전후로 "혁신안이 우리 당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당원과 국민들이 그걸 느껴가는 과정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전 대표를 한 분도 우리 당의 위기에 책임이 있는데, 그렇게 성급하고 무례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격했다.

    이날 안철수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문재인 대표가 '혁신이 잘 돼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자 이러한 안이한 현실 인식에 놀란 비노(非盧·비노무현)계에서 쓴소리를 했고, 반격을 위해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자 재반격을 한 차원으로 이해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 △혁신의 범위는 어디인지 △어떤 혁신인지의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제도 개선 만으로는 혁신을 이루기 힘들다는)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잣대와 우리 자신에게 적용하는 잣대는 같아야 한다"며 "만일 제도 개선이 답이라면 이를 통해서 당이 바뀔 것이라는 당내외의 공감대가 중요한데 과연 지금 그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자 문화며 관행"이라며 "그 동안 당 내부의 부조리와 윤리의식 고갈, 폐쇄적 문화, 패권주의 리더십이 당을 지배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순혈주의와 배타주의, 진영논리로 당의 민주성·개방성·확장성을 가로막으며 기득권을 공고히 해왔다"며 "이러한 뒤떨어진 인식과 사고, 병폐를 걸러내는 것이 당 혁신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당 혁신의 목표는 '친노패권주의 청산'이 돼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혁신은 낙제점이라는 당내의 광범위한 인식을 대변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고 지목함으로써,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위해서는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바꿀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야권 내의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전 대표가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공개 비판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으며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이른바 4·29 재보선 참패, 5·8 참사에 이어 다시금 본격적인 내홍 양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전체회의를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거울 속에 비친 문재인 대표가 박지원 전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전체회의를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거울 속에 비친 문재인 대표가 박지원 전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지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 문재인 대표가 선택하라"

    문재인 대표 체제 비판에는 최근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위 위원장을 수락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5일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이 주최하고 도민 및 당원 5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통합과 단결만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지만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며 "민심의 흐름을 이기는 정치 지도자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당(分黨)해서 잘된 사람 하나 없고 통합과 단결만이 살 길이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여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그 길을 이제 문재인 대표가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문재인 대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호남 민심을 대변해, 대표 사퇴를 촉구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도민·당원의 자유 질문 순서에서도 "당의 위기를 초래한 문재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촉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나온 발언을 취합해 중앙당에 전달할 예정이다.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사퇴 촉구는 문재인 대표에게는 뼈아픈 일격이다. 애당초 지난달 31일 '김칫국 마시기' 식의 자화자찬 발언이 나오게 된 계기가 이들에게 각각 국민정보지키기 특위위원장과 한반도평화안보 특위위원장을 나눠준 것에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정원 불법해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책임져 주시고, 한반도 안보 통일은 박지원 전 대표가 책임지고 계신다"며 "요즘 대표가 힘이 없다는 말을 듣는데 어느덧 계파패권주의 이런 말은 사라지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던 것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당권을 꽉 움켜쥔 채로 별다른 실권도 없는 당내 특위위원장만 형식적으로 한 자리씩 나눠준 채 '계파패권주의가 사라졌다'고 하니, 그런 생각으로 특위위원장을 수락한 게 아니었던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황망했을 것"이라며 "반발이 터져나오는 게 당연하지만, 문재인 대표가 자업자득이라는 인식이나 갖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사진)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김한길·박지원 전 대표와는 결이 다르고 충정이 읽힌다고 평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사진)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김한길·박지원 전 대표와는 결이 다르고 충정이 읽힌다고 평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강창일·김동철 '퇴로' 제시에… 범친노 '갈라치기'로 대꾸

    여기에 강창일 제주도당위원장이 '문재인 대표는 일상적인 당무만 관리하며, 10월 중에 내년 4·13 총선에 대비한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에 출범시켜 선거·공천 관련 업무는 선대위에서 전담하는 방안'을 동료 의원들과 회람하고 있고, 다음 주중에 공론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문재인 대표가 일단 대표직은 내려놓은 뒤, 대선주자들로 구성되는 원탁회의(비대위)에 지도부의 일원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퇴로를 제시했던 김동철 의원도 "그냥 물러나라고 하긴 뭣하니까 퇴로를 마련해줬던 것인데 '지도부 흔들기'라고만 한다"고 불만을 피력했기 때문에, 강창일 의원의 '조기 선대위' 안까지 거부될 경우에는 당이 한층 심각하게 흔들릴 개연성이 높다.

    다음 주중에는 현역 의원에 대한 '인위적인 대거 물갈이'를 암시하는 공천 관련 10차 혁신안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의 사퇴냐 분당(分黨)이냐 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구도로 '급변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됨에 따라, 범친노 등 주류 측에서도 일단 숨고르기와 '갈라치기'에 나섰다.

    범친노인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6일 전(前) 사무총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의 소위 영향력 있는 선배들,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어떻게 해야 된다'는 뉘앙스도 안 줬다"며 "그냥 못마땅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구조적으로 '방향이 어떻게 가야 된다'는 언질을 줬다"며 "적어도 안철수 전 대표는 결이 다르고, 충정이 읽힌다"고 평가했다.

    이는 김한길·박지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를 구분지음으로써, '잠재적 대권 주자의 존재'를 제외해 분당(分黨)의 필수 동력을 빼놓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문재인 대표의 섣부른 발언으로 재점화된 당의 내홍에 대해 범친노 측이 나름대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의 전열을 가다듬으려 하는 것과는 달리, 당 밖에 있는 세력들은 여러 가지 정치 일정상 움직임이 더욱 긴박해지고 있다.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추석 전 급변 사태의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내부가 내홍으로 인해 시끄러운 가운데, 8말~9초 중 모종의 정치적 움직임을 시사했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사진)의 좌고우면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야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내부가 내홍으로 인해 시끄러운 가운데, 8말~9초 중 모종의 정치적 움직임을 시사했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사진)의 좌고우면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야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 안팎 긴박한 움직임… 천정배 '좌고우면'은 언제까지

    지난 3일 유선호·장세환 전 의원이 탈당했다. 유선호 전 의원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목포고~서울법대 동기동창으로 긴밀한 관계이지만, 정작 탈당을 위한 국회 기자회견장의 예약은 박주선 의원을 통해서 했다. 박주선 의원 또한 문재인 대표의 섣부른 발언을 강력히 논박하며, 추석 전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7월 16일 '선도 탈당'했던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기자회견은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이 국회 기자회견장 예약을 맡았었다. 황주홍 위원장은 5일 박지원 전 대표의 비판 발언이 나온 전남도당 행사 또한 주최했다. 호남 민심이 문재인 대표를 향한 분노로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성격의 행사를 열면 당연히 사퇴 촉구 발언이 봇물 터지듯 나올 수밖에 없는데도 행사를 진행한 것 또한 정치적으로 의미심장하다.

    새정치연합 내부의 이러한 여러 가지 긴박한 움직임과 거리를 두고 있는 천정배 의원도 정치 일정상 더 이상의 좌고우면(左顧右眄)은 곤란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 광주·전남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는 천정배 의원이 9월 6일에 창당 선언을 한다는 설(說)이 파다했다. 애초 천정배 의원 측에서 8월 말~9월 초 사이에는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진 민심이 호응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런 식의 일이 거듭되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구체적인 움직임을 미룰 수만도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천정배 의원도 어떤 형태로든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정치적 캘린더도 이를 재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9일 선도 탈당한 새정치연합의 전직 당직자·당원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중도개혁민생실용정당 창당 준비모임인 국민희망시대의 임종천 대변인은 "문재인 대표가 (호남 민심·친노패권 등과 관련해) 자꾸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호남 민심이 오히려 자꾸 멀어져만 가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호남 민심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종천 대변인은 "새삼 추석 민심을 살펴보고 (신당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는 모든 세력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추석 연휴가 도래하기 전에 먼저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야권 통합신당의 창당 선언을) 결행하고, 추석 때 다들 지역으로 내려가 국민들의 추석 밥상에 희망의 소식을 올려놓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