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천정배와 통합 이뤄지면 12월초 野 현역 엑소더스 가능성도 엿보여
  •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 컨벤션홀에서 신민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 컨벤션홀에서 신민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연쇄 창당 선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추석 전에 창당을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도 추석 연휴 전에 탈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정국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야권 신당 창당 움직임에서 야권 신당 간의 중도통합 움직임으로 한 단계 진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영 전 지사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 컨벤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민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창당 선언에서 "승리한 자는 포용을 모르고, 패배한 자는 승복을 모른다"며 "정치 문화를 바꿔 국민을 행복하게, 국가를 번영하게, 민족을 융성하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어 위민·위국·위족의 신민당 기본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중도 혁신의 실용성을 믿는 보통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신민당은 신익희 선생·조병옥 박사·장면 총리·윤보선 대통령·박순천 여사·정일형 박사·김대중 대통령의 민주 정신을 이어받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참여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창당 선언은 다분히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대선 불복 논란 △운동권적 좌경맹동 △친노패권주의 독주 등 현재의 새정치연합이 안고 있는 적폐들과 선명히 대조되는 야당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준영 전 지사도 창당선언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국민을 위해 정책을 개발한 뒤 임기를 마치면 잡(Job)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보통 사람들과 함께 정치를 하겠다"며 "지금처럼 전부 운동권만 뽑아놓으면 맨날 싸움만 하지 나라를 운영할 수 있겠느냐"라고 새정치연합의 인적 구성을 비판했다.

    당명인 신민당(新民黨)에 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대선 후보로 나올 때의 당명이고, 5·16 으로 정치가 중단됐다가 재개됐을 때 여러 야당이 생겼다가 통합한 이름이 신민당"이라며 "민주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당명이라, 많은 전문가들과 정치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 컨벤션홀에서 신민당 창당을 선언한 뒤,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 컨벤션홀에서 신민당 창당을 선언한 뒤,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신민당 창당 선언식에 함께 한 현역 국회의원은 없었지만, 10년 전 친노의 득세를 꺾고 민주당 정통 세력을 되살린 박준영 전 지사의 행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박준영 전 지사는 2004년 전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는데, 이 때 민주당은 노무현 탄핵 광풍으로 인해 원내 의석이 9석으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하지만 박준영 전 지사는 당시 열우당 민화식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2006년 6·2 지방선거에서도 67.7%를 득표해 19.2%에 그친 열우당 서범석 후보를 압도했다.

    신민당 창당준비위원회의 박용상 공보특보는 "2004년 폐허나 다름없는 새천년민주당의 간곡한 권유로 출마했는데, 열린당의 후보를 상대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뒀다"며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열린당 후보와 한 판 승부를 벌여 압승한 뒤에는 민주당은 승승장구, 열린당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준영 전 지사가 먼저 신당 창당의 깃발을 높이 치켜듬에 따라, 추석 연휴 전까지 각 세력의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 등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석 연휴 직전 신당 창당 선언을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고,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도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중도개혁 신당추진위의 임종천 대변인은 "이미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에 극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새삼 추석 민심을 수렴해 신당 창당 여부를 고민해야 할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며 "추석 전에 신당을 창당해 국민들의 추석 밥상에 희망을 올려놓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상수'라고 전망했던 신당 창당이 현실화되면서, 여러 신당 세력 간의 중도 통합 움직임으로 급격히 야권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전까지 신당 창당 선언이 잇따른 뒤, 추석 이후 10~11월에는 신당 추진 세력들 간의 연석회의나 원탁회의가 구성돼 중도 통합을 위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기대감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 컨벤션홀에서 신민당 창당을 선언하기에 앞서 한 어린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 컨벤션홀에서 신민당 창당을 선언하기에 앞서 한 어린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과정에서 핵심은 역시 박주선·천정배 의원과 박준영 전 지사 등 제세력 간의 중도개혁 통합 움직임이 원활히 결실을 맺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창당선언식에서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박준영 전 지사는 연대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미묘하게 뉘앙스를 달리하는 답변을 했다.

    박준영 전 지사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 분들도 나름대로 신당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많은 대화를 해왔지만, 노선과 방향에 대해서 약간의 이견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주선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역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정기국회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라며 "박주선 의원과는 그동안 이야기도 많이 하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하는데,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기대감을 피력했다. 박준영 전 지사는 지난 7월 16일 전격적으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도 박주선 의원과 회동을 하고 사전에 탈당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정치연합 내의 동교동계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교동계라 일컬어지는 분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기나긴 시간 동안 투쟁할 때 핍박을 받은 분들의 정치적 결사체이고, 나는 김대중 대통령을 모셨지만 동교동계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정치적인 행보를 그 분들과 함께 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11월까지 박주선·천정배 의원과 박준영 전 지사 등 야권 세력 간의 중도 통합이 이뤄져 명실상부한 대안 정당이 구축되면 새정치연합의 원심력은 극대화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습이 이뤄지지 않고 잘못된 공천 혁신안이 강행된다면, 새정치연합의 구심력 또한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원심력이 커지고 구심력이 작아지는 상황에서는, 12월 초 정기국회 폐회를 전후해 현역 의원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후 대안 야당인 중도 개혁 정당이 시·도당 창당을 거쳐 중앙당 창당까지 완료하게 되면, 내년 4월 총선에서는 본격적으로 새정치연합과 야권의 대표 수권 주자로서의 지위를 겨루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영 전 지사도 "현재 상황으로 보면 새정치연합이 결국 (총선에서) 대패를 할 것으로 진단한다"며 "다음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을 대신하는 제1야당으로서 자리매김하고,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