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적법한 의결절차 무시… 차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냐"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오후 소집된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엷은 미소를 띈 채 회의 진행을 주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오후 소집된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엷은 미소를 띈 채 회의 진행을 주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밀어붙이기 속에 소집된 중앙위원회의가 친노패권주의의 민낯을 여지 없이 드러내며 기득권과 분열의 상징인 공천 혁신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친노 세력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반대파의 발언과 의사 표명을 봉쇄한 채 공개 투표를 강요해, 결국 반대파가 모두 퇴장하는 상황 속에서 만장일치가 선언됐다. 민주 창당 60주년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민주의 끝을 보여주는 친노패권주의의 실태가 여실히 드러남에 따라 혁신안 통과를 계기로 문재인 체제를 향한 항거는 오히려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연합은 16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었다. 재적 576명 중 396명의 중앙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좌중을 향해 노골적으로 혁신안을 통과시킬 것을 강요했다.

    문재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지금 혁신이냐 기득권이냐, 단결이냐 분열이냐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중앙위원 동지들은 기득권이 아니라 혁신을, 분열이 아니라 단결을 선택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6월 항쟁 이후의 야권 분열은 군부 정권을 연장시켰다"며 김대중 대통령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가 하면, "2007년 대선 이후 거듭된 패배도 우리가 하나가 되지 못하고 혁신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자신의 2012년 대선 패배 책임도 '물타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중앙위는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親盧·친노무현) 당권파가 장악했다는 분석이다. 조직 동원을 통해 우호적인 중앙위원들의 상경과 출석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전날부터 문재인 대표 이하 그 분(친노)들이 자신들의 패거리들을 많이 올라오도록 독려했다"고 전했다. 김동철 의원도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중앙위원들이 많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중앙위는 친노패권주의의 전횡으로 최소한의 민주적인 의사 진행 절차마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조경태 의원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중앙위를 진행해 그 절차를 언론을 통해 공개할 것을 제안했지만, 좌석을 채운 친노 무리들은 야유와 고성을 통해 발언을 방해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조경태 의원은 "4·29 재보선에서 안방까지 내준 참혹한 패배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혁신안에 핵심이 빠져 있다"며 "국민들은 혁신위원들을 혁신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문재인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혁신안은 당의 단합에 독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당대표가 아닌 특정 패거리 정치의 대표가 될 것 같으면 그 자리에서 즉각 내려오는 것이 옳다"며 "선당후사를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하는 대표가 돼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16일 오후 소집된 중앙위원회의에서 손을 치켜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의 의사 진행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16일 오후 소집된 중앙위원회의에서 손을 치켜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의 의사 진행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조경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좌석의 친노 무리들은 "(혁신안 의결과) 관계 없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며 야유로 의사 진행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성이 회의장 문밖까지 잇따라 들려오기도 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한 중앙위원은 "찬반토론에 들어갔는데 시작하자마자 (친노들이) 관계 없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며 첫 번째 안건부터 소리를 지르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결국 상기된 표정으로 중앙위 회의장에서 퇴장한 조경태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혁신도 아닌 혁신안에 대해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이 분개하고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이 혁신안이 통과되더라도 앞으로 당에서는 많은 분란과 분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누가 더 민주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많은 당원들과 우리 당내의 생각이 비슷한 의원들과 계속 논의해서 (구체적인 행동 여부에 대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등 민생·실용 성향의 의원들은 공천 혁신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으나, 이러한 제안 역시 일축당했다. 개개의 중앙위원들이 혁신안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반드시 밝혀야 하는 공산주의식 공개투표에 내몰린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의 통과 여부에 자신의 진퇴를 걸겠다고 밝힌 이상, 혁신안에 반대하는 중앙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눈 앞에서 퇴진에 투표하는 셈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절차 진행에 문병호·김동철·유성엽·최원식 의원 등이 뒤따라 퇴장했다. 퇴장하는 의원들의 등 뒤에서 중앙위 회의장을 완전 장악한 친노 무리들은 "이의 없다"를 외치며 그들만의 만장일치 의결을 선언했다.

    문병호 의원은 퇴장 직후 취재진과 만나 "300명 이상의 성원들이 모여 있는데 만장일치가 될 수 있느냐"며 "그런데도 만장일치라고 방망이를 쳤는데, 이야말로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당 운영"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철 의원은 "대표의 진퇴가 걸려 있는데 서로 간에 뻔히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안건에 반대할 수가 없다"며 "차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공당(民主公黨)에서의 합법적이고 원만한 의사 진행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 표결에 응하지 않고 퇴장했더니,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며 "국민 의사에도 동떨어지고 비민주적인 이러한 의사 진행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원식 의원은 중앙위 의사 진행을 가리켜 "참담하다"며 "구태 정치고 계파패권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혁신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면 무조건 기득권자로 몰고 건전한 토론을 봉쇄하고 급기야는 만장일치로 밀어붙이려 했다"며 "공개투표를 하겠다는 것은 혁신이 유신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회의의 의사 진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문재인 대표가 돌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바라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회의의 의사 진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문재인 대표가 돌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바라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성엽 의원도 "중앙위원들의 자유 의사를 확인해 처리해야 하는데 '이의 없나' 해서 만장일치로 몰아 처리하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수정안 제안도) 할 계제가 안 되는 것 같고, 정상적인 의사 진행이 안 되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파가 회의장에서 모두 퇴장한 뒤 찬반 토론이나 표결 없이 이의의 유무를 물어 혁신안의 만장일치 의결을 선언한 친노 무리들은 승리감에 도취된 환한 웃음을 띄며 회의장을 나섰다. 당우(黨友)가 중도 퇴장한 데에 따른 번민이나 무거운 분위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민집모 의원단의 중도 퇴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회의에 참석한 중앙위원들이 혁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우리 당을 단합된 정당으로 만들어달라는 중앙위원들의 간절한 욕구를 받들 책무가 내게 있다"고 답했다. 언뜻 동문서답(東問西答) 같지만, 혁신안까지 통과된 마당에 '단합'에 방해가 되는 무리들은 단호하게 쳐내겠다는 '학살'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날 저녁까지 회동한 안철수 전 대표가 혁신안의 내용 및 중앙위의 비민주적인 운영을 비판하며 불참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싱긋 웃어보이기까지 하며 "합의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많은 친노 중앙위원들이 △회의의 비공개 운영 △반대파의 발언을 야유 등으로 봉쇄 △공개 거수·기립 투표 시도 △반대파가 전원 퇴장 등 비민주적인 절차로 일관된 중앙위 진행에 대해 아무 문제 의식 없이 후안무치한 웃음을 띄며 회의장을 나섰다. 이들은 마치 큰일을 해냈다는 듯이 서로 악수하고 등을 두드리며 하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의 모두발언에 부응해 친노 무리들만이 모여 기득권과 분열을 선택한 중앙위 의결은 정치적·법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됐다. 공천 혁신안 의결이 '내홍의 끝'이 아닌 '파국의 시작'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새정치연합 김동철·김영환·노웅래·문병호·신학용·유성엽·정성호·주승용·최원식·최재천·황주홍 의원은 중앙위의 자칭 '만장일치' 직후 성명을 내고 "중앙위 의결은 무효"라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혁신안을 중앙위의 전 단계인 당무위에 부의하기로 의결한 9일 최고위에서 출석 최고위원 7인 중 4인이 당무위 상정에 반대했음에도 대표가 일방적으로 가결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린 점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 의결에 진퇴를 걸었음에도 당사자의 면전에서 공개 투표를 강요한 점 △중앙위원들 다수가 퇴장한 상황에서 표결 성립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만장일치를 선언한 점 등을 들어 중앙위 의결의 절차적 하자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공통의 인식을 바탕으로 향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보다 깊은 성찰과 혁신의 실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혀,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당무를 농단하고 있는 친노패권주의 세력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