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홍 관련해선 "선거 치를 때마다 기호 달랐는데, 이번엔 유지해야"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다시 한 번 피력하며, '유지'를 잇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나무로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 나무가 저편 태풍 같은 힘에 (뽑혀나가는) 과정이 생중계되는 것을 봤다"며 "국회가 무너지고 의회정치가 무너지는 모습을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를 일으키는데 저도 한몫했다는 자부심이라고 할까, 또는 죄책감이라고 할까, 묘한 감정을 가졌던 100일이 지났다"며 "여당이 사라지고 국회는 반쪽이 됐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화도 협상도 없고, 오직 대통령만 있다"며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흡수돼 삼권분립이 아니라 일권전횡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이후, 2월에 먼저 선출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너가 돼 왔다. 원내 협상의 상대로 호흡을 맞춘 지 약 한 달 후인 지난 6월 8일,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겨레〉의 정치토크프로그램 '돌직구'에 출연해 유승민 원내대표를 추어올렸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을 듣고 감동받은 사람이 많다"며 "박근혜정권에서 빈껍데기가 돼버린 경제민주화를 되살리려는 태도를 좋게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 당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구사대'를 할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꽤 많다"라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이 정도면 거의 '사랑 고백' 비슷하다"며 "이종걸 원내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좋아한다"고 정리한 바 있다.

    하지만 '구사대(求社隊)' 노릇을 할 새정치연합 의원이 많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 후 한 달을 못 버티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실각(失脚)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로서는 마음에 드는 협상 파트너를 만난 지 불과 2개월 만에 잃은 셈이 됐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이날 기자간담회는 취임 후 지난 100일을 회고하다보니 첫 파트너였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역시 잊을 수 없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이종걸 원내대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실각으로 무덤 속으로 들어간 줄 알았던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듬으로써 자신이 유 전 대표의 '유지(遺志)'를 잇겠다는 다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당시) 당내 반발을 예견하면서도 국회의장 중재까지 거치면서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관철시킨 바 있다"며 "삼권분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국회의 한목소리를 담아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법은 좌절됐다"고 회고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7월 7일 열린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를 마지막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운영위원장 직도 상실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7월 7일 열린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를 마지막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운영위원장 직도 상실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그래서 '박근혜 국회법'을 우리가 냈고, 헌법정신에도 맞다"며 "삼권분립 정신에 맞는 역할과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국회법'이란 1998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박근혜 의원이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으로 '국회 상임위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그 위임범위를 일탈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중앙행정기관장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대응 방안과 △새정치연합 내홍 상황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체제를 대신해 들어선 원유철 원내대표 체제를 향해서는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 동안 각 상임위별로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전쟁'을 치르겠다"며 "민생 중심의 예산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산투쟁'도 벌이겠다"고 천명했다.

    당의 내홍 상황과 관련해서는 지난 8일 광주·전남 의원들과의 대규모 회동을 거론하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가 유난히 내홍 상황과 신당에 대한 언급을 거침 없이 토로하며, '탈당'이라는 금기어까지 솔직담백하게 꺼내놓았기 때문인지 좌중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폭소와 긴장감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석했던 권은희 원내대표비서실장이 도중에 "네" "네네"라는 말을 하며 연신 끼어들어,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적절한 시점에서 매듭지으려고 할 정도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광복에서 통일로 가는 자전거를 광주에서 시작했는데, 자전거는 쑥 들어가고 광주에서 만난 의원들과의 대화 내용이 전부가 돼 버렸다"며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거기(내홍)에 많이 쏠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내가 네 번 선거를 치렀는데, 그 때마다 내 번호(기호)가 1번도 있고, 2번도 있고, 3번도 있고 다 달랐다"며 "내가 탈당만 세 번 했다"고 털어놔 좌중을 폭소로 이끌었다.

    아울러 "탈당은 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탈당이었고, 저희 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탈당이었다"며 "이번에는 또 현실에 맞는 판단과 생각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각 번호(기호)를 넘나들면서 당선이 됐는데 이번에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해야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며 "나의 동물적 감각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