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독일의 개혁 사례로부터 '경제 실력' 배워야
  • ▲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가 IMF보고서를 근거로 낙수효과를 비판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IMF가 한국의 경제사정을 요약한 보고서에서는 상반된 견해를 내비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가 IMF보고서를 근거로 낙수효과를 비판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IMF가 한국의 경제사정을 요약한 보고서에서는 상반된 견해를 내비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경제 싱크탱크인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는 21일 '국제적 관점에서 본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결과'라는 보고서의 요약본을 배포했다.

    수권정당을 위한 경제 정책을 야심차게 드러낸 셈인데, 정작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낙수효과론' 비판에만 열을 올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는 2015년 6월 국제통화기금(IMF) 전략정책검토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약 100여 개 개발도상국의 경제지표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를 요약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하면 불평등이 해소된다" "중하층에 대한 섣부른 복지 및 경제 지원 정책은 혁신과 근로의 유인을 낮춰 성장을 저해한다"는 명제로 대표되는 낙수효과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요약본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은 △노동시장규제의 완화 △금융 심화 △기술의 진보 △세계화 등에 의해 심화되고 가속화된다고 했다. 

    반면 △교육접근성의 증대 △보건성과의 개선 △사회 재분배 정책의 강화 등에 의해서는 소득불평등이 완화된다는 것을 증명해, 기회의 균등 및 중하층의 총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요약본은 결론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이 '낙수효과의 신봉' 하에서 실행됐다"며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하고 성장 잠재력의 제고마저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이 아닌, 중하층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표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을 뒷받침해주는 보고서를 배포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대표의 대권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의 무리한 해석은 아닐까.

    보고서의 결론에 따르면 우리는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막기 위해 기술의 진보와 세계화를 가로막아야 한다. 개항 이전 쇄국 시대의 조선 후기처럼 소득불평등이 없는 절대 빈곤의 사회가 연상되는데,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지지 않을 수 없다.

    보수진영 싱크탱크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양극화가 없는 사회는 북한과 같은 가난한 나라들"이라며 "성장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이 부유해지지 않는다고 모든 사람이 가난해지는 방식을 택해서는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가 배포한 보고서 요약본에서 소득불평등의) 원인을 제공한 요인들을 제거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디지털 혁명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이냐"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디지털 혁명과 같은 시대의 혁명은 우리가 막고 싶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게 아니다"라며 "기술의 진보와 세계화의 물결을 막는다는 것은 성장 자체에 브레이크를 건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영국의 산업 혁명 과정에서 공장노동자들, 특히 연소 노동자들이 겪었던 비참한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역시 산업 혁명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가 인용한 IMF는 정작 지난 2014년 4월 17일에 한국을 콕 찝어 노동과 서비스 분야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IMF가 이날 발표했던 '2013년 한국 경제 연례보고서'의 내용 중에는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로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돼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대목이 있다.

    일찍이 1993년 김영삼(YS) 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22일 "노동개혁은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하라고 했지만 20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위원장도 없는 상태가 됐다"고 개탄했다.

    정말 '유능한' 경제정당을 지향한다면 이런 점에도 주목해야 하지만, 같은 IMF의 보고서 중에서도 문재인 대표의 지론과 무관한 내용에는 눈을 감고, 뒷받침해 끌어다 쓸 수 있는 내용은 요약본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OECD와 개발도상국 100개국을 대상으로 내놓은 포괄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무리하게 끼워맞췄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는 아젠다 2010을 통해 노동 개혁을 이뤄냈고 유럽의 중심으로 우뚝 일어섰다. 영국은 대처 수상의 긴축정책으로 영국병을 치료했다. 이를 이어받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는 '유능한 경제정당'을 내세운 문재인 대표를 대권으로 견인하기 위해 창설됐다. 하지만 진정으로 대권 행보를 뒷받침하려면 세계 선진국들의 최근 사례들을 본받는 '좀 더' 유능한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