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진단 주제 특강 들은 문재인 "임금 인상해야"
  • ▲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른바 '김상곤 혁신위'의 좌클릭 논란 속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이 '경제정당 행보'를 꿋꿋이 계속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해 8월 민병두 원장이 부임한 이후 연속적인 보고서 발간을 통해 '유능한 경제정당'론을 주장해 왔다. 2·8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한 문재인 대표도 이를 받아들일 뜻을 보였었다.

    하지만 4월 중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지자, 문재인 대표는 급거 방향을 변침해 경제정당론을 버려두고 정권심판론으로 폭주했다. 결과는 4·29 재보선 전패였고 이후 한 달여간 당은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재보선 전패의 위기 속에서 당을 구원하겠다며 등장한 혁신위는 친노·운동권 일색으로 구성돼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덜어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혁신위가 일성(一声)으로 당의 정체성 재확립을 내세운 것도 '좌클릭'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민주정책연구원이 중심을 잡고 '경제정당'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는 게 야권 안팎의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민주정책연구원은 16일 오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권순우·박현수 상무를 초빙해 한국경제진단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새정치연합 강희용 부대변인은 "지난주 현대경제연구원 특강에 이은 '대기업으로부터 듣는다 2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간경제연구소다. 일본의 대표적 민간경제연구소인 노무라종합연구소(野村綜合硏究所)는 자민·민주 양당에 경제 진단과 정책 방향에 대한 자문을 많이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간경제연구소와 새정치연합과의 관계는 소원했다. 새정치연합이 경제 주체 중 유독 중소기업을 강조하며, 대기업은 '재벌'이라 하여 멀리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특강은 더욱 주목받았다. 특강에는 문재인 대표와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비롯해 정세균·박병석·추미애·윤호중·박혜자·유은혜·전순옥 의원이 참석했다.

    권순우 상무는 최근 세계경제의 흐름을 △미국은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펼쳐 신흥국 위기를 촉발할 수 있으며 △중국은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에서 내수촉진형으로 전환하면서 경착륙 리스크가 있고 △유럽은 유로 체제에 내재된 불안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 △일본은 아베노믹스 실패시 재정위기 발생 가능성 등으로 정리했다.

    이어 이러한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서 한국경제를 수출과 내수로 나누어 진단했다.

    수출의 경우 무제한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의 엔저가 가속화·장기화되면서 수출 경쟁력 하락을 위험 요소로 꼽은 반면,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이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는 저임금·저생산성·고령화에 따른 소비 부진이 핵심 문제로, 저성장·저물가가 고착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강을 경청한 문재인 대표는 자신이 밀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는 "소비 부진은 임금 인상이라는 정직한 정책으로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며 "저임금 계층의 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가 친기업적 문화와 정책기조 때문에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순우 상무는 "임금 인상의 여력이 있는 곳은 제조업 관련 근로자인데, 소비 부진의 핵심은 저임금 서비스업 종사자"라며 "어느 하나가 정답이 될 수 없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해봐야 하는데, 좀 더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정책연구원은 유능한 경제정당 행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실무를 맡을 경제 전문가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이 센터장을 맡을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 산하 국민경제연구센터는 각각 거시경제·지역경제·금융·산업 전공의 경제학자 4명과 연구기획을 담당할 사회과학분야 전공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공모는 오는 19일까지 당 홈페이지와 민주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

    민주정책연구원 측은 "국민경제연구센터는 당 정책위 및 민주정책연구원과 함께 새정치연합의 경제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며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제 정책과 총선·대선의 핵심 경제 공약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