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체성 혁신안 발표되면 내홍 격화 전망… 신중한 행보 계속할 듯
  • ▲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5일 서울 금천구청장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차담회를 가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5일 서울 금천구청장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차담회를 가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의 차담회에서 최근 혁신안을 놓고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 등 내홍 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7일 당 정체성과 관련한 4차 혁신안 발표와, 20일 혁신안의 중앙위 상정을 앞두고 친노와 비노 간의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측 모두와 등거리를 유지한 채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 신중한 행보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희정 지사는 15일 오전 서울 금천구청장실에서 김상곤 위원장과 차담회를 가졌다.

    만남은 이날 금천구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 관계로 안희정 지사가 상경한다는 것을 알게 된 김상곤 위원장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희정 지사는 앞서 새정치연합 시·도지사협의회 때 출장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는데, 김상곤 위원장은 안 지사에게도 혁신안의 진행 상황에 대해 안내하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지사는 공개 모두발언에서 구청장실 회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HOPE'(희망)라는 장식물을 보면서 "마침 구청장님 방에 '호프'가… 혁신위원장께 아주 좋은, 딱 맞는 바람 같다"고 평했다.

    아울러 "경기교육감 시절, 위원장이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며 "그런 지도력으로 우리 당과 여의도 정치에 좋은 미래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당원으로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우리 당이 제대로 당 역할을 해야 우리 청년들도 꿈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지사가 늘 염려하는 정치권의 불신·불통에 대한 욕구를 풀어나갈 수 있는 근거가 우리 당의 혁신으로부터 시작됐으면 참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두 사람은 30여 분간 비공개로 차담회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안희정 지사는 혁신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이를 놓고 벌어지는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혁신위 중심으로 당이 잘 단결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5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차담회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5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차담회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차담회를 마치고 나온 안희정 지사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 활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과 당원들의 기대가 있다"며 "기대에 부응하는 혁신위 활동에 대해서는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혁신위에서 논의되는 구체적인 여러 가지 안들은 당무위원들이나 여러 가지 의견에 따라 조율될 것"이라며 "개별 안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김상곤 위원장도 "(혁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은 없었다"며 "(혁신안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그런 말씀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자리에서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재재심(再再審) 당무위 의결이라든지 기타 당내 현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중심으로 당이 단결하기를 바란다" "혁신위 활동에 대해서 지지할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으로 딱히 혁신위 활동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희정 지사가 서울에 올라와 모처럼 김상곤 위원장과 회동했는데 원론적인 입장 만을 밝힌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당내 계파 갈등과 거리를 두고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모레(17일) 정체성에 관한 혁신안이 발표되면 친노~비노 간의 계파 갈등은 이념·노선 투쟁의 형태로 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내홍이 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양측과 등거리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충청권 유일의 대권 주자로서 메리트를 계속 가져가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좀 더 직접적으로 "왜 지금 안희정 지사가 흙탕물에 뛰어들겠느냐"며 "안 지사는 앞으로도 당분간 당내 내홍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어느 한 편을 편들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