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보려 했는데…' 간담회 신중한 답변 속 커지는 우려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정원불법사찰의혹조사위원장이 15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정원불법사찰의혹조사위원장이 15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7월 31일 당 공동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첫 당직을 맡았다. 하지만 받아든 첫 잔부터 '독이 든 성배'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은 15일 새정치연합의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 조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대표가 이날 아침 안철수 의원에게 제안했고, 안 의원은 오전 11시 무렵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혁신위원장 제안을 거절한 이후, 약 두 달간 '자의반 타의반'의 잠행기를 거쳤던 안철수 의원이다. 조사위원장 수락은 오랜만에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자리로의 복귀를 뜻하는 것인 만큼, 본격적인 정치 행보 재개의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안철수 위원장은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철저한 진상규명 △제도개선 통한 재발방지책 마련 △도·감청에 대한 국민적 불안 해소라는 세 가지 기조로 진행하겠다며 "외부 전문가도 모시고,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을 각각 담당하는 소위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 차원의 일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이니만큼 여당도 함께 하는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정조사 실시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재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 어떤 방향으로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은 극력 피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국정원 해명의 신빙성을 묻는 질문에 "사실 확인이 먼저"라며 "사실에 근거해서 앞으로 여러 가지를 밝혀나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 해명에 대해 기술적으로 반박을 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지금은 증거 없이 속단하거나 반박하는 것은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정원불법사찰의혹조사위원장이 15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의 오른쪽은 유은혜 대변인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정원불법사찰의혹조사위원장이 15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의 오른쪽은 유은혜 대변인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안철수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당은 벌써 두세 발걸음 이상 앞서나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16일 오전 당대표 회의실에서 국정원 해킹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악성코드 감염 검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표도 직접 참석한다. 마치 문재인 대표의 핸드폰이 이미 악성코드에 감염돼 국정원에 의해 해킹당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스마트폰은 내 스마트폰이 아닌 남의 스마트폰"이라며 "주요 당직자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이 기자간담회에서 화두에 오르자, 안철수 위원장은 "당직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중에서도 불안감을 가지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이 분야에 있어서 기술 전문가를 자처할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조사위원장을 수락할 때만 해도 나름대로 의욕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당이 지나치게 앞서나가고 기술문외한들의 '호들갑'까지 겹치면서, 자칫 조사위원장 수락이 '독이 든 성배'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인 지극히 신중한 태도는 그러한 내면의 우려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당내 친노(親盧) 강경파가 이미 의혹의 결론을 마음 속으로 정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다른 의견을 피력하게 되면 자칫 지난해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을 거치면서 한 번 겪어봤던 '친노의 융단폭격'을 재차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위원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다수의 외부 전문가 영입의 필요성을 극력 강조한 것도 이러한 우려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다수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당내 반발에 대응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 번 혁신위원장은 잘 사양했지만, 이번에 사양해도 되는 조사위원장을 잘못 받아들였다"며 "자칫 독이 든 성배를 든 셈이 되면서 당내 강경파의 반발을 맞이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진상조사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