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실 지속 제공 논란..."국민 뜻과 동떨어진 법" 비난 불보듯
  •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운영위원회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위한 이른바 '이희호 경호법'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이희호 여사에게 
평생 동안 대통령경호실 경호를 제공하기 위해 국회가 관련법을 또 다시 개정하고 나선 것인데, 한 사람의 편의를 위해 법을 마음대로 바꾸며 국민세금을 낭비해도 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대표발의 한 것으로,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해 대통령경호실에서 지속적으로 경호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해 퇴임 후 15년 동안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를 제공하고, 그 후엔 경찰의 경호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대통령 경호실 경호는 10년간만 제공하도록 돼 있었지만, 2013년 국회가 논란 끝에 5년 연장하도록 개정해 15년으로 변경됐다. 당시에도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은 역시 박지원 의원이었다. 

  •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012년 7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게 평생 동안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를 제공하는 '이희호 경호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희호 여사가 10년 동안 같이 지낸 경호실 사람들과 헤어지기 어려워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법안발의 배경"이라는 황당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2013년 열린 운영위에서는 이 법안과 정부조직법을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며 파행을 거듭,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운영위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은 "한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희호 여사가 90대의 고령임을 감안해 5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개정이 이뤄졌다.  

    이후 박지원 의원은 올해 4월 '이희호 경호법'을
     또 다시 발의했고, 운영위는 지난 9일 본회의 직후 회의를 소집해 이 법안을 스리슬쩍 통과시켰다. 운영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당시 본회의 직후 소집된 회의라 일부 의원들이 다소 정신이 없던 상황이었다"면서 "법안소위에서 이미 심사됐고, 이희호 여사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통과시키자는 분위기 속에서 의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 사실상 이희호 여사만을 위한 법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가 국민 혈세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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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논란이 많은 이런 법안이 어떻게 운영위를 통과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대통령경호실 경호의 비용이 경찰 경호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동의 없이 국민세금을 마음대로 쓴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정 교수는 이어 "이 법안은 사실상 이희호 여사를 위한 법안인데, 형평성을 잃은, 굉장한 특혜 법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국민의 뜻과는 동떨어진 이런 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또 이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청 역시 이 법안에 대해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현재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 경호 업무를 경호실로 이관할 경우 법적-행정적 안정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경찰에서 전담하는 것이 지휘체계 일원화 및 효율성 측면에서 적정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운영위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이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인 운영위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다만 법사위에서는 원칙과 소신이 강한 법조인 출신 여당 의원들이 포진돼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국회부의장인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은 '100세 시대'인데, 지속적으로 대통령경호실 경호를 제공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이 법안에 동의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국민을 위한 법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사위에 올라오면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