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출입기자단' 중대급 마일즈 훈련 체험
  • ▲ 마일즈 훈련에대한 설명을 듣는 기자들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마일즈 훈련에대한 설명을 듣는 기자들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연습을 실전처럼 “육군 과학화 전투훈련단”

    실제 전투와 유사한 마일즈장비를 이용한 고지전 참가

    대한민국의 수많은 남성이 군대를 가게 된다. 그러나 군 복무기간 중 실전을 물론, 실전과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을 경험한 이는 많지 않았다. 육군에 실전체험이 가능한 실기동 모의훈련(마일즈훈련)이 있지만 지금까지 전체병사의 25%만 이를 경험했었기 때문이다.내년부터는 중대급 마일즈장비가 본격 보급되면서 대부분의 병사가 전장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8일 육군 과학화 전투훈련단(KCTC)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중대급 마일즈 장비를 선보였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는 1명의 소총수가 되어 고지탈환작전에 참가했다.헬멧과 조끼로 구성된 마일즈 장비와 K-2소총 그리고 공포탄이 든 탄창을 지급받고 소속분대장의 인솔로 목표 고지에 집결했다.

    기자가 속한 분대는 고지를 점령을 위해 철조망과 지뢰지대를 개척하는 임무를 맡았다. 고지 입구에는 2군데의 적 진지가 있어 이를 파괴하고 접근해야 하는 쉽지않은 임무다.

  • ▲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높은 곳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한 병사가 고지앞 적진지를 향해 사격하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높은 곳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한 병사가 고지앞 적진지를 향해 사격하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마일즈 장비착용 후 ‘전투’ 나섰지만, 시작하자 ‘전사자’ 신세 

    분대장의 지시에 따라 대형을 갖추자 무전기에서 “교전개시”명령이 떨어졌다. 연막탄이 터져지고 여기저기서 “탕. 탕. 타다당” 여저기서 소총 소리가 나자 “이것이 실전의 현장”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심장을 요동쳤다. 

    분대장을 따라 한 사람이 겨우 몸을 가릴만한 돌무덤에 몸을 기대고 돌파 순간을 기다렸다. 적군의 총성이 빈도가 늘어나면서 결국, 시작 몇 분에만 팔에 부착된 감지기에서 “삐~”소리가 들렸다. 실전이었다면 적 총탄에 사망한 것이다.

    이때 연막사이로 ‘구세주’가 나타났다. 그는 죽은자를 부활시키는 “관찰통제관”이다.그는 “투입병력이 몇 명 부족하니, 보충병으로 다시투입해주겠다”며 사망자 신분에서 또 다른 돌격병으로 부활 시켜줬다.

  • ▲ 죽은 자를 부활 시키는 관찰통제관의 PDA.ⓒ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죽은 자를 부활 시키는 관찰통제관의 PDA.ⓒ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일종의 특혜(?)인 셈이다. 훈련에 투입된 병사가 전사판정을 받는 경우, 전사자의 느낌을 체험하기 위해 영현낭(시체를 담아두는 백)으로 들어가 잠시 대기후 부활되기 때문이다.

    전사자→부활소총문제 발생‥결론은 '낙오병'

    "이제 반격이다." 전사자에서 돌격임무병으로 부활이 되자 소총을 들고 적 진지에 집중사격에 나섰다. 명중을 높이려 일부러 2발씩 쏘는 '더블탭' 사격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탄소비가 많았다. 2번째 탄창으로 바꾸고 몇발 발사 하지 않았는데 총이 작동을 안 한다. 순간 식겁(食怯)했다. 안에서 총알이 걸린 모양이다. 

    부활 몇 분만에 전사하는 사태가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초조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내 소총에서 탄창을 분리해 장전손잡이를 잡아당기니 걸린 총알이 빠져나왔다. 그러나 소총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는 순간, 기자는 낙오병이 됐다.

  • ▲ 각 분대별로 임무위치로 이동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각 분대별로 임무위치로 이동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미 소속 분대는 지뢰지대를 개척하고 고지를 향해 올라간 상태다.실전에서 살아남으려면 매 순간순간 긴장해야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됐다.

    ◇저질체력 결국 방진‥오인사격으로 아군 사망케 하는 실수까지

    소총정비를 끝내고 소속분대를 향해 부랴부랴 쫓아갔다. 고지를 올라가던중 2시방향의 적으로 보이는 인원 발견, 사격을 가했다. 나중에 '사후강평'때 알게된 사실은 적이 아니라 적군에 다가가는 아군에 오인사격을 한 것이다. 

    시간이 점점 지체될 때 마다 소속분대와 거리가 멀어졌다. 게다가 평소, 운동부족 때문인지 숨은 거칠어지고 소총과 마일즈 장비가 '천근만근' 무거워져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이제 완전히 낙오병 신세다.

  • ▲ 각 분대원들이 교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각 분대원들이 교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숨을 헐떡거리며 주저앉아 있는 사이 배낭을 멘 의무병이 올라온다. 훈련통제부에서 보낸 의무병이다. 이때도 의무병을 적으로 알고 또 오인사격을 할 뻔 했다. 의무병으로부터 물통을 건네 받아 마시고 본대 합류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점점 총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그러나 20m쯤 올라가니, 낙오된 것으로 보이는 병사들이 바닥에 앉아있다. 이들은 낙오가 아니라 지급된 탄약을 모두 소비해 교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자신이 휴대한 탄약도 지혜롭게 사용해야 전투를 할 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주변에서 총성이 들리지 않고 기자가 소속됐던 분대가 내려온다. 결국, 기자는 낙오되면서 본대에 합류하지도 못한 채 교전이 종료된 것이다. 

  • ▲ 훈련통제본부에서 마일즈 훈련 사후강평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훈련통제본부에서 마일즈 훈련 사후강평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마일즈훈련 뒤에는 '훈련분석'과 '사후검토'하는 과정이 있다. 이날 고지점령을 명령받은 기자의 성적표는 형편없었다. 모두 69발의 소총탄을 사격했다. 사격량은 많았는데 적군에 피해를 주지도 못하고 본인사망 1번, 경상 2번을 입고 아군사격1회로 기록됐다. 사격 능력을 떠나서 평소 운동부족이 기동성 저하로 이어졌고 이것이 낙오의 원인이 됐다. “체력은 국력”이란 말이 절로 실감했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마일즈 훈련은 실전에서 개인의 사소한 실수가 전우와 부대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마일즈훈련은 현역군인에게는 피를 흘리지 않고 전장의 실상을 체험케 하고 전투원이 '교전중 어느 경로로 어떻게 응사했는가'에 대한 분석기능도 제공하고 있어 전투력 향상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 ▲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모습.2016년까지 여의도 41배 크기의 훈련장으로 확대된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모습.2016년까지 여의도 41배 크기의 훈련장으로 확대된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육군 관계자는 “이날 선보인 마일즈 장비를 지난해부터 4개사단에 보급해 운영한 결과 전투기술은 2.4배, 임무수행능력과 정신전력이 각각 1.8배 상승한 것으로 보고 오는 11월까지 3개사단에 추가 보급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KCTC 훈련장을 여의도 41배크기로 확장하고 내년부터 연대급 훈련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군의 마일즈 관련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기존 전체병사 25%만 체험 가능했던 수준에서 병사 1인이 복무기간중 최소 1번이상 마일즈 훈련을 통해 실전체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