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분석력·인화력·실천력 두루 갖춰… "그가 향하는 곳이 이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29 재보선 전패 이후 한 달여 동안 당무 마비 상태를 야기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숨고르기 양상에 접어든 시점에, 정치권 관계자들이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를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이윤석 의원이 지난달 8일 원내기획과 당무를 총괄하는 공동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되자, 야권 내부 인사들은 "역시…"라며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 적재적소의 인사였기 때문이다.

    정국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과 이를 파악하는 분석력, 말을 앞세우지 않는 실천력과 사람들을 감싸안는 인화력까지 갖췄다. 원내기획과 전략 수립·당무 총괄에 이윤석 원내수석보다 더 적절한 인사는 없다는 것이 야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평이었다.

    이윤석 원내수석을 향한 정치권 관계자들의 호평(好評)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그의 정치 역정을 돌이켜보면 이와 같은 정치권의 평가가 거저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남도의원을 3선하고 최연소 전남도의회 의장까지 하면서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다진 이윤석 원내수석은 18대 총선에서 전남 무안신안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지역에는 다름 아닌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차남 김홍업 의원이 현역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도전장을 낸 것이다.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당시 통합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늘 그랬듯이 또다시 '호남 물갈이론'에 휩싸여 있었다. 김홍업 의원은 공천 심사 대상에조차 들지 못하자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고, 통합민주당은 황호순 후보를 공천했다.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한 이윤석 원내수석은 '3자필승론'을 확신하고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다. 투표 2주 전 발표된 SBS~조선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은 황호순 25.7% 김홍업 19.0% 이윤석 15.2%였다. 하지만 최후에 웃은 사람은 이윤석 원내수석이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책회의 도중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책회의 도중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대표(한화갑 전 대표)를 배출하고 DJ 차남도 모셔봤지만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이 발전된 것이 없다는 심리가 번져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게다가 황호순·김홍업 두 후보는 신안 출신인 반면 이윤석 원내수석은 무안 출신이었다. 당시 무안의 유권자 수는 신안보다 1만3000여 명이나 더 많았다.

    이희호 여사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김홍업 후보 지원 유세에도 불구하고 얻은 승리였기에 그의 냉철한 판단력은 더욱 빛났다는 지적이다. 이후 19대 총선에서도 이윤석 원내수석은 '거물' 한화갑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깝게 압도하며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이윤석 (원내)수석의 당선이 판단력과 분석력을 입증하는 경력이라면, 당선 이후의 행보는 인화력과 실천력을 드러내준다"고 귀띔했다. 무슨 뜻일까.

    앞서 18대 총선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DJ와의 의리상 차남 김홍업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박빙의 3자 대결 구도 속에서 박지원 전 대표가 김홍업 후보 지지 연설을 하러 오자, 이윤석 원내수석의 지지자들이 항의 방문을 하는 등의 일까지 있었다.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는 (박지원 전) 대표와 이윤석 (원내)수석의 관계가 최악이었던 시기"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윤석 원내수석이 박지원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일컬어지는 데 누구도 이견을 내지 않는다. 친노(親盧, 친노무현) 한명숙 지도부에 의한 공천 학살이 이뤄졌던 19대 총선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당시 최고위원 신분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이윤석 원내수석의 공천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맞섰던 인물도 같은 편으로 감싸안는 인화력은 서로가 날을 세우기 일쑤인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단연 발군이라는 평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말을 앞세우지 않는 실천력은 지역 발전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이 지역 정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윤석 원내수석은 18대 총선에서 지역구민들이 지역 발전을 바라고 DJ의 차남이 아닌,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2012년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 들어간 이윤석 원내수석은 이듬해 전남 무안신안에 단일 선거구에 배정된 국고 예산으로는 헌정 사상 최고액인 1528억 원의 '예산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이후 이윤석 원내수석은 2013년 단독 후보로 출마해 전남도당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전라남도는 민주통합당의 '심장'이라고까지 표현되는 핵심 지역임에도, 그가 취임했을 때 전남도당의 상태는 한 마디로 한심 그 자체였다.

    이윤석 원내수석실 관계자는 "도당의 당사도 없는 형편이었으니 말을 다 한 것이 아니냐"며 "도당 자산도 고작 2억 원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이윤석 원내수석은 전남도당위원장을 지내는 동안 도당의 자산을 7배 이상인 15억 원으로 확충하고, 전남도청 앞에 도당 당사를 마련하는 등 비상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이윤석 원내수석실 관계자는 "(전남)도당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리고 본격적으로 커나갈 토대를 마련했다"며 "지난해 3월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신당과의 통합으로 불과 1년도 하지 못한 채 도당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했던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판단력·분석력·실천력·인화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 4·29 재보선 전패 이후 당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상황에서 기획·당무 담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됐으니, 당내외에서 "적재적소의 인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만 이윤석 원내수석은 그 자리를 맡은 뒤로는 되레 말을 아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내수석임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진행만 할 뿐 따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아 아쉽다는 취재진의 물음에 "말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뭘…"이라고 웃으며 손을 내저을 뿐이다.

    이와 관련, 야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것이 지금의 이윤석 (원내)수석의 심정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당내외에 너무나 많은 말들이 난무해 오히려 당이 어지럽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본래 마땅히 실천할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말을 앞세우지 않는 게 이윤석 (원내)수석의 품성"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4·29 재보선 이후 엄중한 민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심각히 여기고 있다는 평이다. 이윤석 원내수석은 지난달 18일 광주 풍향동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 의원단 오찬 회동을 마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호남 민심만 심각한가"라며 "전국 모든 민심이 다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곤 혁신위의 출범으로 새정치연합의 내홍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하지만 계파 갈등이 이로써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이다.

    이러한 국면 속에서 특유의 분석력과 실천력을 가지고 '승리하는 길'로 향해갈 이윤석 원내수석의 향후 행보는 주목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국회와 여야를 출입하며 정치권의 동향을 지켜본 취재진은 김수한·황낙주·이만섭·허주(김윤환) 등을 거론하며 "정국의 움직임에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안개 정국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윤석 원내수석의 수석대변인 사퇴 선언이 김한길~안철수 체제의 조종(弔鐘)을 울렸던 점을 상기시키며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다시 격화되는 일이 있다면, 눈을 들어 이윤석 원내수석의 움직임을 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