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복귀·권노갑 탈당 만류 위해 애써왔으나 文 정치력에 절망감 토로
  • ▲ 더불어민주당의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윤석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윤석 의원(재선·전남 무안신안)이 금명간 탈당한다. 권노갑 고문의 보좌관을 지낸 이윤석 의원은 권 고문 탈당 과정에서 문재인 대표가 보여준 정치력에 절망해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석 의원은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돼버린 것 같다"며 "권노갑 고문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좌표였는데 길을 정하고 움직였으니, 나도 어느 정도 (당적을) 정리해야겠다"고 밝혔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권노갑 고문의 보좌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이윤석 의원은 이후 전남도의원과 18~19대 국회의원(전남 무안·신안)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권노갑 고문과는 정치적 멘토~멘티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 시점에 대해 이윤석 의원은 "박지원 대표가 (탈당)하고 난 다음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권노갑·박지원 대표가 (탈당을) 하고나서 해야지, 앞질러가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노갑 고문이 이날 탈당했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르면 17일에서 18~21일 사이에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이윤석 의원은 이르면 내주초, 늦으면 24일까지는 탈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탈당 이후의 거취에 대해서는 "하나로 (신당을) 통합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대선까지 (기세를) 몰고갈 수 있기 때문에 (권노갑 고문이) 제3지대에 있겠다고 한 모양"이라며 "나도 권노갑 고문, 박지원 대표와 상의를 해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윤석 의원은 지난해 7월 조직본부장으로 임명된 이후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지도부의 안정과 당의 단합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임명된 직후, 당시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채 당무를 거부하고 있던 주승용 수석최고위원과 문재인 대표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임했다. 이러한 이윤석 의원의 중재 노력의 결과로 8월 22일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 사이의 회동이 성사됐고, 여기서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3개 항의 합의가 이뤄져 이튿날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무에 복귀했다.

    이번에 권노갑 고문 탈당을 앞두고도 이윤석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권노갑 고문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아 두 사람 사이의 회동이나 전화 통화, 요구 사항 절충 등을 도맡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윤석 의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을 어렵게 복귀시켰으나, 이후 문재인 대표가 3개 항의 합의를 전혀 지키지 않으면서 둘 사이의 틈이 다시 벌어져 결국 주승용 최고위원은 12월 8일 최고위원직을 재차 사퇴했다. 권노갑 고문도 문재인 대표가 당을 분열시키는 행각을 지속하자 끝내 참지 못하고 이날 탈당했다.

    이와 관련, 이윤석 의원은 "워낙 심각한 사안이니 권노갑 고문이 탈당하는 날짜와 장소, 오전 10시라는 시간까지 며칠 전에 문재인 대표에게 알려드렸다"며 "마지막까지 (탈당을 만류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탈당할 리가 없다'라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감(感)이 너무 더디더라"고 이윤석 의원은 혀를 차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권노갑 고문의 탈당 사실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탈당을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대표는 권노갑 고문과 지난해 12월 18일 회동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고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이 후속 탈당한 이튿날이었다.

    권노갑 고문은 이대로라면 당이 대규모로 분당되는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문재인 대표의 2선 후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문재인 대표는 "기다려달라"고 답해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이후 지난 5일의 회동에서도 쌍방의 요구가 평행선을 그리자, 문재인 대표는 권노갑 고문과 직접 만나는 대신 동교동계와 인연이 있는 범주류 의원들을 통해 우회 설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만나면 '2선 후퇴 요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답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워, 당대표의 거취에 대해 뭐라 책임 있게 답할 수 없는 주변 인사들을 통해 인정(人情)에 호소해 당 잔류를 설득하는 '꼼수'를 취한 것이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전병헌·추미애 최고위원과 이석현 국회부의장, 설훈 의원이 권노갑 고문을 만나 설득하고, 김원기·임채정 상임고문도 출동했다. 특히 이들이 권노갑 고문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한 최고위원은 "탈당하시면 되겠느냐"며 울기까지 하는 등 '눈물 작전'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분열에 대해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을 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당장의 탈당만 어떻게든 저지하려는 '얕은 꼼수'에 질려버린 권노갑 고문은 "잘 알겠다" "깊게 고민하겠다" "탈당은 좀 고려하겠다" 등으로 대답해 이들을 돌려보냈고, 이들은 문재인 대표에게 돌아가 "이상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정치적인 감이 늦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지만, 과연 정말로 감이 늦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연쇄 탈당을 방치하는 것인지 속내를 알 수 없다"면서도 "어찌됐든 정치적 패착이고, 당의 화합을 위해 애써왔던 비주류 인사들까지 전부 탈당하는 현실은 문재인 대표가 끝장났다는 뜻"이라고 평했다.